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상어와 사진 찍으실래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 변호사는 고래를 통해 사건과 사람을 이해한다. 우영우가 유레카를 일으킬 때 화면에는 너른 바다 위에 튀어 오르는 물방울과 함께 돌고래가 등장한다. 이 고래가 아쿠아리움 유리창 안에 있다면 어떨까? 아마 자유로움을 이런 식으로 비유하기 불가능할 것이다. 자신의 습성을 잃어버린 고래란 전시물(품)일 뿐이다. 2022년에는 전시물품으로 등장한 또 다른 대형 해양동물도 있었다.
믿기 어려운 ‘동물학대’ 포토존
눈을 의심했다. 8월1일 접한 단신 기사는 믿기 어려웠다. 서울 용산 이마트에서 상어 사체를 포토존으로 내놓았다. 수산물 판매 코너의 좌대 위에 피를 머금은 상어 사체가 올라와 있다. 상어 아래에는 얼음이 있었다. 그리고 ‘상어 사체와 사진 찍으세요’라는 자칭 ‘특별한 이벤트’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상어 사체는 ‘팔거리+볼거리+찍을거리’가 됐다. 이 사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등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많은 이가 분노했다. 명백한 동물학대였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마트의 생명윤리 의식을 규탄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상어 사체 전시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을지는 몰라도 사회의 보편적 상식과 시민의식을 무시한 처사였음에, 이마트의 반성과 각성을 촉구했다. 전시한 상어는 백상아리였다고 한다. 백상아리는 국제협약으로 무역거래가 금지된 종(CITES 2급)이며 멸종위기 취약 등급(REDLIST VU) 종으로 등록돼 있다. 어린이들이 읽는 책에서 백상아리는 점프력이 좋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 중 하나로 꼽힌다. 9살 아이에게 물어보니 백상아리는 소량의 피 냄새만 맡고도 목표를 향해 달려온다고 한다.
이마트는 “5월부터 가오리, 개복치, 부시리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이색 어종 전시’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색 어종이란 무엇인가. 다르고 괴상한 것을 전시해 스펙터클로 대상화하는 것은 힘 있는 자들이 만들어낸 길고도 질긴 역사였다. 20세기 초 미국의 박물관에서 에스키모인을 살아 있는 채로 전시관 안에 뒀다. 1897년 북극에 갔던 로버트 피어리는 에스키모인 여섯 명을 뉴욕에 데려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켄 하퍼가 쓴 책 <뉴욕 에스키모, 미닉의 일생>은 그 이야기를 다룬다. 당시는 인류학이 태동하던 시기로 여섯 명의 에스키모인은 ‘골상 연구’ 등에 활용됐다. 당시 여섯 명 중 가장 나이가 어렸던 소년 미닉은 이후 자신의 아버지 유골이 유럽의 자연사박물관에 ‘표본’으로 전시됐다는 것을 알고 충격에 휩싸인다. ‘표본’은 보는 사람을 위해, 일방적으로 대상의 일부를 절개하고 추출한다.
2022년 8월 용산 이마트에서 끔찍한 것은 상어의 피가 아니었다. 상어는 ‘이마트 수산의 시그니처’라는 팻말 아래 있었다. 상어 이벤트 안내문은 크게 세 가지를 전했다. 상어 소개, 샥스핀이나 돔배기 요리 방법, 끝으로 인형(상어) 모자와 함께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라는 안내였다.
이벤트 안내문은 순진무구했다. “촬영자는 원하는 포토존에 선다 → 비치된 인형 모자를 착용한다 → 피사체 옆에 가까이 붙는다 → 카메라를 줌으로 당겨 뒷부분과 함께 촬영한다→ 촬영한 사진을 인스타에 올린다~~^^;” 마지막에 물결무늬와 곤란함을 의미하는 이모티콘(^^;)은 뭘까. 이벤트는 사진 찍는 사람을 ‘피사체’로 명명했다. 이 안내문에는 분홍색 어린 상어 ‘핑크퐁’ 이미지가 들어가 있었다. 상어와 ‘사진’을 찍게 해준다는데 뭐가 문제인 발상이었을까.
‘당신도 전시의 일부임을 잊지 마시오’
용산 이마트 수산물 코너에 전시된 상어의 뒷모습을 보면 꼬리 부분에 피가 고여 있다. 만약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면 상어와 사람은 투숏을 이룬다. 비슷하게 정치 포토존에서 재난은 ‘피사체’가 된다. 2022년 8월 초 사람 목숨을 앗아간 재난 현장에서 정치인들은 “비가 예쁘게 와야 사진이 잘 찍힌다”고 말했다. 앞모습을 찍은 사진이면 충분하기에 그들은 앞뒤 문맥, 실제 상황을 잘라버리고 ‘침수 피해, 빗속의 나’를 과장하려 한다. 그들은 자신의 인격체가 사라진 몸을 전시 대상으로 삼으며 정치적 메시지를 박제하려고만 한다.
정확히 말해 상어 사체는 이벤트지 전시는 아니었다. 하지만 복합적 의미로서의 전시다. 이 이벤트를 인스타그램 사진 이미지로 뽑아내고, 해당 인스타그램 관람자들에 의한 겹겹의 홍보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다. 동식물과 관련한 전시란 다양하다. 살아 있는 동물을 가둬두는 동물원·아쿠아리움·체험쇼 등은 물론이고 식물·광물 등을 포괄하는 자연사박물관, 저 머나먼 시대의 공룡 전시 등도 있다. 동식물 관련 전시는 단순히 박제와 표본의 진열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동물자유연대(https://www.animals.or.kr/campaign/zoo)는 “동물을 상업적 목적을 위해 전시하는 동물원과 수족관에 반대”하는 캠페인과 입법 활동 등을 전개한다. 동물을 스펙터클화하고 교육이나 체험의 대상으로 삼는 예는 동물쇼와 체험 전시 외에 목장에서 제공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물 먹이주기’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전시는 전시물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전시를 보는 환경은 관람객의 정체성과도 직결된다. 사회학자 토니 베넷이 인용한 글은 언제나 전시장에 있는 내 뒤통수를 친다. “1901년 범미국박람회(Pan American Exposition)의 관람 수칙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었다. ‘당신이 문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당신도 전시의 일부임을 잊지 마시오.’”(토니 베넷, ‘전시복합체’, 1988년)
아이를 키우면서 동물의 존재 또한 새롭게 다가왔다. 동물은 만화 캐릭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이다. 만화 캐릭터는 뽀로로부터 핑크퐁에 이르기까지 각종 동물을 귀여운 아이의 얼굴을 대체하는 용도로 쓰인다. 동물은 또 에스에프(SF)적인 상상과 실제 계보의 역사이기도 하다. 공룡이 그렇다. 아이는 태어나서 몇 년 뒤 공룡에 빠지는 시기가 있다. 공룡 이름을 잘 외우는 또래 친구들과 공룡 모델을 가지고 노는 바로 그 시기에 공룡이 있는 전시장이라면 국내 어디든 갔다. 어린 시절에 갔던 과학박물관의 지구본에 대한 기억 이후 다시 새롭게 자연사를 배우는 기분은 새로웠다.
아이가 아니었으면 가지 않았을 아쿠아리움에 갔던 날, 최신 미디어 기술을 동원한 현란한 조명과 미디어파사드(건물 외벽에 조명 등을 설치하는 것)가 된 공간에 놀랐다. 아쿠아리움에 있는 많은 물고기가 이런 조명에 노출됐다. 제주도의 거대한 아쿠아리움(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서도 이빨이 사납다는 샌드타이거샤크, 몹시 추운 러시아 바이칼호수가 고향이라는 물범 등을 봤다. 이러한 생명체만으로는 부족한지, 이들이 존재하는 공간은 너무나 현란하고 화려했다. ‘쇼’를 멈추면 큰일 날 것 같은 인간의 강박 때문일까? 가오리 식사 시간을 보여주는 쇼도 있었고 제주 해녀 시범을 보는 시간도 있었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일까
몇 해 전 경남 고성에 있는 공룡박물관과 상족암군립공원을 찾았다. 공룡 발자국 화석을 진짜로 보는 경험은 신비했다. 이제 아이는 공룡을 졸업했다. 그래서 갈 일은 없겠지만 미국 애리조나에서 시작한 공룡의 몰입형 전시가 국내에서 열린다고 한다. 아시아 최대의 진짜 티렉스 화석을 볼 수 있는 전시라는데 무엇이 진짜고 가짜일까. 공룡보다 그 공룡을 비추는 빛이 더 강렬한 것은 왜 그럴까. 바닷가의 파도보다 워터파크의 인공파도가 더 센 것처럼 인공적인 것이 실체를 압도한다.
현시원 독립큐레이터·시청각 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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