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의 확인..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지휘자 김선욱의 만남 [리뷰]
롯데콘서트홀, 2022 클래식 레볼루션
'KBS교향악단의 멘델스존 교향곡 제4번'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신드롬’을 확인하고, ‘클래식 스타’의 탄생을 목도한 자리였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사상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으로 인해 한국 클래식 시장은 다시 뜨거워졌다. 임윤찬이 지난 6월 19일 이 콩쿠르에서 우승하자, 가장 먼저 매진 사례를 기록한 공연은 바로 롯데문화재단의 ‘클래식 레볼루션 KBS교향악단의 멘델스존 교향곡 제4번’이었다. 남아있던 좌석은 ‘콩쿠르 우승’ 타이틀과 함께 삽시간에 팔려나가 바로 그날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지난 2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된 이 공연의 객석은 ‘남녀노소’를 불문했다. 전통적인 클래식 애호가 세대인 중장년층은 물론 아직 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은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 단위 관객, 젊은 남녀 관객들까지 2000여 석의 롯데콘서트홀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이 꽉 들어찼다.
임윤찬이 등장하자 객석은 함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이날 임윤찬은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과 함께 ‘멘델스존 피아노협주곡 제1번 G단조 OP.25’를 연주했다.
임윤찬은 힘찬 오케스트라를 이어받아 묵직하게 건반을 누르며 1악장의 포문을 열었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합의점을 찾기 위해 화합하듯, 대련하듯 이야기를 주고받는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할 땐 임윤찬의 연주 특성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 임윤찬은 자신의 연주를 마친 후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쪽으로 몸을 돌려 그들을 바라보고, 곧이어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면 자세를 고쳐앉아 연주할 타이밍을 기다렸다. 암보한 연주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제스처이기도 했다.
1악장의 피아노는 오케스트라 안에서 굳이 튀거나 도드라지려 하지 않았다. 오케스트라 소리에 묻어나면서도 도리어 무게를 잡아주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영롱한 타건 사이 사이로 테크닉이 묻어날 땐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서정시 한 편을 써내려간 2악장에선 숨죽인 객석을 울리는 피아노 솔로가 압권이었다. 그 뒤로 비올라와 첼로가 이어받고, 다시 피아노와 만나는 순간은 명화 속의 한 장면처럼 남았다. 서정적인 2악장이 끝나자, 금관이 현란한 소리를 내며 이어받았다. 3악장에선 선명하고 영롱한 피아노 소리가 흐르고, 상승세를 이어가다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을 터뜨리며 마무리. 관객은 아낌없는 함성을 보냈다.
임윤찬이 협연자로 나온 1부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앙코르 무대였다. 무대로 피아노 의자 하나가 더 등장하자 눈치 빠른 객석에선 일찌감치 환호성이 들렸다. 스타 피아니스트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팬서비스’였다. 첫 번째 앙코르 곡은 지휘를 마친 김선욱과 임윤찬이 함께 한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 C장조 K. 521 2악장 안단테’였다. 김선욱의 묵직한 소리 위로 임윤찬의 선명하고 맑은 타건이 얹어졌다. 이어진 두 번째 앙코르는 멘델스존 환상곡 OP.28 중 1악장(Mendelssohn Fantasy in F- sharp minor op. 28 Sonate Ecossaise)이었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때와는 또 달라진 소리의 결을 마주하는 앙코르였다. 임윤찬의 연주는 소리도 타건도 선명했다. 그 안에 도사리는 열정을 발산하는 소년의 면모까지 보였다. 스타 피아니스트는 마지막 앙코르를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초고속으로 퇴장했다가 다시 초고속으로 등장해 무대 곳곳을 돌아보며 인사했다. 이날 무대에선 흔치 않게 임윤찬의 환한 미소까지 볼 수 있었다. 임윤찬이 얼굴 가득 미소를 띄며 벅찬 심경을 표현하듯 가슴에 손을 얹자, 객석은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했다.
이날 연주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새싹 지휘자 김선욱의 무대였다. 지난해 KBS교향악단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곡 7번으로 데뷔한 김선욱은 이후 꾸준히 국내 무대에 서고 있다. 공연에선 코른골트 ‘연극 서곡’과 멘델스존 교향곡 4번을 들려줬다.
무성영화 시대의 공포극을 보는 듯한 코른골트 ‘연극 서곡’의 도입부는 흥미로운 드라마의 출발을 알렸다. 부드러운 금관 위로 수상한 바이올린이 더해져 음악은 이어지는 마디 마디를 기대하게 했다. 묵직하지만 청량감 있는 소리의 향연과 팀파니의 연주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도입부에서의 기대감과 달리 온화하게 이어지는 전개와 클래시컬한 마무리는 다소 지루했다.
2부에 연주한 멘델스존 교향곡 4번에서의 김선욱을 보고 마에스트로 정명훈을 연상하는 관객들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지휘 제스처나 지휘 중 나오는 행동들이 그랬다. 멘델스존 교향곡 4번은 온화한 김선욱과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화창한 ‘봄날의 햇살’같은 현악기가 1악장의 문을 열고, 우아한 선율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김선욱은 자연스러운 흐름을 중시하는 지휘자의 면모를 보였다. 2, 3악장에선 특별한 다이내믹 없이 자연스러운 연주가 이어졌다. 격렬한 춤곡의 4악장이 시작되기 전 3악장의 끝에 떨어뜨린 지휘봉을 주워든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4악장은 이전과는 달리 춤곡의 묘미를 살려 경쾌함이 주를 이뤘으나, 전체 악장을 통틀어 조화와 절제를 강조해 종종 심심해진 연주였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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