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②남중수 "확고부동 전문경영체제 위해 CEO풀 육성 절실"

김현아 2022. 8. 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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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민영화 20주년 인터뷰
남중수 전 KT사장(전 대림대 총장)
"레거시망 많아 장애 노출되나 기본통신투자가 우선순위"
"아무나 와서 경영할 수 있는 회사 아냐"
"KT에 입사해 CEO되는 길 터줘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남중수 전 KT 사장(전 대림대 총장·서울대공과대학 객원교수).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KT가 민간기업이 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현동 화재사고(2018년), 전국적인 86분간의 유·무선 인터넷 장애(2021년) 같은 통신사고도 잇따랐다. 때문에 KT가 국내 최대 통신사로서의 공적 책임인 통신투자를 게을리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중수 전 KT 사장(전 대림대 총장·서울대공과대학 객원교수)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비판에 대해 “인정한다”고 했다. 그는 “KT는 타 통신사와 달리 과거 유선전화 통신망을 아직도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고, 레거시(Legacy)망이 많아 장애에 쉽게 노출되는 어려움이 있다는 걸 고려하지만, 신사업을 추진하더라도 KT에 기본 통신투자는 늘 우선순위다. 현 CEO가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개선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현모 KT 대표이사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총 때까지다. 2002년 민영화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이용경·남중수 전 CEO 이후 처음으로 KT 내부 출신이 CEO가 된 것이다. 구 사장은 2020년 3월 30일, KT 주주총회서 KT 대표이사 사장으로 공식 취임한 뒤 사내 방송을 통해 발표한 취임사에서 “KT그룹을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 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국민 기업, 매출과 이익이 쑥쑥 자라는 기업, 임직원이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KT 민영화 취지를 이해해줘야…아무나 와서 경영할 수 있는 회사 아냐”

그럼에도 내년 3월 구 대표이사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KT 안팎의 분위기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과거 공기업 시절, 호남과 영남 간 지역 안배나 퇴임 공무원의 일자리 마련 같은 폐해는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지배구조는 여전히 불안하다. 정부가 KT를 완전 민영화하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자는 취지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골드만삭스, 아시아지배구조협회 등에서 최고의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으로 KT를 평가하는 것과는 온도 차가 난다.

남 전 사장은 “KT가 지속가능 발전해서 글로벌 한 기업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외부 이해관계자(정치권 등)들의 이해와 협조가 중요하다. KT 민영화의 취지를 이해했으면 한다”면서 “내부 임직원들의 의지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탁월한 경영성과를 통해 전문경영체제의 우수성을 각인시킬 필요도 있다. 외부에서 아무나 와서 경영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KT의 CEO 선임에 관여하지 않았다. 민간주도 혁신경제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도 KT의 민영화 취지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일각에선 KT가 차라리 특정 재벌기업 소유가 되든지 해서 오너경영체제에 편입돼야 지배구조에 대한 혼란이 줄어들 것이란 시각도 있다.

남 전 사장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물론 재벌 오너경영체제의 장점도 많다. 그러나 글로벌한 시각에서 보면, KT 같은 선진화된 지배 구조도 필요하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기업 선택 시 어떤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인가도 선택지가 됐으면 한다. 직원부터 출발해 최고경영층까지 올라가며 보람을 느낄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 사회적으로 오너경영체제와 전문경영체제간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남중수 전 KT 사장


회사 차원서 능력·리더십 검증해 인재 확보해야


그는 CEO의 재임기간에 대해서는 “실적으로 평가받아 적임이라고 판단되면 최소 연임은 해야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KT 정관에 따르면 CEO 선정 절차는 현 CEO가 연임을 희망하는 경우 이사회에서 현 CEO에 대해서 연임 여부를 먼저 판단한 뒤, 연임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사내외 공모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특히 남 전 사장은 CEO 풀 육성을 강조했다. 젊은이들이 KT에 입사해서 CEO가 되는 길을 열어주고, 회사 차원에서 각자의 능력과 리더십을 검증해가는 과정에서 CEO가 될만하다고 평가받는 풀들이 생긴다면 전문경영체제가 안착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그는 “CEO 육성 프로그램은 너무 중요하다. 다만, 너무 공식화해서 운영되면 장점보다 단점이 존재할 수 있다”면서 “주요 보직자들(주요 임원들)을 이사회 주최 세미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하면서 CEO 풀을 육성하고 이사회에서 평가받게 하는 게 낫다. 물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KT 익명 게시판(블라인드)에서 ‘직원들이 역대 CEO 중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혔다’고 내부 직원들을 통해 들었다고 물으니 “역대 CEO들은 제가 존경하는 분들이며 모든 분들이 그 시점에 KT 발전을 위해 훌륭한 역할을 하셨다. 직원들이 선정한 가장 존경받는 CEO라는 건 과분한 평가”라면서 “리더십은 다양한 면을 갖고 있어 하나로 정의하기 쉽지 않지만, 굳이 중요한 한두 가지를 꼽는다면 미래 비전 제시 능력과 대내외 소통 능력”이라고 말했다.

KT를 떠난 지 15년이 지나 언론과 인터뷰를 꺼리는 그에게 이데일리의 KT 민영화 20주년 인터뷰 요청을 수락한 이유를 물었다. 남 전 사장은 “사양하려 했지만, 감회가 깊고 특히 보이지 않게 역할을 하신 분들께 감사하기 위해 인터뷰를 수용했다“고 답했다.

후배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요청했더니 ”제가 CEO로 취임했을 때인 2005년 슬로건인 ‘고객 중심, 주인 의식, 열린 문화’는 진부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KT는 모든 직원이 주인인 회사, 신입 직원도 최고경영자까지 기회가 열려 있는 회사, 선진형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무한대 역할이 가능한 회사가 될 것“이라며, “임직원 여러분이 만들어가 주시길 바란다. 제 졸저 에세이 <함께 빛나는>의 제목처럼, KT는 고객과 함께 빛나는, 사회와 함께 빛나는, 직원 모두가 함께 빛나는 회사로 발전할 것”이라고 힘있게 응원했다.

남중수 전 KT 사장은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 학사, 듀크대 경영학 석사, 매사추세츠대 경영학 박사 △체신부 장관 비서관(1981)△한국통신 경영계획과장(1982) 한국통신 사업협력실장겸 SK텔레콤 비상임이사(1998)△한국통신 IMT사업추진본부장(2000)△KT 재무실장(2001)△KTF 대표이사(2003)△KT대표이사(2005, 2008)△대림대총장(2013)△현 서울대공과대학 객원교수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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