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만 낸 중간요금제.. 통신비 인하효과 의문

김나인 2022. 8. 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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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KT, 24GB·30GB 내놨지만
110GB 요금제와 불과 8000원 差
"진짜 중간요금제 나와야" 지적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SK텔레콤(SKT)이 신고한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 승인 여부에 대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신 3사가 5G 중간요금제를 내놓고 있지만 통신비 인하 효과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5G 중간요금제를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내세웠지만, 5G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 12~110GB(기가바이트) 사이에서 고작 24GB와 30GB 두 종의 요금제만 추가됐을 뿐이다. 이에 가입자들의 이용패턴을 반영해 보다 세분화된 단계별 요금제가 나와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21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23일 기존에 없던 월 데이터 이용량 30GB의 5G 중간요금제 1종을 출시한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5일 월 데이터 이용량 24GB 기준 5G 요금제를 내놨다. LG유플러스도 조만간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KT가 삼성전자 '갤럭시Z4' 시리즈 예약 구매자 대상 첫 사전개통일인 23일 출시하는 5G 중간요금제는 월 6만1000원에 30GB 데이터(소진 시 1Mbps 제공)를 제공하는 '5G 슬림플러스' 요금제다. KT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한 요금제는 5G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약 26GB를 초과해 많은 고객이 합리적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SK텔레콤 또한 월 5만9000원에 24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고가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인 월 6만9000원에 110GB를 쓸 수 있는 기존 요금제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월 8000원~1만원 가량만 더 내면 110GB에 달하는 데이터를 쓸 수 있어 체감효과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월 30GB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나와도 통신비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월 50GB를 제공하는 '진짜 중간요금제'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생경제연구소, 소비자시민모임,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5G 중간요금제 도입은 가계비 부담을 완화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5G 중저가 요금제 도입이 진정으로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저가요금제와 고가요금제 이용자 간 데이터 단가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며 "원하는 데이터 제공량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구간대의 중저가 요금제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5G 요금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0GB에서 110GB 사이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더욱 세분화된 요금제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5G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6.1GB(기가바이트)지만, 5G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41.09GB로 집계됐다. 5G 일반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13.68GB다. 무제한과 일반요금제를 쓰는 이용자의 간극이 큰 셈이다. 특히 5G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월 30GB를 제공하는 5G 중간요금제를 택하기에는 데이터 이용량이 충분치 않다.

이동통신사가 다양한 구간의 5G 중간요금제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는 수익성 악화 우려 때문이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가 더 저렴한 5G 중간요금제를 택할 경우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분화한 데이터 이용량 구간의 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통신요금이 유보신고제·신고제인 만큼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기업의 상품을 정부가 강제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며 "수익성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요금제 사이에서 고민이 깊지만 이미 나온 요금제와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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