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흐름 좇는 유목민족의 삶 숨가쁜 현대 일상과 낯선 조우 [박윤정의 샌베노 몽골]
2022. 8. 21. 12:01
⑦ 울란바토르 박물관
수흐바토르 광장 옆 국립 미술관
사회주의 시절 경직된 그림부터
직관적 표현의 작품까지 공존해
국립박물관엔 생활 방식 한눈에
국회의사당·오페라극장도 눈길
수흐바토르 광장 옆 국립 미술관
사회주의 시절 경직된 그림부터
직관적 표현의 작품까지 공존해
국립박물관엔 생활 방식 한눈에
국회의사당·오페라극장도 눈길
툴강 유역에 위치한 울란바토르에는 몽골 인구 311만명 중 148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도시를 둘러싼 신성한 4개의 산은 북쪽 경사면으로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고 남쪽으로 대초원이 펼쳐져 있어 햇볕이 잘 드는 평화롭고 개방적인 지역이라 설명한다. 하지만 상상한 숲은 도심에서 찾을 수 없고, 햇볕이라고 하기에는 뜨거운 태양열이 살갗을 태울 듯이 피부의 수분을 빨아들이고 호흡마저 가쁘게 몰아쉬게 한다. 현대 생활이 몽골 전통 생활 방식과 편안하게 조화를 이루는 대조적인 도시라는 여행안내 책자의 문구가 무색할 만큼, 급속하게 발전하는 도심의 모습은 칭기즈칸(Buyant-Ukhaa) 공항을 찾아 전통적인 유목민 생활방식을 경험하고자 했던 관광객들에게 변화하는 모습으로 낯선 인사를 건넨다. 도심을 특징짓는 고층 건물로 현대적인 생활방식을 좇아가는 그들의 숨 가쁜 일상의 모습 역시 변화한 유목민족의 삶이다.
한국으로 입국하기 전,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호텔 컨시어지에게 가까운 병원 예약을 요청했더니 간호사가 호텔로 출장을 올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관광객에게 다른 물가에 비하면 출장 검사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듯하여 예약 서비스를 부탁하고 객실로 올라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비로 내려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내려가니 가운을 입은 간호사가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면봉으로 간단히 검사를 진행하고 병원으로 돌아간다. 검사결과는 2시간 후에 나올 거라며 호텔로 가져다줄 거라 설명한다. 아마도 영문 서류작성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듯하다. 호텔에 서류 보관을 부탁하고 다시 관광에 나서기로 한다.
휴식을 취해서인지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흐바토르 광장까지 걷는다. 도시 중심부 남쪽에 위치한 호텔에서 북쪽 광장까지는 10여분. 광장 오른편으로 몽골 국립 현대미술관이 있다. 현대 회화와 공예품, 조각, 판화가 전시된 국립 미술관은 작은 규모이지만 과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몽골 현대 미술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어 흥미롭다. 조금은 낯설 수도 있는 사회주의 시절의 경직된 그림부터 직관적 표현의 그림까지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국립 현대미술관을 벗어나 수흐바토르 광장 북쪽으로 의과대학을 지나면 녹음이 우거진 공간을 지나친다. 멀리 보이는 조각상과 문양들이 눈에 익다. 관공서 정원인 듯하다.
몇 걸음 더 걸으니 몽골 역사 문화 박물관이라고도 하는 몽골 국립 박물관이다. 혁명 박물관 건물에 최근 세워진 박물관으로 석기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몽골 역사에 대한 전시품을 둘러볼 수 있다. 대초원을 말을 타고 옮겨 다니는 유목민의 독특한 문화와 그들의 생활방식, 오래된 생활용품 및 보석류들도 전시되어 있다. 붉은색 벽돌 건물 외관과 어울리지 않는 큰 종, 대형 현대 조각상, 전시 안내 관광판 덕분에 박물관임을 짐작할 수 있다. 현대 조각상은 1930년대 정치적 탄압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념물이라 한다. 전쟁사 박물관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칭기즈칸의 많은 유물과 예술품, 군사 장비 및 무기들도 접할 수 있다.
국립 박물관을 나와 서쪽으로 이동하면 자나바자르 불교 미술 박물관이다. 박물관을 가는 길은 다른 곳과 달리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젊은이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불교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들러보라는 지인의 추천이 있었지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고 다시 흘러내리는 땀을 식히기 위해 카페로 들어섰다. 메뉴 주문은 다행스럽게도 한국 브랜드 카페라 어렵지 않다. 미지근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거리의 행인들을 쳐다본다. 날씨에 익숙한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몽골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수도원인 간단 수도원(Gandan)과 자연사 박물관을 뒤로하고 울란바토르 중심부에 있는 메인 광장, 수흐바토르 광장을 다시 스친다. 국회의사당, 증권거래소, 드라마극장과 오페라극장, 문화궁전과 대학교를 비롯하여 중요한 건물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으니 랜드마크들이 다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검사소 역시 지금 시대를 반영하듯 광장 한 모퉁이에 자리한다. 호텔에서 검사를 미리 하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긴 줄을 서서 검사를 했겠지! 광장을 벗어나 다시 남쪽으로 걷는다. 익숙한 한글도 보이고 정자도 보인다. 순간, 사람들 말소리가 멀어지고 웃음소리만 울려 퍼지니 이곳이 몽골인지 한국인지 싶기도 하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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