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우규 한국머크 대표 "韓 8000억 투자해 삼성·SK 등 반도체 기업 성장 기여할 것"

박진우 기자 2022. 8.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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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8년 설립 독일 기술기업 머크
전자 소재 분야서 높은 경쟁력 갖춰
글로벌 30억유로 투자 중 韓 6억유로 배정
한국은 반도체 분야 세계 리더이기 때문
김우규 한국머크 대표. /머크 제공

글로벌 화학 소재 기업 머크는 1668년 독일에 설립된 회사로, 3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제약 및 전자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한국 법인은 1989년 독일 본사의 직접 투자로 설립됐다. 과거 액정표시장치(LCD) 소재 등을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자 LCD 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금성사 LCD 사업본부)에 공급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과 함께 성장했다.

머크는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도 업계 선도적 지위를 갖고 있다. 2019년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 소재 기업 인터몰레큘러과 반도체용 가스 및 전구체 생산 기업 버슘머트리얼즈를 인수하면서 역량을 더욱 키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빼놓을 수 없는 협력사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7대 전(前)공정에 모두 관여하고 있다. 또 극자외선(EUV) 노광공정에서도 필수인 소재를 다룬다.

머크는 전자 분야의 일렉트로닉스부문, 제약 분야의 라이프사이언스부문, 헬스케어부문을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3대 사업으로 삼고 있다. 앞으로 이 세 부문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는 일렉트로닉스부문에 속해 있다.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30억유로(약 4조원)의 집중 투자가 예정돼 있다.

한국머크는 6억유로(약 8000억원)를 배정받았다. 단일 시장에 글로벌 투자의 20%를 할애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한국의 가능성을 크게 점친 것이다.

지난 2019년 한국 법인 31년 만에 첫 한국인 대표에 선임된 김우규 대표는 한국의 전자 소재 생태계를 더욱 키워야 한다는 목표가 확고하다. 이와 관련한 계획은 차근차근 실행되는 중이다. 머크는 최근 반도체용 화학 전구체를 제조하는 한국 기업 메카로의 화학사업 부문을 1460억원에 인수했다. 6억유로 투자의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김우규 대표를 지난 19일 한국머크 경기 판교 사무실에서 만났다.

머크와 한국의 인연이 33년인데, 이토록 오랜 기간 한국 고객사와 긴밀한 협력이 가능한 이유는 뭔가.

“한국은 이미 글로벌 단위에서 증명이 된 국가다. 성장 동력이 매우 큰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반도체 등 전자 쪽은 세계 리더 지위를 갖고 있다. 투자 당위성이 예전부터 분명했다고 할 수 있다. 머크는 LCD를 처음으로 상업화한 회사다. 초기부터 시장성을 가지고 투자했다. 이런 부분들이 한국의 디스플레이 기업과 잘 맞았고, 그들의 성장과 함께했다. 우리의 전략은 분명하다. 바로 현지화다. 고객이 있는 곳에 항상 머크가 있다. 한국은 항상 중요한 나라라는 인식이 있고, 이런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머크 연구시설. /머크 제공

외국계 기업인 머크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첫 현지 법인 대표를 맡고 있다. 사업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나.

“독일 본사의 방침이 그렇다. 우리에게 중요하고 주요한 사업장, 예를 들면 한국이나 일본, 대만 같은 곳에서는 현지인이 법인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언어 장벽을 없앨 수 있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사업적으로) 더 쉽게 접근하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또 한국 정부와 기관 등과 직접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유리하다.”

머크 일렉트로닉스 부문은 2025년까지 한국에 6억유로를 투자한다. 메카로 화학사업 인수를 포함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메카로 화학사업 인수를 포함해 현재 다양한 프로젝트가 검토되고 있다. 상세하게 소개하기는 아직 어렵다. 다만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면 항상 투명하게 공유하려고 한다. 여러 사업 분야가 있지만, 반도체 위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액 30억유로 중 무려 20%가 한국에 배정됐다. 이렇게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반도체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 있는) 한국에서 고객 가까이 서포트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한다. 한국은 아시아 허브로서 여러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된 소재들이 대만이나 일본, 미국으로 나갈 수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현재 생산역량을 늘리는 데 현재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머크는 고객사 옆에서 고객사를 위한 혁신과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회사로, 고객사의 생산역량이 높아지는 만큼 우리 역시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간 반도체 소재 쪽에서 많은 국내 투자가 이뤄졌다.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머크는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프로토타이핑, 패터닝, 증착, 평탄화, 식각, 세정, 백엔드 패키징 등 7대 공정에 모두 참여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지난 2019년 버슘머트리얼즈 인수 이후 한국은 일렉트로닉스(전자) 사업 매출에서 아시아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앞서 경기 평택에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마련한 첨단기술센터는 고도화된 화학적기계연마(CMP) 슬러리와 포스트 CMP 클리닝에 대한 연구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올해에는 딜리버리 서비스 & 시스템 사업의 생산 역량을 강화했다. 또 머크는 EUV 린스, EUV 언더레이어, EUV용 메탈포토레지스트 프리커서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EUV 포토리소그래피에 유도자기조립(DSA) 기술을 추가했다. DSA는 새로운 칩 생산 방식으로, 복잡성을 줄이면서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어 고객사의 제조 원가 최적화에 기여하고 있다.”

EUV 공정에 필요한 린스(반도체 미세 패턴이 생산 과정에서 붕괴하는 것을 막는 소재)액은 최근 국내 양산을 시작했는데.

“EUV 린스액은 그간 일본에서 수입해 공급하고 있었는데, 올해부터 한국 생산시설에서 양산한 EUV 린스액을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현지 공급 체제를 완성해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현재 EUV 공정은 반도체 분야 첨단 공정으로, 수요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EUV 린스액 역시 생산역량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머크의 OLED 승화정제설비. /머크 제공

올해 상반기에 총 250억원이 투입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승화정제설비가 완성됐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OLED 물질과 제품의 품질, 순도는 디스플레이 패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성능과 수명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진공증착과정은 패널이 최고의 성능을 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공정으로, 우리는 승화정제설비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에 가장 높은 순도의 OLED 소재를 공급하려고 한다.”

중소형 모바일 OLED 시장으로도 사업영역을 넓히려고 하는데, 이 시장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모든 분야의 디스플레이가 OLED로 만들어질 것이다. 우리가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고객사들이 그렇게 정하고,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가 대부분의 모바일 OLED 패널을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OLED 패널을 채택한 제품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모바일 OLED에 특화된 소재를 개발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국내 고객사와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모바일 OLED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공급망 이슈가 상당히 부각되고 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머크의 대응 방법은.

“현지의 공급 기반을 더욱 강화한다는 게 전략이다. 생산, 창고 확충, 효율적 재고 관리를 통해 충분히 제품이 배치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생산기지를 활용해 공급망 전반에 걸쳐 원자재에서 최종 제품에 이르는 재고 수준을 높이고, 다른 공급망과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김우규 한국머크 대표. /머크 제공

ESG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반도체 소재 대부분 환경 유해물질 아닌가.

“지속가능성을 위한 머크의 3대 전략은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과학기술을 통해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것’, ‘2030년까지 머크의 모든 가치사슬에 지속가능성을 적용하는 것’,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자원소비를 축소하는 것’이다.

머크는 먼저 소재 혁신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과 녹색 기술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포토리소그래픽 공정에 새로운 친환경 용매제를 출시했는데,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배제하면서도 용해력은 이전에 비해 훨씬 뛰어나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EUV 공정에 필수적인 린스액을 국내 생산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탄소 발자국을 줄였다. 또 광효율과 에너지효율을 높인 디스플레이 소자를 공급해 탄소를 줄이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스마트 윈도우 기술도 개발했다. LCD 기술을 통해 유리를 통과하는 빛과 열을 조절하는 것이다. 쾌적한 실내온도와 조도를 유지해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올해 한국머크의 성장은 얼마를 목표하고 있는가.

“한국의 기업들은 전자 산업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머크는 이런 한국 기업의 파트너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본사 방침에 따라 미래 숫자에 대한 언급은 어렵다. 다만 OLED와 반도체 소재 부문에서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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