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복지 사각지대 경계선 지능인..맞춤 지원 절실
기초학력 보장과 사회적 연대 필요
(서울=연합뉴스) 박주하 인턴기자 = 지적장애 기준보다는 지능지수가 높지만, 평균보다는 낮은 '경계선 지능(borderline IQ)'에 있는 이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경계선 지능은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IV) 상 지능지수가 70~85 사이를 말한다. 69 이하일 경우 장애등급을 받으며, 통상 85~115 사이를 평균으로 본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지능지수 정규분포도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약 13.6%가 경계선 지능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7명 중 1명이 경계선 지능인 인 셈이다.
이들은 지적 장애는 아니지만 사회성이나 학습 능력 등이 평균보다 떨어져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경계선 지능 아동의 경우 학습 속도가 더디고, 자기표현 능력이 비교적 부족해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에게 특수학교 수업은 너무 쉬워 학습 효과가 없고, 일반 학교 수업은 진도가 빨라 따라가기 어렵다.
초등학교 3학년 경계선 지능 아이를 둔 A씨는 "아이가 학교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 힘들다고 하더라"며 "일반 학교를 계속 다니면 아이가 상처만 받고 트라우마가 될까 걱정되지만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경계선 지능'
2016년 통과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서는 경계선 지능 학생을 '학습 부진아'의 정의에 포함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경계선 지능에 대한 정의와 진단이 불명확해 경계선 지능 학생들은 여전히 지원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경계선 지능과 관련된 내용을 전하는 유튜브 채널 '경계를 걷다' 운영자 이보람 특수교사는 "'학습 부진'의 원인에는 종류가 많은데 그 중에서 경계선 지능 아이들이 맞춤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환경적 요인 등 눈에 띄는 학생들이 지원 대상이 돼 경계선 지능 학생들은 또다시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교육에서 소외된 경계선 지능 학생들은 사교육으로 향한다. 초등학교 5학년 경계선 지능 아이를 둔 B씨는 집단사회성, 언어치료, 인지치료 학원에 아이를 꾸준히 보내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매달 기본으로 몇백만원씩 들어가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중위소득 180% 이하일 경우 장애아동가족지원사업에 따라 경계선 지능 아동은 만 6세까지는 장애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도 발달재활 바우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경계선 지능 아동에게 필요한 언어, 감각, 발달재활 교육이 지원된다.
이로 인해 만 6세 이후의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장애 등록을 시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초등학교 1학년 경계선 지능 아이를 둔 C씨는 "만 6세가 얼마 남지 않아서 최대한 장애 등록을 받을 생각"이라며 "한창 치료가 필요한 시기인데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경계선 지능의 경우 어린 시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경우 자립이 가능한 수준까지 인지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서울시의 '아동복지시설 아동교육 사회성과 보장사업'에 따르면 3년간 맞춤 교육을 받은 경계선 지능 아동 74명 중 52.7%가 인지능력과 사회성이 나아졌다. 인지능력과 사회성 둘 중 한 분야만 개선된 아동도 36.5%에 달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 성인이 된 이후 계속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경 한신대학교 민주사회정책연구원은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이 범죄나 성매매 등에 억울하게 휘말리는 사례가 많다"며 "한국 사회의 니트족, 은둔형외톨이 청년의 상당수가 경계선 지능인 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기초학력 보장과 사회적 연대로 해결해야
전문가들은 기초학력 보장과 사회적 연대를 강조한다. 청소년 시기에는 기초학력 수준을 국가 차원에서 보장하고, 이후에는 사회적 연대로 경계선 지능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보람 특수교사는 "청소년 시기에 경계선 지능 아이들을 돕지 않으면 이후에 사회적인 비용이 또 들어갈 것"이라며 "현행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라 경계선 지능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낙인 때문에 경계선 지능인 아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학부모가 많지만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경 연구원은 "(경계선 지능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교류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사회에서 경계선 지능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risto2002k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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