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말라붙자 7000년전 무덤 나왔다

김광태 2022. 8. 2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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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만에 유럽을 강타한 최악의 가뭄에 강과 저수지가 말라붙자 그 밑바닥에서 7000년 전 스페인판 '스톤헨지'와 청동기 시대 건물터 등 수천년간 묻혀있던 고대 유적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또 롬바르디아 오글리오강에서 청동기 시대 목재 건축물 토대가 나왔고, 인근 코모호수 바닥에선 10만년 전의 사슴 해골과 하이에나, 사자 등의 잔해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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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강에서 발견된 2차대전 독일 군함.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월 3일(현지시간) 스페인 카세레스주 발데카나스 저수지에서 모습을 드러낸 고인돌 유적.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8월 3일(현지시간) 스페인 카세레스주 발데카나스 메마른 가뭄에 저수지에서 모습을 드러낸 '과달페랄의 고인돌' 유적. <로이터=연합뉴스>

500년 만에 유럽을 강타한 최악의 가뭄에 강과 저수지가 말라붙자 그 밑바닥에서 7000년 전 스페인판 '스톤헨지'와 청동기 시대 건물터 등 수천년간 묻혀있던 고대 유적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1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서부 카세레스주 발데카나스 저수지에선 이달 초 수백개의 선사시대 돌기둥이 신비한 형상을 드러냈다.

이 유적은 스페인판 스톤헨지, 공식적으론 '과달페랄의 고인돌'로 불린다. 7000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물은 1926년 독일 고고학자가 최초로 발견했다. 그러나 1963년 프랑코 독재정권 치하에서 농촌 개발 프로젝트로 댐이 만들어지면서 침수됐다. 그런데 이베리아반도의 건조한 날씨로 저수지 수위가 총량의 28%까지 내려가자 그 모습을 완전히 노출했다.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역에선 기원후 69∼79년 건설된 로마의 요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수지가 조성돼 1949년에 물 아래로 잠겼던 이 유적은 현재 2만4000㎡ 규모의 면적 전체가 드러난 상태다. 저수지 건설로 30년 전 이곳에 수몰된 아세레도 마을도 옛 모습을 드러냈다. 엘베강이 흐르는 체코 북부 데친에선 '기근석'이 등장했다. 강물이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면 사람들은 이 기근석에 날짜와 자신들의 이름을 새겼다. 데친의 기근석에는 1417년과 1473년의 연도가 아주 희미하게 남아있다. 1616년, 1707년, 1893년 등의 연도는 분명하게 보인다. 라인강이 흐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남쪽의 보름스와 레버쿠젠 근처의 라인도르프 등지에도 기근석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탈리아에선 포강의 수위가 7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북서부 피에몬테에서 고대마을의 유적이 나타났다. 또 롬바르디아 오글리오강에서 청동기 시대 목재 건축물 토대가 나왔고, 인근 코모호수 바닥에선 10만년 전의 사슴 해골과 하이에나, 사자 등의 잔해가 발견됐다. 로마 티베르강에선 네로 황제가 건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 유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르웨이에선 빙하가 녹자 철기 시대 양털 옷과 로마시대 샌들 등이 발견됐다.

세르비아 항구도시 프라호보 인근 다뉴브강에서 탄약 등이 실린 채로 침몰한 2차 대전 당시 독일 군함 20여척이 발견됐다. 스위스 남부 헤셴 빙하 등지에선 1970∼1980년대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등반객 3명의 유골이 수습됐다.

이밖에 중국에선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자 강바닥에서 600년 전 불상이 발견되는가 하면 세계 최대 옛 석불 러산대불이 전체 모습을 드러냈다. 21일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쓰촨성 러산시 양쯔강 상류 민장강, 칭이강, 다두강이 합쳐지는 지점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러산대불의 받침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러산대불은 평소에는 강 수위가 높아 받침대를 볼 수 없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발까지 물에 잠긴다. 러산대불이 자리 잡은 지역의 현재 수위는 평년보다 2m 이상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링윈대불이라고도 불리는 러산대불은 당나라 시기 민강 옆 높은 절벽을 깎아 만들었으며, 높이가 71m에 달하는 중국 최대 석불이다. 불교 성지로 유명한 높이 3000여m의 어메이산과 한 데 묶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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