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쿼터 제도, 국내 선수들의 생각은?

이재범 2022. 8. 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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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아시아쿼터 제도로 영입된 7명의 선수들이 국내선수 자격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국내선수들은 이 제도를 어떻게 바라볼까?

KBL은 2년 전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했다. 아시아 국적의 선수가 KBL 구단과 계약할 경우 국내선수처럼 활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대로 국내선수도 해당 국가로 자유롭게 진출 가능하다. 지난 2년 동안에는 일본만 적용해 나카무라 타이치가 DB에서 뛰었다.

이번 시즌부터 필리핀 국적 선수까지 범위를 넓히자 6개 팀이 필리핀 선수와 계약을 맺었다.

필리핀 선수들의 계약 조건이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데뷔해야 하는 국내선수보다 더 좋다.

필리핀 선수들은 최소한 1억 원 이상 첫 해 보수를 보장 받았고, 2억 내외 보수를 받는 선수도 있다.

이에 반해 드래프트에서 1순위에 지명된 국내선수의 계약 첫 해 보수는 15년 동안 1억 원으로 고정되어 있다. 더구나 2012년 10월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선수들은 계약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데뷔 첫 해 최대 받을 수 있는 연봉이 최저 보수(3500만원)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선수가 첫 두 시즌 동안 아무리 좋은 활약을 해도 필리핀 선수 첫 해 보수보다 적은 보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계약기간 2년인 필리핀 선수들은 2시즌 만에 대박의 기회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기량이 좋은 국내선수는 국군체육부대에서 군 복무를 할 경우 7시즌을 치러야 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대부분 제도는 KBL과 구단 관계자의 뜻에 따라 만들어지고, 수정과 보완이 이뤄지는 편이다. 프로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들의 의견은 배제된다. 최소한 선수들은 아시아쿼터 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

한 젊은 선수는 “제도는 나쁘지 않다. 우리도 다른 지역에 가서 뛸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면서도 “그 선수들이 왔을 때 대우는 국내선수와 비슷해야 한다고 본다. 국내선수 샐러리캡에 포함되는 아시아쿼터 제도라서 외국선수가 아니다. 국내선수 불만이 생긴다.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고참 선수는 “이 선수들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기에 국내선수로 여기지 않는다. 국내선수가 드래프트에서 뽑혀서 보수를 2억 원으로 올리려면 힘들다. 현재 이들은 국내선수 대우보다 좋은 조건으로 한국으로 온다. 신인 선수들은 못 느끼지만, 고참으로는 그런 걸 느낀다”며 “양재민 선수도 일본에서 좋은 대우를 받았다. 그런 면을 생각하면 우리 선수들도 잘 하면 더 좋은 조건으로 해외로 갈 수 있지만, 제도상 허술한 게 많지 않나 생각한다. 필리핀 리그는 1~2년, 일본도 단기 계약을 하는 것으로 안다. KBL에서는 선수가 계약기간에 묶여있어서 대학 졸업 등 그럴 때 나가지 않는 이상 해외로 나가는 건 쉽지 않다. 딜레마가 있다”고 해외 진출을 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구조라고 했다.

또 다른 고참 선수는 “한국 선수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게 맞는 거 같다. 우리도 일본을 갈 수 있다. (아시아쿼터 제도로 영입한 선수의 보수를) 샐러리캡에서 따로 분리하거나 (샐러리캡을) 더 올려서 더 많은 보수 받기를 원하지만, 필리핀 선수가 잘 하면 5~6억 원을 받을 수 있다. 한국선수가 나름 보수를 많이 받는 건, 자국에서 가장 잘 하면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듯이, 한국의 시스템 안에서 경쟁을 통해 이렇게 왔다”며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조금 아쉽지만, 큰 틀에서 거국적으로 보면, 우리 선수들도 경쟁력을 갖춰져야 한다. 국내선수도 모두 잘 하면, 일본 선수보다 잘 하면 일본에 가서 연봉을 많이 받을 거다”고 했다.

이어 “야구나 축구도 해외로 나가면 돈을 많이 받고 뛴다. 한국도 선수들이 각자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물론 아쉽기는 하다. 샐러리캡이 배구(남자배구 샐러리캡 41억 5000만원+옵션 16억 6000만원=총액 58억 1000만원)보다 적다”며 “구단 내부에서는 프로스포츠 운영이 다들 사회공헌 활동비라며 기부라고 하더라(웃음). 구단 운영이 마케팅 측면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허웅 같은 선수가 늘어나면 인기가 살아나고 구단도 투자를 많이 할 거다”고 국내선수들이 더 잘 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한 젊은 선수는 “지금 필리핀 선수들은 국가대표나 독일 2부 리그 활약 등 여러 방면으로 보여준 게 있다. 그 선수의 가치가 그 정도여서 그만큼 받는다고 생각한다”며 “국내선수에겐 자국리그다. 자국리그의 규정이 그렇기에 제도의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크게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며 개의치 않았다.

양재민(계약 기간 2년 총액 약 9억 원)을 예로 들며 일본 등 해외로 나갈 수 있다면 나가겠냐고 묻자 “농구 인생에서 배움이 있다면 어디든 상관이 없다. 지금은 이 팀에서 배우고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해서 여기에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며 “많은 돈을 받는 건 부럽지만, (양재민 선수가) 두 시즌을 치르면서 FA가 되어 그런 계약을 했다. 양재민 선수가 잘 해서 받은 거다. 부럽지만, 거기에 동요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필리핀 선수들과 출전 경쟁을 하거나 직접 매치업이 될 수 있는 젊은 가드 선수는 “크게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 (필리핀 선수들이) 2억 가량 받는 걸로 안다. 그 선수들보다 더 잘 하면 할 말이 생길 수 있을 거다”며 “가드가 많아서 매치업이 될 건데 안 밀리고, 저는 KBL 적응도 했기에 그런 걸 보여주면 연봉 협상을 하거나 증명할 수 있는 자리에서 증명할 거리가 많아진다. 나쁘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앞선 선수와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양재민과 같은 보수를 제안 받는다면 일본에 진출할 의사가 있는지 묻자 “그 정도 연봉을 제시 받는다면 어떤 선수든지 나가고 싶을 거다. 그 정도라면 망설이지 않고 나가고 싶다”며 “우선 한국에서 증명하고, 보여주고 싶다. 그 외에는 일본이나 다른 리그에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한 선수는 아시아쿼터 제도의 여러 가지를 지적했다.

“제도를 정확하게 해줬으면 한다. 제도를 뚝딱 만든 다음에 선수들에게 설명조차 없고, (국내선수들이) 피해를 본다고 할 수 없지만, 간접적 피해를 본다. 오는 선수들에게 불만이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제도가 생기면 국내선수 보호를 위한 대책도 있어야 한다. 이런 제도가 만들어졌으니까 너희는 따르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

필리핀 선수들은 집도 제공받는다. 우리보다 혜택을 본다. 우리도 필리핀으로 나갈 때 제약없이 보내주거나 FA 때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FA 때 일본이나 필리핀으로 간다면 구단에서 제약을 걸 거다. 시대도 변하고, 리그 수준도 올라간 만큼 그에 따른 제도 변화도 필요하다. 우리가 만들었으니까 너희들은 따라야 한다는 시스템이 남아 있어 아쉽다.

필리핀이나 일본 선수들이 KBL에서 활약하는 건 상관없다. 그들의 보수가 샐러리캡에 포함되면 샐러리캡을 그만큼 더 올려줘야 한다. 국내선수 샐러리캡에 포함되는 필리핀 선수들을 데려올 때 그들의 연봉만큼 샐러리캡을 증액시켰어야 한다. 샐러리캡은 그대로인데(이번 시즌에는 3년 만에 물가 인상 등을 반영해 25억 원에서 26억 원으로 1억 원 인상) 필리핀 선수를 데려와서 그만큼 국내선수 연봉이 적어지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우리가 해외 시장으로 나갈 수 있게 KBL에서도 다리를 자연스럽게 놔줘야 한다. 지금은 국내선수가 직접 알아봐야 한다. 필리핀이나 일본 선수들은 에이전트를 통해서 들어왔다. 그럼 국내선수도 에이전트 제도를 허용해야 한다. 그럼 일본이나 필리핀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볼 수 있다.

우리는 에이전트를 두지 못하게 해서 해외로 나가는 방법을 힘들게 해놨다. 그러면서 해외 선수들은 (에이전트를 통해 KBL에) 들어온다? 이건 어불성설이고 시대에 뒤처진다. 에이전트라도 허용해줘야 FA나 해외 진출을 알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양재민 선수 같은 경우 (일본에서) 국내 탑급 선수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 그럼 이와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은 일본 진출을 알아보고 싶고, 궁금증이 생긴다. 그런데 알아볼 수 있는 기회조차 쉽지 않다.

경쟁을 해야 수준이 올라간다는 건 선수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해외 선수가 들어오면 우리 선수들의 몸값이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는데 구단도 해외 구단과 경쟁을 하면 우리 선수들의 몸값이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 있다. 그런 경쟁은 막을 생각만 하고, 선수들은 경쟁을 시키려고 하는 자체가 너무나도 아쉽다. 구단도 다같이 경쟁을 해야 한다.

양재민 선수 사례가 있듯이 일본으로 가고 싶어하는 선수도 관심과 호기심을 가질 것이다. 지금은 그런 관심도 못 받는 환경이다. 그래서 에이전트 제도가 꼭 필요하다. 모든 선수들이 에이전트를 쓸 건 아니다. KBL은 왜 막아놨는지 모른다. 필리핀 선수들은 연봉 협상을 에이전트가 하고, 우리 선수들은 구단과 협상하면서 얼굴을 붉힌다. 이 부분이 가장 아이러니하다. 리그가 한 차원 더 경쟁력이 생기고, 성장하려면 에이전트 제도가 있어야 한다. 다른 것을 도입해 경쟁을 시켜야 변화하고, 그 변화에 맞게 성장하는 게 맞는데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리그의 문제다.”

해당 선수가 잘못 알고 있어서 바로 잡을 것이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KBL에서도 FIBA 에이전트 자격증이나 변호사 이상으로 그에 준하는 자격을 갖춘 사람은 국내선수 에이전트 역할도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선수도 이적 형식으로 일본이나 필리핀 리그에 진출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는 이적료가 발생할 수 있다. 시즌 중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는 외국선수를 영입할 때 바이아웃 비용을 지불하는 것과 똑같다.

대신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KBL에 데뷔하지 않았거나 FA라면 아무런 제약 없이 해외 구단과도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FA가 자유롭게 해외 리그로 진출 가능하다고 하지만, 리그마다 선수등록이나 협상 기간이 다를 수 있어 선수 등록이 아시아쿼터 제도(4라운드 이내 등록)처럼 유연해야 한다. 현재 FA 제도처럼 딱 정해진 기간에 모든 계약을 마무리해야 한다면 해외 진출을 바라는 선수에겐 완전한 자유가 주어진 게 아니다. 등록 기간의 여유가 있어야 해외 진출을 충분히 알아본 다음에 국내 잔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큰 틀에서 문제가 없어 보여도 하나하나 따지면 허술한 부분이 나오는 것처럼 한 고참 선수는 아시아쿼터 제도를 토대로 국내선수에게 적용되는 규정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보면 이전의 제도가 잘못 된 거다. 국내선수에게 제한을 했던 게 잘못 되었기에 이제는 모든 부분이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한국은 이게(국내선수 제도) 역차별이라고 한다면 이걸(아시아쿼터 제도) 바꿔버릴 거다. 국내선수 입장에서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아시아쿼터 선수와 국내선수가) 똑같은 프로 선수인데 (국내선수는) 신인으로 5년 계약을 한다. 또 양재민 선수도 KBL로 돌아오면 (신인선수와) 똑같은 적용을 받을 거다. 어디에 맞춰서 보느냐의 문제다.

(아시아쿼터 제도는) KBL의 다양성, 개방의 측면에서 (국내선수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고 봐야 할 수도 있다. KBL에서는 그렇게 봤을 거다. KBL의 세계화를 위해서 (국내선수가) 희생을 해야 한다고 여기는 듯 하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이게(아시아쿼터 제도로 계약한 선수들이) 특혜지만 정상이다. 이것에 맞는 제도의 변화가 따라와야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잘못 되었다고 이건 배제하고 가는 게 아니라 이걸 바라보며 신인 선수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 또 계약기간을 소진하려면 27경기 이상 출전선수 명단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군 복무 후 등록한 시즌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이런 점 등을 보완해줘야 한다.

당연한 건 인정을 하고, 이쪽(국내선수 관련 제도)을 보완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내부(선수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아시아쿼터 제도로 영입된 선수의 보수가) 샐러리캡이 포함되어 나에게 와야 하는 게 저쪽으로 갔다고 여긴다. 사람의 본성이다. 제도에서 형평성의 문제가 드러났다. 선수들이 을이라서 말을 안 하지만, 속으로 이상하다고 여길 거다. 문제가 있다.”

여기에서 언급된 의견이 모든 선수들의 생각을 대변하지 않는다. 아시아쿼터 제도를 일부 선수는 크게 개의치 않고 있지만, 일부 선수는 제도의 모순이 있기에 국내선수에게 적용되는 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_ 점프볼 DB, 구단(삼성 KGC 현대모비스 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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