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 선배 김선욱과 나란히 앉아 '네손 앙코르'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2022. 8. 2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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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저녁 서울 롯데콘서트홀.

올해 6월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의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쏟아지는 갈채에 거듭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임윤찬이 이 날의 지휘자인 선배 피아니스트 김선욱(34)과 함께 선보인 '네 손 앙코르'였다.

'빠름'이란 인상이 앞서는 이 곡의 템포를 임윤찬과 지휘자 김선욱은 한 클릭 더 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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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저녁 서울 롯데콘서트홀. 올해 6월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의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쏟아지는 갈채에 거듭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앙코르를 기대하며 박수를 보내던 청중은 무대 오른쪽 문이 열리고 피아노 의자 하나가 더 들어오자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즉시 환호와 함께 한층 커다란 갈채를 보냈다. 임윤찬이 이 날의 지휘자인 선배 피아니스트 김선욱(34)과 함께 선보인 ‘네 손 앙코르’였다.

이 콘서트는 롯데콘서트홀이 주최한 ‘클래식 레볼루션 2022’ 축제 열 개 무대 중 아홉 번째 순서인 ‘KBS 교향악단의 멘델스존 교향곡 4번’이었다. 이날 임윤찬은 멘델스존의 피아노협주곡 1번 G단조를 협연했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의 승전보가 전해지기 전에 미리 확정된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낭만주의 피아노 기교와 극한의 도취를 선보이는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이미 피아노 팬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한층 규모가 작고 단아한 멘델스존의 협주곡에서 어떤 새로움을 들려줄지 일찌감치 관심이 집중됐다.

콘서트의 문은 20세기 초의 신동 작곡가이자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아버지’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코른골트의 열네 살 때 작품 ‘연극 서곡’이 열었다. 김선욱 지휘 KBS교향악단은 곡의 도취적인 고조보다는 선명한 음향의 색상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두 번째 순서는 이 날 청중의 기대가 쏟아진 멘델스존의 협주곡이었다. 20분 남짓한 간소한 규모와 구르는 듯한 경묘한 터치로 피아노 팬들에게 기억돼온 작품이다. 시작부터 단단했다. ‘빠름’이란 인상이 앞서는 이 곡의 템포를 임윤찬과 지휘자 김선욱은 한 클릭 더 조였다. 첫 악절부터 관객은 안심했다. ‘편히 들으세요, 믿고 가죠’라는 듯 임윤찬의 정교한 타건은 한 순간의 빈틈이 없었다.

그는 타악기처럼 옥타브로 오가는 상행 하행음형을 온 몸을 써서 질주했다. 정교하게 설계된 독주부와 관현악 반주부의 주고받기도 더 이상 흥미로운 ‘티키타카’가 없었다. 중기 낭만주의 음악 특유의 가벼움과 열병 같은 열정이 절묘하게 섞인 멘델스존 협주곡의 색깔은 이전에 듣던 임윤찬의 레퍼토리들과 다른 ‘케미’를 이뤘다. 2악장의 명상적인 악구들에서 지어내는 페달의 차분한 색깔들도 일품이었다. 화음 연결을 더없이 달콤하게 이어가면서 잠시도 색상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협주곡에서 선보인 16년 선후배의 찰떡 호흡은 환호 속에 앙코르로 연주한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소나타’ K. 521 2악장 안단테에서도 한결같았다. 두 사람의 깨끗한 터치와 절묘한 음량 배분은 한 몸에 네 손이 달린 듯했다. 앙코르 요청이 계속되자 김선욱은 자신이 앉았던 피아노 의자를 멀찍이 옮겨놓고 제2바이올린 단원들 뒤에 풀썩 앉았다. 임윤찬은 두 번째 앙코르로 ‘스코틀랜드 풍 소나타’라는 별명이 있는 멘델스존의 환상곡 F샤프단조를 꿈 같은 명상의 표정으로 들려주었다.

콘서트 2부에 김선욱 지휘 KBS교향악단은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를 들려주었다. 녹음으로 듣는 이 곡에 비해 현의 에너지감이 약간 적어 이탈리아의 선연한 색상이 줄어들었지만 플루트 두 대의 화사한 색감이 이를 보충해주었다. 연주 뒤에 김선욱은 플루트 주자들을 가장 먼저 일으켜 세웠다. 19세기 예술가가 해석한 남국의 여름밤 같은 달콤한 저녁이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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