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링 없는 방목 한우..명절선물 첫 등장

오수현 2022. 8. 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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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 다움농장 가보니
초원 거닐며 사료 대신 풀 뜯어
지방 적어 고소한 맛 덜하지만
비타민·미네랄 영양소 풍부
친환경·건강 '가치소비' 내걸고
현대百, 방목한우 선물세트 내놔
지난 18일 전북 정읍에 위치한 다움농장에서 자연에 방목된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추석을 맞아 자연 방목 한우를 명절 선물세트로 내놨다.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지난 18일 찾은 전북 정읍 다움농장에서는 소 200여 마리가 4만4760㎡(약 1만3539평) 크기의 드넓은 초원을 마음껏 거닐고 있었다. 축사에서 대부분의 생을 보내는 식용 소들과 달리 이들 소의 골격은 크고 몸매는 탄탄했다. 이 소들은 제일 몸집이 큰 우두머리를 따라 질서정연하게 이동하는가 하면, 제각각 흩어져 풀을 뜯어 먹거나 쉬었다. 이곳 농장의 소 한 마리당 면적은 337㎡(약 102평)에 이른다.

다움농장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방목 한우 생산 농장이다. 이곳 소들은 곡물 사료가 아닌 목초를 섭취하는 그래스페드(Grass-fed) 방식으로 성장한다. 다움농장과 달리 좁은 구획 내에 여러 소가 다닥다닥 붙어 지내는 게 한우 축사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우리에 갇혀 지내며 살이 찐 소들은 근육량 부족으로 몸을 가눌 힘이 없어 자주 눕는다. 분뇨 냄새가 가득한 축사에서 평생을 보내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건강 상태도 당연히 좋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형성된 지방은 육질 등급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건강한 소들보다 살찐 지방 덩어리 소들이 소위 투플러스(1++) 같은 높은 등급을 받는 마블링의 역설이다.

현대백화점이 이번 추석을 맞아 다움농장에서 생산한 방목 한우로 꾸린 선물세트를 다음주부터 판매한다. 국내 한우시장 트렌드에 비춰 볼 때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질 수 있는 시도다. 제품명은 '다움농장 방목생태 축산 한우세트'로 등심스테이크, 불고기, 국거리용 등 2.7㎏으로 구성됐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선물세트 출시를 두고 내부적으로 상당한 논의를 거듭했다. 곡물 사료를 먹으며 지방량을 늘린 한우 특유의 맛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과연 방목 상태에서 자연 목초를 뜯어 먹으며 자라 지방량이 적은 한우를 택하겠냐는 우려가 이어졌다. 이번에 현대백화점이 선보이는 방목 한우 선물세트는 1등급에 해당한다.

신현구 현대백화점 식품사업부장(상무)은 "최근 친환경, 유기농과 함께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축산 분야에서도 가치 소비 수요가 늘고 있다"며 "방목 한우는 고소한 맛이 덜한 대신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건강한 육식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처드그래스, 톨페스큐, 화이트클로버, 켄터키블루그래스 등 방목 동물용 대표 먹거리 풀이 가득한 방목지에서 자란 이곳 소들은 축사에서 사육된 소들보다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하다. 또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소금을 찍지 않아도 짠맛 등 감칠맛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다. 지방 함유량이 낮은 덕분에 근조직 차이가 부각돼 등심, 안심, 갈빗살 등 부위별로 맛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다만 지방이 적어 일반 한우에 비해 고소한 맛이 덜하고 식감은 다소 질기다.

현대백화점은 도축 전 마지막 6주간 소들을 비육하는 방식으로 이런 약점을 보완했다. 비육은 지방 축적을 위해 운동을 제한하고 고열량 사료를 먹이는 것을 말한다. 일반 농장은 생후부터 도살 때까지 내내 축사에 가둬 곡물 사료를 먹이지만, 다움농장 한우는 도축 직전 짧은 비육기를 거친다. 곡물과 풀을 섞은 발효 사료를 먹는다는 점도 차별화 요소다. 현대백화점의 이번 시도는 축산시장 변화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58만3000t이던 국내 소고기 소비량은 2020년 66만8100t으로 증가했다.

[정읍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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