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에이스 박지수'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들

박강수 2022. 8. 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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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19∼20일 이틀 동안 치러진 라트비아와 친선전을 모두 이겼다.

다음 달 호주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월드컵을 한달여 앞두고 가진 유일한 공개 평가전이자 사상 첫 외국팀 초청 경기였다.

2연승 뒤 정선민 한국 대표팀 감독은 "한국 여자농구에 숙제가 많아진 느낌"이라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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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일 라트비아 2연전이 남긴 과제
골 밑 몸싸움 밀리면서 외곽슛도 난조
국내 리그 익숙해 세계대회서 몸싸움 밀려
내·외곽에서 '박지수의 존재감' 나눠 가져야
정선민(오른쪽) 한국 대표팀 감독이 벤치에 서서 20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초청 여자농구 라트비아 평가전 2차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19∼20일 이틀 동안 치러진 라트비아와 친선전을 모두 이겼다. 다음 달 호주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월드컵을 한달여 앞두고 가진 유일한 공개 평가전이자 사상 첫 외국팀 초청 경기였다. 한국은 1차전서 56-55 1점 차 신승을 거뒀고, 2차전에서는 연장 접전 끝에 71-66 승리를 따냈다. 둘 모두 어려운 경기였다. 2연승 뒤 정선민 한국 대표팀 감독은 “한국 여자농구에 숙제가 많아진 느낌”이라고 총평했다.

라트비아는 피바 랭킹에서 한국(13위)에 9계단 뒤진 24위다. 이번 월드컵 진출권을 따지 못했고 약 열흘 전 일본과 2연전에서는 26∼29점 차로 대패한 데다 1군 주전도 상당수 빠져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공수 양쪽에서 라트비아의 힘과 높이를 버거워했고, 코트 전역에서 빈발하는 몸싸움, 이에 따른 체력 저하로 외곽 슛 난조에 허덕였다. 내·외곽의 어려움이 맞물리면서 경기력이 흐트러졌다. ‘박지수 공백’이 부른 연쇄효과였다.

한국의 박지수가 4년 전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준결승 대만전에서 상대 선수를 뚫어내고 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박지수(24·청주KB)는 이번 대표팀 소집 직전 공황 장애 진단을 받으면서 합류하지 못했다. 그간 골 밑에서 세계 정상급 빅맨들과 1대1 승부를 벌여온 198㎝ ‘국보 센터’의 빈자리가 오롯이 코트 위에 남겨지자 정선민 감독은 전술을 뜯어고쳐야 했다. 둘이서 상대 빅맨을 에워싸는 트랩 수비를 주문했고, 이를 위해 더 많은 활동량과 더 저돌적인 몸싸움을 요구하면서 외곽 슛에 승부수를 걸었다. 선수들은 분전했지만 박지수의 존재감을 나눠 갖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국은 리바운드에서 1차전 13개 차(25-38), 2차전 12개 차(32-44)로 크게 밀렸다. 특히 1차전 4쿼터 때는 리바운드를 3-11까지 압도당하면서 골 밑 붕괴를 맛봤다. 안쪽이 틀어막힐 때마다 슈터들도 발이 묶였고 돌파에서는 헛손질이 잦아졌다. 한국은 1차전에서 3점을 5개(22-17) 더 던져서 3개(3-6) 더 넣었는데 시도도 성공률도 외곽을 압도하기에는 부족했다. 2차전에서는 3점 득점이 두 팀 모두 7개로 같았고 시도 횟수는 오히려 라트비아가 더 많았다.

한국의 박혜진(오른쪽)이 득점을 올린 뒤 강이슬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한국의 진안(왼쪽 두번째)과 양인영(세번째)이 뒤엉켜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정 감독은 이러한 고전이 고립의 결과라고 봤다. 그는 1차전 뒤 “국내 리그에서는 이렇게까지 강하게 몸싸움할 일이 없다. 막 얻어맞고 버텨주는 경험이 없어 세계대회 나가면 혹사당한다”라고 했다. 골 밑은 전장인데 국내 리그를 뛰는 것 만으로는 그 전투력을 기르기가 매우 어렵다는 진단이다. 손대범 해설위원도 공감을 표하며 “크고 작은 외국 대회를 나가거나 국외 프로팀을 초청해서라도 평소 이런 국제 경기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당면한 월드컵에서 과제는 코트 위에서 홀로 40분씩 버텨줬던 박지수의 몫을 분배하는 일이다. 정 감독은 “더 움직이고 몸싸움하는 방법 밖에 없다. 선수들을 계속 담금질해야 된다”고 했다. 손 해설위원은 “박지수가 등장하기 전부터 한국은 늘 작은 팀이었다. 그런데도 세계 무대에서 통했던 건 활동량과 조직적인 플레이 덕”이라며 “이번에는 (선발 센터였던) 진안이 120%를 해줬다. 원정 가서는 더 힘들 거다. 양인영, 김소담, 김단비 등이 같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이 평가전을 모두 마친 뒤 팬들을 향해 단체 인사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한국은 라트비아와 1차전에서 11점 차 리드를 잡고도 막판 맹추격을 당하며 겨우 이겼다. 다음날에는 11점 차로 뒤졌지만 끝까지 쫓아가 연장전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하루 사이 선수들의 달라진 마음가짐은 눈에 띄었다. 이미 16번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룬 대표팀은 이제 ‘국보 센터’에게 가려졌던 약한 고리 극복이라는 과제를 받아 들었다. 정 감독은 다음 주 중으로 12명 명단을 확정하고 진천 선수촌에 들어가 담금질에 나설 예정이다.

청주/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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