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유독 아픈 손가락' 中서 내년 전기차 생산한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 세계 3위에 오른 현대차그룹이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와 제네시스 등 고급 모델 및 브랜드를 앞세워 반전을 노린다.
이혁준 현대차그룹 중국 대표는 최근 베이징 최대 번화가 왕푸징 인근 대형 쇼핑센터 안에 문 연 300㎡ 규모 도심형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하반기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하고 친환경, 고성능 자동차 모델을 앞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현대차는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등 유럽 고급 브랜드와 중국 현지 중저가 브랜드들 틈에 끼어 헤매는 모습을 보여왔다. 2016년 판매량 114만대, 시장점유율 7.35%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직후인 2017년 78만대, 지난해 38만5000대로 실적이 급전직하했다. 중국 첫 공장인 베이징 1공장을 현지 완성차 업체에 팔고 충칭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사드에 의한 반한 감정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중국산 자동차들이 빠르게 품질 수준을 높이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은 원인이 컸다. 고급차종 시장에서는 모델 부족으로 역시 자기 위치를 잡지 못했다.
이 대표는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이 됐는데 소비자들이 중형 쏘나타나 산타페 정도로 현대차를 인식하고 있다"며 "현대차가 어떻게 글로벌 3~4위급 회사가 됐는지 보여주기 위해 친환경, 고성능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형 전시장을 문 연 건 브랜드 가치 높이기의 일환이다. 대리점이 아닌 순수 전시장인데 중국 베이징자동차 합작사인 '베이징현대'가 아닌 현대차 단독 쇼룸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올 뉴 팰리세이드, 수소차 넥쏘, 고성능 N브랜드 중 i30 N TCR 레이싱카 등이 전시됐다.
한쪽에서는 수소차 운영 시스템을 보여주는 여러 장치들과 현대차 기술력을 보여주는 영상이 흐른다.
베이징 내 유명 백화점 SKP백화점 인근에는 제네시스 전용 쇼룸이 10월 내지 11월 문을 열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전기차를 생산하고 판매한다. 중국 내 폭발적인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응하고 기술력을 갖춘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가 포함된 신에너지차(NEV) 판매량은 352만1000대로 전년 대비 150% 늘었다. 올 5월 말 전기차 보급률은 18%로 2020년 5.9%에서 크게 높아졌다. 같은 시기 유럽(16%)이나 북미(6%)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운 건 2010년부터 시행된 보조금 정책이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2016~2020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받은 보조금 액수는 총 329억4600만위안(약 6조4600억원)이다. 현재는 순수전기차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300㎞ 이상인 차량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준다. 보조금 재정을 줄이기 위해서다. 올해 보조금 액수는 지난해보다 약 30% 삭감됐다. 시장 선점에 실패한 현대차가 보조금 혜택마저 받기 어려운 여건이라 전략 짜기가 만만치 않은 환경이다.
이 대표는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최근 몇 년 사이 고전한 건 사실"이라며 "기술력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판매도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은 '베이징현대차'가 맡는다. 현대차의 고유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을 생산할지, 어느 라인에서 생산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는 합자회사 '베이징현대차'가 결정할 일이다.
현대차는 중국 4대 모터쇼 중 하나로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청두모터쇼에서 팰리세이드 신모델 출시가격을 공개할 계획이다. 연말에는 수소차 넥쏘를 수입해 판다. 현대차 자체 매출도 중요하지만 포지셔닝에 실패한 베이징현대차를 측면 지원하는 의미도 크다.
이 대표는 "지난해 광둥성 광저우에 연료전지 시스템 공장 투자를 시작했는데 올해 말 완공할 전망"이라며 "시스템 공장은 자동차 엔진과 같기 때문에 현대차뿐 아니라 중국 모든 자동차 기업을 상대로 협력 관계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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