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音란서생] 음악 표절 논란, 더 이상 저작권 논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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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관련 논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표절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표절 혐의가 없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유튜브에 넘쳐나는, 5초씩 끊어서 '매시업(둘 이상의 음악을 섞어 하나로 만드는 것)'하는 비교만으로 표절이라 확언하는 방식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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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관련 논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이건 논쟁이랄 것도 없다. 7월5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의 풍경이 이를 정확하게 증명한다. 나는 표절 논란에 휘말린 작곡가 유희열에 대해 임진모 평론가가 비판하는 쪽, 김태원씨가 반론하는 쪽인 줄 알았다. 한데 아니었다. 그것은 성토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추측하건대 패널 찾기가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지 말았어야 옳다. 명색이 토론 아닌가.
표절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시 강조한다. 표절 혐의가 없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들어봐도 의심 가는 곡이 몇 있다. 그중 ‘해피 버스데이 투 유’는 심하다 싶은 구석이 있는 곡이다. 논란의 진앙지라 할 ‘아주 사적인 밤’과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는 도입부 선율의 3분의 2 정도가 동일하고, 화음 진행은 80% 가까이 비슷하다. 그러나 사카모토 본인이 “표절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냈는데도 왜 이걸 부정하려 드는지 모르겠다. 그가 투병 중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픈 사람’이라는 가정 아래 ‘뇌피셜’을 발동할 수는 없다.
거듭 확장되고 있는 다른 곡들에 대한 의혹도 비슷하다. 징벌의 욕망으로 가득한, 유튜브 영상 댓글들만 봐도 이 논쟁이 이성의 영역을 한참 벗어나버렸음을 알 수 있다. 유튜브에 넘쳐나는, 5초씩 끊어서 ‘매시업(둘 이상의 음악을 섞어 하나로 만드는 것)’하는 비교만으로 표절이라 확언하는 방식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조금만 비슷하다 싶으면 표절이라 단정 짓는 행위가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포스터의 ‘디스 머스트 비 러브(This Must Be Love)’와 ‘여전히 아름다운지’에 대한 영상이 대표적이다. 도입부의 피아노 멜로디 한두 마디를 제외하면 두 곡은 완전히 다른 구성의 노래다. 이런 건 혹독하게 잣대를 들이대도 레퍼런스라고 봐야 한다. 이런 식이라면 존 레넌의 ‘이매진’ 도입부를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에 그대로 가져다 쓴 노엘 갤러거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 뮤지션 아니지 않냐고? 표절에 대한 당신의 판단은 국경 따위 무관하게 공명정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떤 평론가의 지적처럼 지금 사태는 더 이상 저작권 분쟁이 아니다. 도덕성 지탄 혹은 정의 구현에 가깝다. 그러니까, 느낌이 아닌 법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준 아래 해외처럼 표절은 법정으로 가든, 합의를 보든 당사자 간 영역인 것으로 인식돼야 한다. 에드 시런, 라디오헤드, 퍼렐 윌리엄스, 샘 스미스, 레드 제플린, 비틀스 등이 다 표절 시비에 휘말린 뒤 이런 과정을 거쳤다. 해외에서는 표절 시비가 벌어지면 ‘포렌식 음악학자’가 참여해 유사점을 찾는 작업까지 이뤄진다. 해외 스탠더드가 만능 키라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내가 듣기에 비슷하면 파렴치한 사기꾼”이 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 논쟁은 대상만 바뀐 채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의혹이 가는 곡이 있다. 그러나 이건 아닌데 싶은 곡도 있다”라고 발언하면 곧장 다음과 같은 비판을 받는다. “뭐가 무서워서 유희열이라는 기성 권력에 빌붙으려 하느냐.” 오히려 그 반대다. 요즘 세상에 대중의 심판만큼 무서운 건 없다. ‘악플’ 폭격 맞기 딱 좋다. 그럼에도, 그런 건 그런 거고, 아닌 건 아닌 거다. 그런 걸 아니라고 할 수 없듯 아닌 걸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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