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숨져도 '부의금' 보내는 시대.."가족이니까"
경기도 광주시에 거주하는 A씨 가족이 키우던 반려견 B(요크셔테리어)가 최근 숨졌다. 17살을 넘긴 B가 지난 17일 갑자기 기력을 잃는 모습을 보이자 A씨 가족은 B를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하지만, 수의사는 “가망이 없다”면서 “집에 데리고 가서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B는 집으로 돌아와 이튿날 오전 2시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이날 A씨 집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부부와 딸 등 가족 3명은 모두 회사에 휴가를 낸 뒤 B의 장례를 치렀다.
A씨는 저세상으로 간 반려견을 화장하기 전, 꽃과 함께 관(바구니 형태)에 넣은 반려견의 사진을 주변의 친한 사람들에게 보냈다. 반려견 B를 가족처럼 여기며 예뻐해 주던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에게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요. 그동안 사랑을 많이 받았으니까 좋은 곳으로 갔을 거예요. 우리 가족들의 작은 마음을 담았어요. 장례비용에 보태 쓰세요.”
그런데 A씨의 한 친척 가족이 이런 문자와 함께 10만 원을 보내왔다. 일종의 부의금을 계좌로 보내온 것이었다. 그 친척 가족은 A씨와 수시로 교류하면서 반려견과도 자주 만났고, 역시 가족처럼 지내왔다. A씨는 친척이 보내온 돈을 장례비용(65만 원)의 일부로 사용했다.
A씨는 반려견 B를 해외에서 근무할 때 입양했다. A씨는 “반려견은 힘든 외국 생활을 견디게 하는 데 큰 힘이 됐고, 그런 과정에서 ‘완벽한’ 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귀국 후 친척 집이나 지인의 집을 방문하는 경우에도 A씨 가족은 B와 함께 했다. 이번에 부의금을 보내온 친척 집에도 여러 차례 반려견과 함께 놀러 간 적이 있다.
부의금을 보낸 친척 C씨는 “B가 저세상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고, 슬펐다”면서 “B의 죽음으로 엄청난 슬픔에 빠져있을 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부의금을 보냈다”는 뜻을 A씨에게 전했다. 부의금을 보낸 친척 역시 7년 전, 15년 동안 키우던 반려견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나서 큰 상실감에 빠진 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려동물이 숨을 거둔 뒤 가족 이외의 친지들이 장례비용에 보태라면서 부의금 성격의 돈을 건네는 것은 물론 반려동물 장례에 필요한 용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경기지역의 반려동물 화장업체 D사 관계자는 “반려견 등이 숨을 거둔 뒤 가족은 물론 친지까지 함께 와서 장례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경우 장례비용을 친지가 대신 내주거나 수의 등 장례에 필요한 용품을 구매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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