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미래학회 석학과의 미래전략 좌담회]분야별 석학 "현실과 가상의 융합 시너지 찾아야"

안호천 2022. 8. 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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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팬데믹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며 언제 어디서나 실제와 같은 경험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기술에 관심이 높아졌다. 시공을 초월해 가상세계에서 회의와 수업,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경제활동까지 가능한 메타버스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컴퓨팅 연산 능력은 점차 높아져 스마트폰으로도 1초에 15조8000억번을 연산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높아진 연산 능력을 기반으로 발달한 인공지능(AI)은 거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통찰력을 제공하는 등 디지털 전환 핵심 도구로 자리잡았다.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초현실 세계를 경험하고 언제든 원하는 정보를 보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은 인류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신이 된 인간을 뜻하는 '호모 데우스(Homo Deus)' 역시 AI나 메타버스 같은 기술 발전에 따라 등장한 용어다.

이제 AI와 메타버스로 인한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각 국가와 기업의 지상과제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신문은 국제미래학회와 공동으로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시대, 변화와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각 분야 석학, 오피니언 리더와 함께 AI와 메타버스로 인한 세상의 변화를 전망하고 국가 경쟁에서 한 걸음 앞서나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참석자(가나다순)

-강건욱 서울대 의대 교수

-권호열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김형준 명지대 교수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

-이남식 국제미래학회 명예회장

-이창원 한국프로젝트경영학회 회장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최운실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 이사장

△사회=김승규 전자신문 통신미디어부 부국장

◇사회(김승규 전자신문 통신미디어 부국장)=AI와 메타버스가 화두다. AI와 메타버스로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가.

◇권호열(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메타버스 기술을 통해 가상세계에서 본인의 아바타로 제2의 삶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또,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수천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고,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원하면 언제라도 보고 들을 수 있게 됐다. 인터넷과 AI의 발달 덕분이다.

마치 2003년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주인공이 전지전능한 신의 능력을 얻게 된 것처럼 인간은 수많은 정보를 알게 되면서 오히려 무엇을 결정하고 선택하고 행동해야 할지가 중요해졌다. 이처럼 미래 인류의 삶은 기술 발달로 '호모 데우스'에 점차 가깝게 다가갈 것이다.

안종배 국제미래학회장

◇안종배(국제미래학회 회장)=AI와 메타버스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류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화혁명 등을 통해 다양한 욕구를 해결해 왔다. 팬데믹으로 인해 다시 한번 인류 전체의 문명사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류는 팬데믹 속에서 내면의 자아실현을 위한 방안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초지능, 초연결, 초실감 등을 구현하면서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로 AI와 메타버스가 주목받게 됐다. 원래 개발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더 빨리 발전했다. 이 기술들이 모든 영역에 영향을 주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남식(국제미래학회 명예회장)=AI와 메타버스는 문명의 변화 이외에 경제적 변화도 일으킬 것이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융합되면서 기존 경제가 확장된다. 디지털 자산을 비롯해 모든 거래 방식, 기업 영업 방식 등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온라인 거래가 물리적 거래의 두 배 가까이 커지고 기존 상거래 방식은 사라지는 등 엄청난 변화가 예견되고 있다.

인류는 부의 창출을 위해 가상공간을 활용할텐데 이 과정에서 효율성이나 비즈니스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 바로 AI와 메타버스다.

◇사회=의료나 제조, 교육 분야는 어떠한가.

◇강건욱(서울대 의대 교수)=국내 의료 분야는 전자의무기록(EMR)이 가장 많이 보급됐고 의료영상도 우리나라 기업이 앞서기 때문에 외국에서 우리나라 사례를 공부하는 상황이다.

현재는 데이터에 의한 환자 진단과 치료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동시에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진료가 확산됐다. 코로나19 때문에 급격히 늘었고 관련 서비스 앱도 20여개나 된다.

서울대병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멀리 있는 환자도 한두 달에 한 번만 병원을 방문하고 나머지는 비대면으로 진료한다.

컴퓨터 단층촬영(CT) 데이터, 혈액 데이터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단하고 치료한다. 환자와 마주보는 게 아니라 동시에 같은 화면을 보면서 데이터를 공유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진료가 가능하다.

앞으로는 혈당 수치를 비롯한 다양한 의료 데이터가 모이고 기존 병원 정보와 합쳐지는 등 데이터 기반 치료가 늘어날 것이다. 그 자체가 바로 헬스케어 아바타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전에 모니터링해서 예방하고 초기 진단하는 게 일상화될 것이다.

◇이창원(한국프로젝트경영학회 회장)=제조업은 과거 제조 도면이 컴퓨터 기반 설계(CAD)로 발전했고, 2차원 도면이 3차원 도면으로 달라지면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게 됐다. 이게 가능하게 된 것이 메타버스와 AI 같은 기술이다.

2019년 스탠퍼드대 연구소장은 미국 초등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때는 지금 있는 직업의 40%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80%가 사라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엄청난 변화로 AI와 메타버스가 이 같은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기술과 산업 생태계가 급변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이남식 국제미래학회 명예회장

◇최운실(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 이사장)=최근 모로코에서 수년만에 교육 관련 회의가 열렸는데 2500여명이 메타버스를 통해 실시간 회의를 했다. 인천 연수구에서도 수천명이 메타버스에 모여 회의를 했다. 그만큼 큰 변화가 이미 일고 있다.

먼 미래에는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대학이 관광상품화 될 수도 있다. '과거의 사람들은 이런 곳에 모여서 공부를 했다'는 식으로 메타버스로 인한 변화가 클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은 '사피엔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라도 결국 이끌어 가는 것은 사람이다. AI도 사람이 설계하고 만든다. 미래에 대비하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학습에 달려 있다. AI와 인간은 경쟁이 아니라 상생하는 관계다.

◇권호열=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에 동감한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에도 결국 변화하지 않는 본질적이 것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예로 들면 모든 기업은 원가경쟁력, 품질경쟁력, 고객에 대한 치밀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 세 가지는 AI와 메타버스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이 중요했지만 다품종 소량생산, 고객 맞춤형 시대에는 AI를 통해 고객 수요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즉, 본질은 그대로이긴 한데 각 요소의 중요도(비중)는 바뀌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이나 이를 위한 교육도 달라질 질 것이다.

◇이남식=과거에 '가상(세계)'은 실존하지 않는다고 해 가치가 없다고 봤다. 실상과 가상이 별개의 개념으로 구분됐다. 그런데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디지털을 적용하는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을 통해 두 세계가 가까워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서로간의 영향이 많지 않았지만 두 세계가 완전히 통합되는 미래가 나타날 것이다.

우리 사회도 AI와 메타버스를 통해서 디지털 전환을 완성하는 것, 이를 위해서 교육과 사고방식, 세계관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운실=교육계에서는 '지금 있는 곳 자체가 교실'이라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장소도 가상화과 현실이 조합된 하이브리드 환경이 늘어난다. 연세가 있으신 시니어 분들도 친숙해 한다.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교육을 하지 않아도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서 교육을 하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조동성(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AI와 메타버스가 포스트 인터넷 시대라고 본다면 두 가지 현상이 예상된다. 20년 전에 포천은 집중화, 인수합병 등을 통해 향후에는 글로벌 500대 기업을 집계하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세계 기업 수는 오히려 75% 늘어났다. 같은 기간 세계 인구 수가 26%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3배에 가깝다. 포천의 예측이 틀린 것이다.

이유는 큰 기업은 커지지만 그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을 커버하는 작은 기업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즉, 첨단 기술이 발달하면서 대기업은 성장하고, 중소기업이 무너지면서 경쟁력을 가진 소규모 기업이 동시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대학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대학이 410여개인데 다들 대학 수가 줄어들 것이라 얘기한다. 물론 큰 대학은 더 커지고 작은 대학은 통폐합되지만 이를 대체할 고등교육 기관이 늘어날 것이다. 치킨대학, 김미경대학 등이 그 예다.

◇김형준(명지대 교수)=정치 분야와 연결해보면 한국의 정치는 빅데이터에 취약하다. 대부분 결정을 직관에 의해서 한다. 또, 거의 대면으로 업무를 하는 등 가상세계보다는 현실세계를 훨씬 중시한다.

그러나 정치 영역에서도 조만간 다른 영역에서처럼 AI나 메타버스 활용이 늘어날 것이다. 안 그러면 퇴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AI나 메타버스는 정치에 대한 자율성을 높여주는 도구다.

미국의 경우 풀뿌리 민주주의로 로컬에서 시작해 연방으로 정치가 확산했다.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렸다. 이제는 메타버스를 통해 이 같은 방식이 가능해질 것이다.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1600년대 미국에서처럼 가상세계에서 누구나 참여하고 이를 통해 보상을 받고, 민주 시민의식을 강화하고 변화와 역동성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권호열=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비중을 보면 현실세계의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게 첫 번째 단계, 두 세계의 비중이 비슷한 게 두 번째 단계, 가상세계의 비중이 커진 게 세 번째 단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첫 번째 단계다.

◇이남식=젊은층은 암호화폐 등 탈중앙화에 열광한다. 그러나 가상세계에서의 자산, 화폐 등이 현재 민법이나 재산권 위배 여부 판단이 어려워 문제가 되는 경우가 생겨날 것이다.

기존 화폐 또는 실물자산과 연동해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주목을 받았지만 루나나 테라 등은 알고리즘 문제점 때문에 실패했다. 물론 실패를 딛고 완성도가 높아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플랫폼에 대한 문제다. 현재 플랫폼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누리고 있지만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에 대한 대가에 대해서는 이슈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이슈를 해결해 빨리 세계로 나아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창원 한국프로젝트경영학회장

◇안종배=정치 분야 얘기를 다시 하자면, 스페인의 한 대학 조사에서 AI가 현직 국회의원을 대신하는 것에 대해서 찬성하느냐는 설문에 응답자 6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탈리아에서는 59%, 중국은 75%로 설문이 실시된 국가 전체로는 과반이 정치인보다 AI가 낫다고 응답했다.

사람들이 현 정치체제에 실망을 가지고 대의민주주의에 회의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잘 만들어진 스마트 거버넌스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에 물어보고 민의를 수렴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물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창원=가상현실을 통해 시간과 공간, 지리적 제약을 뛰어넘어 교육이나 정치 참여 기회를 주는 게 메타버스의 역할이다. 만나고 싶은데 못 만나는 상황을 가능하게 해주고 인간성을 확대해줄 수 있는 기술이자 서비스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궁극적 목적이 행복과 사회성 확대라면 메타버스가 이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사회=AI와 메타버스로 인해 변화될 미래상을 얘기해주셨다. 그렇다면 변화에 대비해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이남식=메타버스를 통해 우리는 엄청난 경험을 공유하고 확장할 수 있다. AI와 메타버스가 인간 능력의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단, 기존에 교육이 국영수 위주였다면 향후에는 데이터를 읽고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데이터 해독 능력인 '데이터 리터러시'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커질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국민 전체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어떻게 향상시킬지가 중요하다.

◇권호열=앞서 거론됐던 직접 민주주의가 굉장히 중요할 듯하다. 이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도 상당히 중요하다. 세대별로 디지털을 접하는 매체가 왜곡돼 있는 경우가 있을 텐데, 디지털 리터러시를 통해 디지털 매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동성=실수의 세계는 17세기까지 지속되다가 데카르트에 의해서 허수의 세계가 등장했다. 실수와 허수가 합쳐져 복소수로 확장됐다. 이를 통해 물리학과 전기공학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세상이 바뀌었다.

우리는 실수에 해당하는 현실세계에서 허수에 해당하는 가상세계로 발을 담그고 있다. 복소수가 그랬듯이 가상과 현실이 합쳐져 폭발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우린 아직 그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 이제부터 이 두 세계를 합쳐 폭발적으로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최운실=교육 분야 최대 화두는 경험이다. 그냥 경험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있는, 온몸으로 느끼는 체험이다. 그냥 경험과 체험은 차이가 있다. 메타버스 시대에는 직접 체험하고 느껴보는 것에 한계가 없어진다. 이는 교육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과거 이어령 선생이 강조한 '디지로그'가 필요하다. 이질적인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효과적으로 접목해 교육 분야에 적용해야 한다.

◇이창원=메타버스를 7개의 밸류체인으로 나눈다면 경험, 발견·검색, 크리에이터 경제, 공간 컴퓨팅, 탈중앙화, 휴먼인터페이스, 기반시설 등 7개 층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높은 층이 바로 경험이다.

메타버스는 경험을 확장한 실감경제이고 현실과 가상세계를 동시에 왔다 갔다 하면 새로운 세계관, 생태계, 문명이 형성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AI와 메타버스를 경험하는 층이 극소수라면 모든 사람들이 그 효익을 같이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지식층의 임무다. 같이 가는 세상이 돼야 한다.

◇사회=개인이나 가정, 사회, 정부 등 각각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이남식=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시간이 꽤 흘렀다. 그런데도 AI 하면 생각나는 게 그때 밖에 없다면 우리는 실패한 거다. 딥러닝 알고리즘에 대해서 이해하는 대중이 얼마나 되나.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데이터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메타버스에서 제공하는 경험이나 현실감은 시각화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는 유니티나 언리얼 같은 게임 엔진이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기본 메카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AI나 메타버스 얘기가 나오면 거부감이나 공포감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게 아니라 누구든지 사용하고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알리는 게 중요하다.

◇이창원=데이터 민주화가 필요하다. 초개인화, 맞춤화 서비스도 있어야 한다. 여러 사람이 자유롭게 접속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양한 사람이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운실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 이사

◇안종배=중국과 미국이 싸우는 것은 미래 때문이다. 다양한 미래 기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반도체 때문에 경쟁을 한다. 우리 역시 이 같은 관점에서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미래를 볼 수 있는 시각이 중요한데 이를 차·차·차(Cha·Cha·Cha)로 표현한다. 첫 번째는 체인지(Change)로 미래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두 번째는 챌린지(Challenge) 변화를 읽고 도전해야 한다. 마지막은 찬스(Chance)로 변화를 기회로 만들자는 것이다.

미래는 온택트와 스마트 플랫폼이 중심이 될 것이고 AI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 메타버스를 통한 체험 서비스도 중요해질 것이다. 데이터 리터러시를 비롯해 모든 것을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비해야 한다

◇이남식=미래 사회시스템에서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게 포지티브 시스템의 법 체계다. 허용되는 것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규제하는 식이다.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최소한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풀어주는 식으로 가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을 예로 들면, 법이 강화되면 이용자 불편은 커지고 데이터 활용이 제한된다. (가명정보 같은) 익명화된 데이터 활용을 늘려야 한다. 규제를 완화하기 이전에 규제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가족이 건강검진을 받고 진단서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데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대신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대학에서는 동창회 명부도 못 만든다.

권호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김형준=과거 사례를 보면 규제개혁을 하지 않는다는 정부는 없었다. 다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핀테크를 보자. 5년 전 화두가 됐다가 상당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이 출현할 때는 과감하게 허용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게 미래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길이 될 것이다.

◇강건욱=지금도 배가 출항할 때면 일일이 서면으로 서류를 작성한다. 안전과 관련된 정보는 다 전산화해서 공개해야 하는데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가 여럿이다 보니 컨트롤이 안 된다.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데이터에 대한 권한 이슈뷰터 해결을 해야 한다.

◇최운실=인간은 AI와 비교해 지혜가 뛰어나다. 사람과 사람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다음 단계는 결국 사람의 문제다.

'달에 갔다 왔는데 앞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는 예시는 우리 사회의 역설이다. AI와 메타버스 시대에는 이 역설을 뒤집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권호열=현 정부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는데 디지털 관련 과제가 63개로 60%를 차지한다. 또 4대 정책 방향인 민간중심 역동경제, 체질개선 도약경제, 미래대비 선도경제, 함께가는 행복경제도 모두 디지털 경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 디지털 정부는 이미 세계 1등이다. 1등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1등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을 키우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그 경험과 데이터, 서비스를 그대로 민간으로 전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한류 붐이 강하다. 우리 기업 해외 진출 등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생겼으니 이를 기반으로 AI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 경제 정책 방향도 메타버스, AI로 대표되는 디지털 산업에 조금 더 투자하고 국가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사회 변화뿐만 아니라 글로벌을 리딩할 수 있는 AI와 메타버스 기업이 나타나야 한다. 지금부터 10년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한다면 리딩 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는 2009년 제1차 유비쿼터스 종합계획의 결과물이다. 누리호 역시 2013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가 적기 때문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강건욱 서울대 의대 교수

◇안종배=지금은 미래를 위한 리부트의 기회다. 코로나19 때문에 더 빨리 왔지만 새로운 재도약의 기회다.

한국은 사물인터넷(IoT), 초고속 유무선 통신망 등 다른 나라에 없는 핵심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주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의 과제는 이런 기반을 비즈니스에 접목하고 사업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기회를 통해서 다시 한번 디지털 강국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의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정리=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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