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4' 미·중 갈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 복잡한 속내

이한듬 기자 2022. 8. 21. 06: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S리포트 - 강대국 패권싸움에 낀 韓 반도체] ② 새로운 기회 기대 속 중국 보복 우려

[편집자주]미국·중국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한국 정부가 미국 주도의 칩4(Chip4) 동맹 예비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의 반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칩4 동맹을 이유로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설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자국 반도체산업을 부흥시키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반도체지원법도 통과시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양날의 검이 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 낀 한국 반도체산업의 현 상황을 살펴봤다.

중국 산시성 시안시 소재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 사진제공=삼성전자
▶기사 게재 순서
①속도 내는 칩4 동맹… 미·중 샌드위치 신세 된 한국
②미·중 갈등 격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복잡한 속내
③"국익이 우선" 전문가들이 보는 미·중 갈등 속 묘수는
미국이 주도하는 4개국(미국·한국·일본·타이완) 반도체 공급망 동맹, 이른바 '칩4'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칩4'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칩4 가입은 동맹에 참여하는 미국·타이완·일본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한국 최대 교역 국가인 중국이 보복조치에 나선다면 피해가 불가피하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미국 '칩4 동맹' 추진에 중국 반발


정부는 최근 미국 측에 다음달 초 개최 예정인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칩4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3월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로 ▲팹리스(미국) ▲파운드리(한국, 타이완) ▲소재·장비(일본)에 각각 강점이 있는 4개국이 모여 반도체 공급을 위해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본과 타이완은 이미 참여의사를 밝혔고 한국도 예비회의 참여 이후 결국 동맹에 가입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대란을 경험한 이후 우호국·동맹국들과 공조해 공급망 혼선에 대응하려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대(對) 중국 견제 의도가 짙어 한국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과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사태로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내리면서 국내 산업계가 큰 피해를 입었던 상황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계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중국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삼성전자의 낸드 캐파(생산설비투자) 38%가, SK하이닉스의 D램 캐파의 44%가 중국에 위치해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쑤저우에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SK하이닉스는 충칭과 다롄에 각각 후공정, 낸드플래시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보복 조치가 이뤄지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경고의 목소리를 높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최근 사설을 통해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1280억달러 가운데 중국과 홍콩에 대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른다"며 "이렇게 큰 시장과 단절하는 것은 상업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들은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정부의 논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칩4 동맹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이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은데, 좀 더 디테일이 갖춰지면 정부가 이 문제들을 잘 다루리라 생각한다"면서 "거기에 (저희도)같이 논의가 돼서 저희한테 가장 유리한 쪽으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반도체법, 새로운 기회되나


칩4 가입으로 인한 국내 반도체 산업의 피해가 생각보다 크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한국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의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70.9%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칩4 가입으로 중국과 마찰이 불가피하지만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수성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중국도 한국 의존도가 높기에 한국 반도체 업계에 직접 보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은 반도체법안도 통과시키며 중심 공급망 주도권 재편과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에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미국 반도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자국 반도체 연구·개발·제조 등 분야에 527억달러(약 68조8262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국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예산 390억달러(약 50조9340억원) 등이 포함되며 반도체 관련 투자 기업에 25%의 투자세 공제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법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또한 주정부 세제혜택 확대를 위해 텍사스주에 1921억달러(약 250조원)를 투입해 11개 공장을 추가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제출했다.

SK하이닉스도 미국에 후공정 패키지 공장, 연구개발(R&D)센터 등을 설립하고 15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대규모 현지 투자에 따른 지원 혜택으로 글로벌 생산거점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미국이 반도체 장비나 기술의 중국 수출과 투자를 금지하기로 한 부분은 걸림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중국내 신규 시설투자나 증설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김양재 연구원은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 기존에 보유한 중국 캐파 보수 및 이동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단기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부연구위원은 "미·중 간 신냉전 전개에 따라 진영화·블록화가 가속화될 글로벌 산업지형 격변기를 전략산업 도약의 기회요인으로 활용하는 정책 당국과 기업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머니S 주요뉴스]
[단독] '우영우' 강태오, 써브웨이 모델 됐다
'5980원' 이마트 치킨, 당당치킨과 다른 점은?
'연 2%' 적격대출, 받은 사람이 승자… 금리인상에 이자 100만원 증가
'카톡송금' 금지되나… 금융위 "자금이체업 허가 받으면 가능"
애플 '시리' 또 말썽… "독도가 한국땅 아닌 13가지 이유"
"5억 주담대 月원리금 300만원 육박" 최고금리 6% 재진입
이마트, '5980원 치킨' 특가 판매… 당당치킨 열풍 가세?
갤Z플립4 vs 갤Z폴드4… 어떤 제품이 더 인기일까
꿈에 그리던 아파트인데… 미입주 10가구 중 4가구 "기존 집 못 팔아서"
[영상] 대전차포 쏘는 '로봇개'…러시아의 비밀병기?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