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모술수'는 천재 시기한 살리에리..그의 다이어리에 적힌 '권리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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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룸에 들어선 청년은 "안녕하세요"라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기다렸다는 듯 지갑에서 명함을 꺼냈다.
그가 건넨 명함엔 회사 이름과 주소 등이 적혀 있었다.
특히 그가 연기의 나침반으로 삼은 것은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에 열등감을 품고 산 살리에리였다.
그는 "권민우가 법정에서 우영우의 변론을 듣는 장면 지문에 '살리에리가 이런 감정일까'라고 적혀 있었다"며 "촬영 전 영화 '아마데우스'를 다시 찾아봤고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보는 심정으로 연기했다"고 촬영 뒷얘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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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우는 천재 모차르트에 열등감 느낀 살리에리
'해피니스' 'D.P.'서 모두 권모술수에 능한 배역
미팅룸에 들어선 청년은 "안녕하세요"라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기다렸다는 듯 지갑에서 명함을 꺼냈다. 그가 건넨 명함엔 회사 이름과 주소 등이 적혀 있었다. 상투적 인사 뒤 반전은 따로 있다. 명함의 주인공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권민우를 연기한 주종혁(31). 드라마 종방 전인 18일 서울 중구 소재 한국일보를 찾은 그는 "인터뷰를 위해 직접 명함을 팠다"며 웃었다. 패기로 가득 찬 신인 배우의 얼굴엔 '우영우'에서 열정으로 펄펄 끓던 비정규직 신입 변호사의 모습이 비쳤다.
'권모술수'로 불린 권민우역의 주종혁은 '우영우' 열풍의 불쏘시개였다. "늘 배려하고 돕고 차에 남은 빈자리 하나까지 다 양보해야 된다고요. 우영우(박은빈)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극 중 권민우 대사) 우영우를 견제하는 권민우는 극한 경쟁에 내몰려 기계적 공정에 집착하는 일부 2030의 자화상으로 여겨졌고 그를 통해 시청자는 극에 더 몰입했다. 역차별에 분노하는 권민우는 아픈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청년 가장으로 나온다.
권모술수형 캐릭터에 깊이를 더하고 살을 붙인 것은 배우의 몫이었다. 주종혁은 "대본을 보고 '만약에 나라면?'이란 생각을 해봤다"며 "권민우라면 충분히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연기의 나침반으로 삼은 것은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에 열등감을 품고 산 살리에리였다. 그는 "권민우가 법정에서 우영우의 변론을 듣는 장면 지문에 '살리에리가 이런 감정일까'라고 적혀 있었다"며 "촬영 전 영화 '아마데우스'를 다시 찾아봤고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보는 심정으로 연기했다"고 촬영 뒷얘기를 들려줬다. 주종혁의 다이어리 첫 장엔 권민우의 성과 살리에리의 성을 합친 '권리에리'란 문구가 적혀 있다. 그렇게 배역에 몰입한 배우는 7화에서 "우영우가 강자"라고 소리를 버럭 지른다. 주종혁은 "억울한 감정이 훅 올라오더라"며 "지문엔 없었지만 촬영할 때 소리를 질렀는데 감독님이 좋다며 방송에 썼다"고 말했다.
주종혁은 짧은 연기 경력이긴 하지만, 권모술수형 배역과 연이 깊었다. 드라마 '해피니스'(2021)에서 아파트 단지 내 입주한 헬스장의 트레이너로 나온 그는 "임대분들은 출입 안 되는데 저한테 PT(개인 훈련) 받으면 편의를 봐 줄 수 있다"고 꼼수를 부리고, 'D.P.'에선 군대 폭력을 일삼는 병장 옆에 착 붙어 부화뇌동하는 상병으로 나온다. "네 살부터 태권도를 배워 초등학교 때 4품을 땄어요. 입대한 뒤 특공대로 차출됐죠. 영어를 조금 해서 일병 때 중장 공관병으로 군 생활도 했고요."
10대 때 필리핀과 뉴질랜드에서 공부한 주종혁은 제대 후 전공(호텔경영학)을 살려 바텐더로 일했다. 단골 제안으로 2014년 방송사 홍보 영상을 찍은 뒤 연기에 눈을 떴다. 이후 그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독립영화 '몽마'(2015)를 찍고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2018)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2019년엔 카카오M 주최 6개 기획사 통합 오디션에서 7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위를 해 이병헌 김고은 등이 속한 BH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다. 올해 '유미의 세포들' 시즌2와 '우영우'를 연달아 찍어 주목받은 주종혁은 차기작인 독립 영화 '만분의 1초'에서 검도 선수로 변신한다. 그는 "지겹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다"며 "권모술수 같은 별명을 또 얻고 싶다"며 웃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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