[지평선] 마린 총리 동영상과 정치인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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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지난주 공개된 산나 마린(37) 핀란드 총리의 '파티 동영상'이 논란이다.
□ 마린 총리 동영상은 각국이 정치인의 사생활에 대중이 얼마나 관대한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의 사생활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전통이 깊은 서구에서도 마린 총리 동영상 누출 사태의 여진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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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 공개된 산나 마린(37) 핀란드 총리의 ‘파티 동영상’이 논란이다. 동영상 속 마린 총리는 술에 취한 채 깍지를 낀 두 팔을 머리 뒤로 돌리거나 무릎을 꿇는 등 격정적으로 춤을 추고 있다. “총리도 사생활이 있다”는 옹호 여론과 “무책임하다”는 반대 여론이 맞서고 있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안보위기 상황이라 이 사태는 정쟁으로 번졌다. 총리가 술에 취하는 등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 두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비판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최고 정책 결정권자의 자그마한 정보도 적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사적 모임이라 해도 자신이 촬영되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마린 총리의 허술한 보안 의식도 비판하고 있다. 술을 좋아했던 우리나라 한 전직 대통령이 24시간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청와대 만찬 때 늘 포도주스로 건배를 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 마린 총리 동영상은 각국이 정치인의 사생활에 대중이 얼마나 관대한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가령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성(性)문제 등 정치인 사생활에 관대하고 미국은 청교도적 도덕주의의 잣대를 들이댄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두 집 살림은 1970년대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프랑스 주류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1994년 한 황색언론이 미테랑 대통령의 혼외 자녀 사진을 공개하자 르몽드지는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며 보도한 매체를 비판했다. 르몽드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재임 중 이혼하자 관련 보도를 한 꼭지도 내지 않았다. 한편 배우자와 딸이 있는 마린 총리는 파티에서 한 팝스타가 목에 키스하는 듯한 장면이 추가 동영상으로 공개되자 ‘불륜설’을 해명해야 했다.
□ 이번 사태는 궁극적으로 온라인 미디어가 번성하는 환경에서 고위 정치인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느냐라는 오랜 질문을 다시 던진다. 일반인과 동일한 잣대로 사생활을 보호할 것인가, 다른 잣대를 들이댈 것인가라는 논쟁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를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시대 사생활 보호의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모든 사람의 사생활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전통이 깊은 서구에서도 마린 총리 동영상 누출 사태의 여진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이왕구 논설위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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