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적회로 난제 통계학이 해결..반도체, 업종간 협업이 생존 갈라
다른 분야 지식에 혁신 열쇠
로봇기술 적극 활용해야
美 주도 반도체 공급망 개편
韓, 유럽시장과 협력할 필요
고령화·인구 감소 시대 맞아
건강 부문서 중요성 더 커져
◆ 2022 한미과학자대회 ◆
강 교수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진행된 2022 한미과학자대회(UKC) 기조강연 전후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최근 미국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중국에서 과제를 받아 부주의하게 연구를 수행하다 감옥에 가는 교수들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응 전략과 방향에 대해 묻자 그는 "대만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립적으로 유럽 지역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으로 잘 해결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강 교수는 국내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립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새로운 학과를 만들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산업은 전기·전자, 기계, 화학, 재료 등 다양한 전문지식이 조화를 이뤘을 때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며 발전한다"면서 "특히 고도의 자동화가 필요해 로봇 관련 지식도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만 전문적으로 공부할 때보다 다양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이 뛰어들고 협력했을 때 새로운 해결책이 나온다는 의미다.
그는 과거 사례를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반도체 산업 초기 AT&T 경영진은 집적회로 사업에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트랜지스터 하나의 성공률도 낮은데, 트랜지스터가 많이 들어가는 집적회로 성공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생물통계학자인 버나드 T 머피 교수가 소자 수가 아닌 칩의 면적과 결함 빈도에 따라 성공률이 달라진다는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며 생산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반도체 공정 중 하나인 '포토리소그래피' 분야에서도 빛의 굴절과 관련한 난제가 있었는데, 이 역시 한 스탠퍼드대 교수가 수학적 방법을 이용해 해결했다. 강 교수는 "복잡한 문제를 분야별로 나눠서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 각각 푸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요즘에는 뛰어난 계산능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나누지 않고 처음부터 협력해 답을 구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조강연에서는 한국의 반도체 영웅 강대원 박사 재조명과 함께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강대원 박사는 1960년 기존과 다른 형태의 트랜지스터인 '모스펫'을 발명한 인물이다. 강 교수는 "모스펫의 성공은 반도체 기술의 거대한 이정표 중 하나"라며 "기존의 트랜지스터는 공정이 어렵고 전력 소모도 많아 집적회로에 사용하기 어려웠지만 모스펫은 2차원 표면에서 만들고 축소하는 게 용이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스펫이 소형화되면서 가로세로 길이가 약 20㎝인 한 칩에 2조6000개가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이 많은 소자를 진공관으로 구축한다면 롯데타워가 40개는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에는 특히 건강과 관련된 부분의 반도체 연구가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강 교수는 "고령화 시대, 인구 감소 시대에는 자동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사용자가 인지하기도 전에 문제를 감지하고 해결하는 기술 등에 반도체가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학은 그동안 '스마트 시티'를 추진해왔지만, 더욱 바람직한 것은 건강한 도시다. 기후변화 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저전력 칩 개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반도체 칩 설계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힌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4년제 대학인 UC머세드대 총장을 지냈으며, 2013~2017년에는 15대 KAIST 총장으로 근무했다.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기조강연에 앞서 KIST의 연구개발(R&D)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윤 원장은 "세계 최초·최고 연구에 대한 약속이 필요하다. KIST는 고위험 고수익 프로젝트에 예산의 20%를 배정할 예정"이라며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연구 협력 플랫폼도 필요하다. 기관 간 협력을 통해 탄소중립, 양자 기술 등 핵심 분야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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