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마진국] ‘블랙 팬서’ 파고든 밀정…그의 마지막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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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그 주의 시사 이슈와 관련된 영화를 소개합니다.
특히 윌리엄 오닐의 실제 인터뷰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마지막 대목이 영화의 백미인데요.
유튜브에서 자막판을 구매해 볼 수 있으며, 그 시대 미국의 모습을 더 알고 싶다면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과 '셀마'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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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그 주의 시사 이슈와 관련된 영화를 소개합니다. 영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의 '밀정'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1980년대 노동 운동에 뛰어 들었던 김 국장이 동지들을 경찰에 밀고했으며, 이를 공로로 인정받아 경찰에 대공 특채된 게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지난 18일 경찰청의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여야는 이 사안을 최대 쟁점으로 삼아 맞붙었는데요. 김 국장은 경찰과 거래를 한 적도, 동료들을 밀고한 적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논란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오가는 공방을 보노라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첩자를 가리키던 단어 '밀정'을 다시금 널리 알린 건 단연 김지운 감독의 2016년 작 '밀정'이겠지만, 오늘은 1960년대 미국 흑인 민권운동사의 실화를 다룬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2021년 샤카 킹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영화 '겟 아웃'과 '놉' 덕분에 우리에게도 친숙한 대니얼 컬루야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컬루야가 맡은 역할은 흑인의 강인함과 존엄을 내세운 무장투쟁 단체 흑표 당(Black Panther Party)의 전국위 부의장이자 일리노이 지부장이었던 프레드 햄프턴입니다. 지도자이자 혁명가, 탁월한 연설가였던 그는 블랙 메시아, 즉 '검은 구세주'라는 별명에 걸맞게 젊은 나이에도 주위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그러나 악명 높은 에드거 후버 국장이 지휘하던 FBI의 눈에는 사회주의 사상을 추앙하는 과격한 테러리스트일 뿐이었죠. 결국, 프레드는 1969년 12월 4일 새벽, 경찰의 총에 맞아 21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문제는 그가 자기 집 안방에서 잠을 자다가 총에 맞았다는 사실입니다. 미리 프레드에게 약을 먹여 잠에 취하게 하고, 경찰에게 집 내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넘겨 현장에 무려 100발에 이르는 총격을 가하게 만든 인물, 즉 '유다'는 다름 아닌 프레드의 동지였던 흑표당 간부 윌리엄 오닐이었습니다. 같은 흑인인 그가 어떻게 백인 FBI 요원에게 포섭될 수 있었던 걸까요? 같은 인종의 이익보다 그에게는 더 중요한 게 있었던 걸까요?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배반자의 이름을 메시아보다 앞에 놓으며 이러한 질문에 성실히 응답합니다. 특히 윌리엄 오닐의 실제 인터뷰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마지막 대목이 영화의 백미인데요. 은전 30닢에 예수를 팔아넘기곤 뒤늦게 죄책감에 휩싸여 자살한 성경 속 유다처럼, 오닐도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1990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큐멘터리 인터뷰에 응한 지 9달 만의 일이었습니다. 유튜브에 검색하면 인터뷰 전체를 볼 수 있는데, 자신은 배신자가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절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선 끝내 해소할 수 없었던 갈등과 번민이 읽힙니다.
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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