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유서가, 어제의 책 시리즈 '단테 신곡 강의' 눈길[화제의 책]
세상의 모든 책은 어제의 책이다. 어제의 책은 오늘을 해석하고 내일을 비춘다. 그러므로 어제의 책은 오늘의 책이고, 내일의 책이며, 언제나 살아 있는 책이다.
그런 점에서 교유서가 ‘어제의 책 시리즈’는 눈길을 끌 만하다. 절판된 비운의 도서를 찾아 독자에게 다시 선보이는 기획이 고마울 만큼 참신하다.
‘단테 신곡 강의’(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 이영미 옮김 /|교유서가)도 그중 하나다.
10대 중반에 단테 ‘신곡’을 읽으며 애착을 갖게 된 한 소년이 있었다. 그는 언젠가 반드시 ‘단테’를 공부하리라 마음먹었다. 소년은 살아 있는 사람이 천국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신곡’의 장대한 구상에 놀란 동시에 지옥문의 비명에서 희망이 덕목임을 배웠고, 베아트리체를 향한 단테의 순수한 동경에 감명을 받았다.
소년은 ‘신곡’을 제대로 읽고 싶어 영어·프랑스어·독일어 번역본을 비교했고, 이탈리아어와 라틴어를 배우고 스스로 번역도 했다. 대학에 들어가 철학을 공부하면서 이탈리아어 원전 ‘신곡’을 발견하고 열심히 읽던 중 지도교수에게서 “우선 아리스토텔레스에 전념하게”라는 말을 듣고 서글퍼했다.
소년은 아리스토텔레스 공부에 몰두해 서양철학의 기초를 공부하면서도 토요일 밤마다 3시간씩 ‘신곡’ 원전을 두세 권의 주석서와 함께 읽고 노트에 기록하며 공부했다. 어디를 가든 이 공부만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전쟁 중에도 구하기 힘든 자료들을 찾아 읽으며 50년이 넘도록 ‘신곡’을 공부했다. 소년은 여든을 바라보는 노인이 됐다.
미학과 윤리학을 전공했지만 오랜 시간 ‘단테’를 공부하고 있다는 소문이 한 재단에 알려졌고, 재단으로부터 강의 요청을 받았다. 그는 부끄러웠고 기뻤다. 이후 1997년 3월29일부터 1998년 7월25일까지 회당 2시간의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단테와 관련 있는 이탈리아 포도주를 마시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때의 강의 기록을 2002년 11월에 한정판 단행본으로 출간했으나 이내 품절됐고, 2004년 여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개정보급판으로 다시 펴냈다. ‘단테 신곡 강의’는 이 개정보급판을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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