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을 통해 내일을 보는 '질서의 지배자들'[화제의 책]

엄민용 기자 2022. 8. 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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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의 지배자들 표지



최근 국제질서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대립,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에 맞물린 러시아와 유럽국가들의 대립 등 세계 곳곳에 일촉즉발의 기운이 감돈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의 ‘담대한 구상’을 북한은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깎아내리면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일 갈등 또한 화해의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가 간 대립뿐 아니라 경제·사회·환경·문화 등 온갖 영역에서 크고 작은 대립이 벌어지고, 이는기존 질서의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한마디로 ‘질서 혼란의 시대’다.

이러한 환경에서 세계 질서체계의 지배적 논리를 이해하고 지배자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질서 혼란의 시대’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제와 오늘의 질서를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질서의 지배자들’(임승빈 지음 / 법문사)은 이러한 점에 주목한 책으로, 사회과학에 입문했거나 입문하려는 사람과 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책의 기본 줄기는 통시적인 역사 인식과 문화인류학적인 사회구조의 변화나 과학기술의 변화 속에서 출렁이는 정치·경제·사회의 질서체계에 대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서양을 관찰하고 비교·분석한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고대국가에서부터 현대국가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장으로 나눠 정치·경제·사회 분야 질서체계의 지배적 논리와 지배자들의 특성을 살폈다.

제1장 ‘권력자와 권위자로 나타나는 질서의 지배자들’에서는 질서의 개념과 범주를 설명하고, 제2장 ‘고대국가에서의 질서’에서는 ▲신과 인간이 혼재된 고대도시에서의 질서 ▲동서양 질서의 충돌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 질서의 탄생 등을 이야기한다. 제3장 ‘중세국가의 질서’에서는 ▲서기 313년 기독교 공인 이후의 질서 ▲십자군 전쟁으로 인한 중세국가들의 질서 재편 ▲한자동맹 도시국가들의 질서체계 등에 대해 알아본다.

이어 제4장 ‘유럽 절대주의 국가의 질서’에서는 ▲대항해와 30년 종교전쟁 이후의 질서 ▲질서의 새로운 지배계층으로서 관료와 시민의 등장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질서의 탄생에 주목한다. 특히 ‘근대국가에서의 질서’를 살펴본 제5장에서는 ▲1392년 세계는 눈을 뜨고 조선은 눈을 감다 ▲조선의 중앙과 지방의 질서체계 ▲구한말의 질서체계 등 근대 우리나라의 질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근세 중국의 질서체계 ▲동북아 3국의 전통적 질서체계를 무너뜨린 아편전쟁 ▲일본의 개항과 메이지정부의 탄생 등 한반도를 둘러싼 질서체계를 되돌아본다.

이어 제6장 ‘현대국가들의 질서’에서는 ▲국가와 사회의 관계 ▲신자유주의와 진보의 경제질서 ▲한국의 경제적 질서의 세습화 ▲한국의 사회적 지배자들의 특성 등을, 제7장 ‘강한 국가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서는 ▲정치·경제·사회적 질서체계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강화 ▲자기 성찰적 공동체 지향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이 책은 핵심 주제어인 ‘질서’라는 개념이 순서 정연한 질서(order)가 아니라 조화적 질서(cosmos)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무질서(disorder)에도 가치가 있으며, 패러다임 전환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와 같다.

즉 각자의 국가와 사회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정치·경제·사회 체계의 고유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정서적 공동체를 강조하는 것 역시 무용해지고 무의미해졌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국가와 사회의 질서체계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어떤 질서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그것이 저자의 의도다. 그 과정에서 질서의 지배자들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책을 읽는 추가적인 즐거움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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