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성공한 건 삼성인데..TSMC 선택한 애플에 '발칵' [강경주의 IT카페]
웨이저자 TSMC CEO "3나노 진행 상황 기대에 부합"
애플 칩 수주로 '인텔 리스크' 해소됐단 평가도
"삼성전자 3나노 대형 고객사 공개 없어 아쉬워"
삼성전자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초미세공정 경쟁을 펼치는 대만 TSMC가 3나노(nm·나노미터) 최초 고객사로 애플을 유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까다로운 보안 때문에 정확한 정보 공개가 잘 이뤄지지 않는 파운드리에서 통상 고객사 네임밸류는 안정적인 수율 확보의 바로미터(기준)로 인식되기 때문에 애플이 칩 생산을 맡길 정도로 TSMC의 3나노 공정이 안정화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에 성공했지만 이렇다 할 빅테크 고객사를 공개하지 못한 삼성전자와 대비된다.
"TSMC, 다음달 애플용 3나노 칩 대량생산 돌입"
20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정보기술(IT) 매체 맥루머스는 최근 대만 커머셜타임스를 인용해 TSMC가 다음달부터 애플용 3나노 칩 대량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보도대로라면 애플 M2 프로 칩은 TSMC의 3나노 공정을 적용한 최초의 칩이 된다. 과거 대만 IT 매체 디지타임스도 TSMC가 M2 프로 칩을 포함해 올 하반기 애플용 3나노 칩 대량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대만 공상시보 역시 지난 17일 "TSMC가 3나노 공정의 기술 연구개발과 시험생산을 마치고 올 3분기부터 대량생산에 들어갈 것"이라며 "9월 양산에 돌입하면 초기 수율이 5나노 공정 초기보다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업무브리핑에서 "3나노 공정 진행 상황이 기대에 부합하며 올 하반기에 좋은 수율로 양산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TSMC 3나노는 5나노와 비교해 동일한 상황에서 집적도가 1.6배 증가하고 속도를 15% 향상시키며 소비 전력은 30%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TSMC의 3나노 전환은 향후 아이폰, 맥 등 애플 제품의 더 빠른 성능과 전력 효율, 배터리 수명 향상에 기여할 것이 확실시된다. TSMC는 우선 애플에 3나노 칩을 공급한 다음 수율을 더 끌어올려 내년에는 인텔, 미디어텍, 퀄컴, 브로드컴에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TSMC는 초기 버전인 N3 공정 외에 N3E와 N3P, N3S와 N3X 등 모두 5종류의 공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3나노 기술을 점진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세대 3나노 공정인 N3E는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TSMC의 3나노 애플칩 적용 보도가 나오자 업계에서는 최근 TSMC의 '인텔 리스크'가 해소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TSMC가 3나노 양산을 위한 생산시설 확장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인텔은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메테오 레이크'에 들어갈 그래픽엔진 'tGPU'(GPU 타일)의 생산을 TSMC에 맡겼다가 주문 물량 대부분을 취소하고 제품 검증을 위한 소량 생산으로 계획을 틀었다.
이에 따라 메테오 레이크의 양산 일정은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연기됐다가 다시 내년 말까지 밀린 상황. 트렌드포스는 "이 사건이 TSMC 생산 확장 계획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TSMC의 2023년 케펙스(자본적 지출) 계획에도 영향을 끼쳐 올해 규모보다 작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인텔이 물량을 빼면서 TSMC의 3나노 기술력에 의구심이 제기되던 상태였다. 하지만 납품 과정을 세계에서 가장 깐깐하게 보기로 유명한 애플이 TSMC의 3나노 첫 고객사가 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수익성이 날 정도의 수율을 TSMC가 확보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vs TSMC…3나노 전쟁 3분기부터 본격화
3나노 세계 최초 양산 타이틀을 거머쥔 삼성전자와 3나노 첫 고객사로 애플을 유치한 TSMC의 초미세공정 경쟁은 3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30일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3나노는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로, 이 공정에선 파운드리 글로벌 1위 TSMC보다 삼성전자가 앞섰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TSMC의 최선단(최소선폭) 공정은 4나노였다.
회로 선폭을 미세화할수록 반도체 소비전력이 감소하고 처리 속도가 향상되는데 삼성전자는 이번 3나노 공정에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 신기술을 세계 최초 적용해 기술 혁신을 이뤄냈다. GAA 기술은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줄이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어 기존 핀펫(FinFET) 기술에서 진일보한 차세대 반도체 핵심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3나노 GAA 1세대 공정이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을 45% 절감하면서 성능은 23% 높이고 반도체 면적을 16%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 도입될 예정인 3나노 GAA 2세대 공정은 전력 50% 절감, 성능 30% 향상, 면적 35% 축소 등의 성능이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고객사 명단을 보면 다소 의구심이 남는다. 삼성전자 3나노 최초 고객은 비트코인 채굴 주문형반도체(ASIC)를 만드는 중국 팹리스 판세미(PanSemi)로 물량도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디일렉은 퀄컴이 일부 물량을 위탁생산할 수 있다는 '예약(Reserve)'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고도 보도했다. 엄밀히 따지면 퀄컴 역시 아직 삼성의 고객사는 아닌 상태란 얘기다.
TSMC, 삼성 GAA에 '핀플렉스'로 맞대응
반면 디지타임스는 TSMC가 주요 고객사들이 3나노를 사용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급된 주요 고객사에는 애플, 퀄컴, 인텔, 엔비디아, 브로드컴, 미디어텍, AMD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빅테크가 모두 포함됐다. 애플 M2 칩의 3나노 공정 적용 보도가 대만발로 나오면서 TSMC는 고객사 네임밸류로 삼성에 반격하는 양상이다.
대만 언론에서는 삼성전자의 GAA보다 TSMC의 '핀플렉스'(FinFlex) 신공정이 결코 뒤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핀플렉스는 기존 핀펫 공정에 아키텍처를 복합적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핀펫은 반도체를 입체(3D)로 설계해 지느러미(Fin, 핀)처럼 생긴 돌출부를 활용 전류가 드나드는 문(게이트)과 전류가 흐르는 길(채널)을 3개로 만든 기술이다. 그간 1개 칩 또는 시스템온칩(SoC)에서는 1개 핀펫만 가능했지만 TSMC의 핀플렉스는 핀펫 기술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해 누설 전류를 방지한다.
대만 공상시보는 "TSMC의 3나노는 핀펫 공정이지만 PPA(성능, 전력, 면적)을 더 향상시키기 위해 혁신적 핀플렉스 기술을 채택했다"며 "TSMC 고객들은 핀플렉스 기술 혁신을 통해 동일한 칩에서 동일한 설계 도구를 사용해 최상의 핀 구조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보안이 생명이라 각 회사들이 자세한 정보를 거의 외부에 제공하지 않는다"며 "파운드리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건 결국 고객사들인데, 어느 고객사가 물량을 어느 파운드리 맡겼는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의 GAA 기반 3나노는 물론 대단한 것이지만 의구심이 드는 대목은 대형 고객사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반면 TSMC 3나노에 애플이 M2 칩을 맡겼다는 건 사실상 수율이 안정화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삼성도 수율 안정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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