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이변 속출.. 새 집, 10년 된 집보다 2000만 원 싸게 나왔다
급기야 인근 헌 아파트 전세 시세 밑돌아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통설 증명되는 셈
입주 가뭄 서울은 오히려 새 집 프리미엄
최근 금리 인상 여파로 '8월 전세대란' 우려가 쏙 들어갈 만큼 전세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더해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지역에선 새 아파트 전셋값이 인근 헌 아파트 전셋값을 밑도는 보기 드문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시장에선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업계의 격언이 이번에도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인천·경기, 새 집 전셋값 뚝뚝
부산 도심지역인 진구는 지난해만 해도 전셋값이 6.9%나 뛰어 부산 15개 자치구 중 상승률 5위였지만, 올해는 누적 상승률이 마이너스(-0.21%)로 돌아섰다. 전셋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톱3 지역(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들어갈 정도다. 올 상반기까지 대체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이 지역 전세 시세는 지난달부터 꺾이더니 급기야 이달 들어선 하락폭이 배 이상 커지며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이 지역에선 9월부터 3개 아파트, 총 4,017가구가 입주에 들어가는데, 꿈쩍 않던 전셋값이 일시에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자 뒤로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내달 부산 진구 연지동 래미안어반파크에는 총 2,616가구가 입주하는데, 현재 나온 전세 매물이 517가구(월세 119가구)에 이른다. 바로 옆 전포동에 들어서는 e편한세상시민공원 1·2단지(1,401가구)에서도 전세물량이 371가구가 나왔다.
현재 인근 중개업소에 등록된 래미안어반파크 전용면적 59㎡ 전셋값은 2억6,000만~3억 원 선.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집주인들이 최고 4억5,000만 원에 전세를 내놨고, 실제 3억5,000만 원에 계약이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전세 물량이 쏟아지며 세입자 들이기가 어려워지자 상황이 급반전해 지금은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전셋값을 낮추고 있다. 급기야 최근엔 2억6,000만 원짜리 급매물도 속속 나오는데, 이는 같은 면적의 인근 입주 10년차 연지자이(2011년 입주) 아파트 전셋값(2억8,000만 원)보다 싸다. 이 지역 A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물량이 많아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 지금은 보증금을 3,000만 원으로 낮춘 월세도 수두룩하다"며 "집주인은 괴롭겠지만 수요자로선 저렴한 가격으로 최고급 아파트에 살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수도권 사정도 비슷하다. 내달 경기 성남시 중원동에 입주하는 2,411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인 신흥역하늘채랜더스원는 입주일이 가까워질수록 전셋값이 낮아져 최근엔 4억2,000만 원(전용 59㎡)짜리 전세 매물이 나왔다. 이는 인근 같은 면적의 중앙힐스테이트2차(2014년 입주) 전셋값(최근 4억5,000만 원 계약)보다 낮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인천 부평구 부평신일해피트리더루츠(1,116가구)는 현재 중개업소에 등록된 전세물량만 302개에 이른다. 전용 59㎡ 전셋값은 대략 3억 원 안팎인데, 이는 같은 면적의 근처 쌍용더플래티넘부평(2021년 12월 입주) 전셋값(3억2,000만~3억4,000만 원)보다 저렴하다. 특히 내년 10월 인근에서 5,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입주까지 예정돼 있어, 앞으로도 나올 전세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인근 중개업소들은 보고 있다.
"전셋값 잡는 최고 방법은 물량 폭탄"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내달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3만6,000여 가구로 자료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동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경기(1만3,801가구), 부산(6,589가구), 인천(2,825가구), 대구(2,413가구)에선 이미 전셋값 조정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서울은 정반대다. 2020년 4만9,525가구를 기록한 서울 입주물량은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어 올해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2만3,000여 가구 수준이다. 내년 역시 올해와 비슷한 수준(2만3,000여 가구)에 그칠 걸로 전망된다.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오히려 새 아파트 전셋값은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주변보다 훨씬 비싸다. 올가을 입주를 앞둔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푸르지오센트럴파크 전용 59㎡는 7억 원 안팎의 전세 매물이 올라왔다. 이는 같은 면적의 인근 아파트 전세 시세 대비 2억 원가량을 웃도는 가격이다.
서울 강남의 B중개업소 대표는 "전셋값을 안정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임대차 2법'과 같은 인위적인 규제가 아니라 공급 확대"라며 "서울은 재개발 등을 통한 공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그사이 대규모 이주수요도 고려하면 전셋값 대폭 하락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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