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미제사건 재수사하듯 우리 사회의 불안 파헤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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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와 불안. 이 두 단어에 오늘날 한국 사회가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비해 먹고살 만해졌는데도 '행복하지 않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은 오히려 많아진 것 같아요. 요즘 한국인이 느끼는 공허와 불안의 기원을 추적하고 싶었습니다."
6년 만에 새 장편소설 <재수사> 를 내놓은 소설가 장강명(사진)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한국 사회를 직시하는 묵직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재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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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전 대학생 의문의 죽음
수사하는 형사의 모습 통해
한국 사회의 허무·공허 그려
두권 820쪽 대작..3년 걸려 재수사>
“공허와 불안. 이 두 단어에 오늘날 한국 사회가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비해 먹고살 만해졌는데도 ‘행복하지 않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은 오히려 많아진 것 같아요. 요즘 한국인이 느끼는 공허와 불안의 기원을 추적하고 싶었습니다.”
6년 만에 새 장편소설 <재수사>를 내놓은 소설가 장강명(사진)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한국 사회를 직시하는 묵직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소설의 표면적인 줄거리는 형사들이 미제 살인사건을 22년 만에 재수사하는 내용이다. 피해자는 연세대를 다니는 대학생 민소림. 형사들은 과거 수사에서 놓쳤던, 당시 연대에서 민소림과 함께 ‘도스토옙스키 독서모임’을 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소설은 미제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형사처럼, 과거 대학가에서 한국 사회의 기원을 찾는다. 지식 공동체였으나 외환위기 이후 취업을 위한 전쟁터가 돼버린 2000년 초반 신촌이 배경이다.
총 100개 장 중 홀수 장에는 살인을 정당화하는 범인의 독백을, 짝수 장에는 형사들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다. 범인은 죄를 처벌하는 사회 규범과 윤리에 끊임없이 딴지를 건다. 글을 읽다 보면 ‘죄책감을 피하기 위한 궤변’으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된다. 당연하게 여기던 가치들을 뒤집어 보게 한다.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한 계몽주의, 그 계몽주의를 토대로 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향해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인용하며 내뱉는 범인의 독백이 장 작가의 평소 생각인 건 아니다. 그렇다고 장 작가의 철학과 무관한 것도 아니다. 민소림이 칼에 찔려 죽은 신촌 오피스텔의 이름이 ‘뤼미에르(계몽주의)’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계몽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 등에서 반복해온 장 작가의 화두 가운데 하나다.
두 권짜리 <재수사>의 총 분량은 820쪽이다. 200자 원고지로 3000장이 넘는다. 등단한 지 10년이 넘은 그는 “소설가로서 다음 단계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 ‘중량감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긴 이야기를 썼다”며 “완성까지 3년이나 걸릴 줄 몰랐지만 결과물에 만족한다”고 했다.
“1700장이 넘어가니 갑자기 기분이 착 가라앉더라고요. ‘가뜩이나 책 안 읽는 시대에 누가 이렇게 두꺼운 소설을 읽을까’ ‘독백 위주라 영화화는 글렀구나’ 이런 생각에 처음으로 슬럼프까지 겪었다니까요.(웃음)”
그는 “<재수사>를 쓰면서 신문사 기자를 관두고 전업 소설가가 된 이유(‘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자’)를 수시로 되뇌었다”며 “이 소설을 쓰면서 ‘아, 내가 소설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장 작가는 <재수사>에 대해 죄와 벌, 공허와 불안을 묘사하지만 결국은 ‘희망’을 말하는 소설이라고 했다. 작가는 소설에 명쾌한 지향점을 제시하지 않았다. 새로운 상상은 독자의 몫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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