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열풍 속..정부 "영유아 검진에 자폐검사 확대 추진"
질병청, 개선 위해 관련 연구용역 발주
자폐 항목 단독 검사지 추가 방안 논의
"빠른 진단으로 2차 문제 막을 수 있어"
올해 3월, 만 5살이 된 신미경(29)씨 아들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았다. 또래에 비해 언어 발달이 느려 치료를 받던 중 치료사로부터 검사 권유를 받고서야 자폐를 발견했다. 미경씨는 “돌까지도 눈 맞춤이 잘 돼 말만 조금 느리다고 생각했다”며 “국가에서 해주는 영유아 검진이 좀 더 정밀했더라면 언어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좀 더 빨리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으면서, 자폐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질병관리청도 국가 ‘영유아 건강검진’를 통해 자폐 장애를 지금보다 좀 더 빨리 발견해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건강검진 항목에 자폐 진단 검사를 추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질병청은 최근 영유아 건강검진 과정에서 자폐 스펙트럼 의심 영유아를 좀 더 빨리 발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영유아 건강검진 내 정서 사회성 발달 개선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내년 상반기 결과 도출이 목표다. 질병청 관계자는 “기존 (영유아검진) 도구론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발견에 제한이 있어 여러 문항을 추가 개발하는 연구”라며 “국가건강검진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최종 제도 개선안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새로운 영유아검진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생후 14일부터 71개월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8차에 걸쳐 ‘영유아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지적장애, 자폐증, 언어장애 등을 발견할 수 있는 ‘발달선별검사’는 3차 검사(생후 9∼12개월)부터 실시된다. 검사 결과는 △양호 △추적검사요망(지속 관찰 필요) △심화평가권고(발달지연 의심) △지속관리필요(이미 발달문제 진단 받았거나 치료 중)로 나뉘는데, 발달장애 정밀진단을 필요로 하는 ‘심화평가권고’를 받을 경우 광역자지단체에서 지정한 의료기관 등에서 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의 ‘영유아건강검진 내 발달선별검사 판정 현황’을 보면, 발달선별검사 과정에서 심화평가권고를 받은 영유아는 2016년 1.68%에서 2020년 2.38%로 증가했다.
질병청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항목을 영유아검진에 추가함으로서 더 많은 자폐 의심 환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영유아 검진에 사용되는 K-DST(영유아 발달선별검사)는 6개 발달 영역(대근육 운동, 소근육 운동, 인지, 언어, 사회성, 자조)에 대한 질문에 부모가 응답하는 형태다. 자폐 스펙트럼 발견을 위해선 시기별로 눈맞춤, 호명 반응, 부모와의 상호작용과 스킨십, 언어 발달 등을 꾸준히 확인해야 하는데, 현행 영유아 검진은 이런 사항을 확인하기엔 검사 항목 수가 적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질병청은 현행 K-DST 검사지에 질문을 추가하는 방향이 아닌, 자폐 항목에 대한 단독 검사지를 만드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유희정 분당서울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자폐인지 모른 채 발달이 늦고 독특하다고 생각하고 그걸 고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문제 행동 유발 등 이차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일찍 진단을 받으면 제대로 된 방향키를 가지고 아이를 위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폐를 조기 발견하고 적정하게 치료하기 위해선 영유아 건강검진 개선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진이나 보육 교사 등이 더욱 적극적으로 아이를 관찰하고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희정 교수는 “자폐는 사회에서 여전히 낙인 효과가 큰 탓에 진단을 하는 사람도 아이가 자폐라는 진단을 끝까지 조심스레 아끼고 간호사나 보육 교사 등 자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지적했다. 자폐 장애를 가진 중학교 3학년 아이의 부모 고아무개(50)씨는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아닐 거야’란 식으로 진단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이 빠른 진단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조기 진단은 장애 아동과 가족 나아가 사회적 돌봄 비용을 줄이는 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고위험군 환아를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발달 전문가를 어린이집 등에 파견하거나 현재 인력을 활용해 교육을 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취약층 영유아가 발달선별검사에서 심화평가권고 판정을 받을 경우, 정밀검사비를 지원하고 있다. 의료급여 수급·차상위계층은 최대 40만원, 건강보험료 부과금액 하위 70% 이하 가구는 최대 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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