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방법·가족 안부까지 알려준다..냉장고는 왜 계속 똑똑해질까

유환구 2022. 8. 21.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냉장고, '음식 보관'에서 스마트 가전 기기로 진화 
삼성·LG전자,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경쟁으로
삼성전자가 스마트싱스 홈 케어 서비스를 업데이트하고 가족 돌봄 기능을 추가했다. 삼성전자 제공

60대 주부 A씨는 시골에 혼자 사는 노모에게 냉장고를 사드려야 하나 고민 중이다. 냉장고 문이 오랫동안 열리지 않으면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전송되는 기능이 생겼다는 보도를 접하고 나서다. 최근 삼성전자가 선보인 이 기능은 2018년 이후 출시된 냉장고에만 적용된다. A씨는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자주 안부를 확인하려는데 귀가 잘 안 들리시니 통화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냉장고 문으로 안부를 알 수 있다니 신박한 기능이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음식을 보관하는 가전제품 냉장고가 똑똑해지고 있다. 과거 가전회사들은 용량이나 소비 효율, 수납 공간 등 제품 자체의 성능을 두고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최근엔 구매한 제품에 누가 더 참신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느냐를 두고 각축을 벌이는 모양새다. 하드웨어의 성능 개선이 한계에 다다르자 차별화된 소프트웨어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냉장고 사용 빈도 분석해 가족에게 알림..."돌봄 기능 강화"

LG전자가 지난해 선보인 '디오스 스마트 얼음정수기 냉장고'. LG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최근 올 2월 선보인 통합 가전 솔루션 '스마트싱스(SmartThings) 홈 라이프'의 주요 기능 중 패밀리 케어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추가된 기능은 ①냉장고 사용 빈도를 분석해 혼자 살거나 따로 떨어져 사는 가족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삼성전자는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가전제품의 돌봄 기능을 강화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삼성은 6월 스마트싱스 업그레이드를 통해 ②와인 냉장고 전용 기능인 '소믈리에앳홈'을 일반 냉장고에도 적용했다. 스마트싱스에서 음식 레시피를 검색하면 보유한 와인 중 가장 어울리는 제품을 추천해 주는 식이다. 또한 ③냉장고 스크린에서 '삼성 TV 플러스'를 시청하고 스크린을 통해 고전 명화나 국내외 신진 작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전자도 가전관리 앱인 '씽큐'(ThinQ)와 연동한 냉장고 편의 기능을 선보였다. 지난해 3월 출시한 'LG디오스 스마트 얼음정수기 냉장고'는 냉장고 문 스크린에 있는 씽큐 푸드 메뉴를 사용해 해당 공간에 촬영된 사진을 모니터링하고 냉장고가 인식한 식품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보관 중인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 방법을 추천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정보도 알려준다.


제품 성능 개발 한계점에..."집토끼 잡아라"

삼성전자가 다양한 멀티 디바이스 경험을 매장에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스마트싱스' 체험 공간을 주요 매장에 선보인다고 18일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이 같은 분위기를 두고 가전업계에선 "격세지감이 느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가전회사들은 냉장고의 제품 성능을 두고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10년 넘게 전개된 삼성과 LG의 냉장고 용량 경쟁이 대표적이다.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한꺼번에 장을 봐서 오래 보관해 두는 식으로 생활 방식이 변하자 두 회사는 앞다퉈 '세계에서 가장 큰 냉장고'를 출시하며 기싸움을 벌였고 결국 소송전까지 이어졌다. 2014년 초 대용량인 1,000L 냉장고 출시를 기점으로 몸집 불리기 경쟁은 사실상 일단락된다. 이후 경쟁 구도는 프리미엄 냉장고 출시나 정수기 등 새로운 기능 탑재, 삼성의 '비스포크' 브랜드로 대표되는 디자인 경쟁 등으로 이어졌다.

소프트웨어 경쟁이 본격화된 것은 2020년대 들어서다. 업체들의 제품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누가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다양한 가전 제품을 연결해 누가 더 스마트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느냐의 경쟁으로 바뀐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냉장고는 이제 더 커지기도 힘들고 소비 효율을 높이거나 수납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경쟁도 한계에 이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존 고객이 타사 제품을 구입하지 않도록 하는 이른바 '록인'(lock-in) 효과를 노린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인터넷과 TV, 모바일을 결합하듯 가전회사들도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