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쏘아올린 공..전세계 '반도체 자립' 무한경쟁 돌입

문창석 기자 2022. 8.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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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강화..바이든 "집으로 데려올 때"
中·日·유럽 모두 '자급자족' 추진.."韓, 국가차원 전략 필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칩을 들고 연설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미국이 '반도체 자국주의'를 본격 선언하면서 그동안 분업 체계를 유지했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권역별 또는 국가별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이 겨냥한 중국은 '반도체 자급자족'에 총력전을 펴고 있고 유럽·일본도 반도체 자립에 나섰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국가적 차원의 반도체 산업 종합 전략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를 단순히 민간 기업의 사업이 아니라 지정학적 관점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보고 기술 개발과 산업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발효된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첨단기술 생태계 육성에 총 2800억달러(약 372조원)를 쏟아붓기로 했다. 과학연구 지원에 1700억달러(약 226조원), 반도체 산업 지원에 527억달러(약 70억달러) 등이 투입된다.

법안의 핵심 목적은 반도체 첨단기술 확보와 미국 내 생산능력 확대다. 최첨단 반도체는 미래 IT산업과 군사·안보의 핵심 부품이지만, 현재 미국은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중국이 대만에 군사적 위협을 가해 반도체 제조가 멈춘다면 미국의 산업은 물론 국방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최첨단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번 법안이 미국의 지원금 수혜를 보는 기업에 대해 10년 간 중국 등 비우호국 신규 투자를 제한한 배경이다.

이번 법안 발효로 미국 내 반도체 투자는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 기업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300억달러)·인텔(200억달러)은 물론 삼성전자(170억달러)·TSMC(120억달러) 등 해외기업까지 줄줄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 계획을 밝혔다.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법 상원 통과를 앞두고 백악관에서 정·재계 인사들과 가진 회의에서 "미국이 반도체를 만들었다. 이제 다시 집으로 데려올 때"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기업 리더들 및 주지사와 화상회의를 갖고 반도체 칩 문제 해결을 논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반도체 업계는 이번 법안 시행으로 주요 권역별 및 국가별 반도체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각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이미 반도체 전쟁의 막이 올랐다는 것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 5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지난 50년 동안 지정학은 석유가 어디에 매장돼 있는지에 따라 정의됐지만 앞으로의 50년은 칩(반도체) 제조공장의 위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은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30년까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 규모는 1500억달러(약 199조원)로 추산된다. 이번에 미국이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결의한 자금 규모(527억달러)의 세 배 수준이다.

지난 2월 유럽연합(EU)도 최대 500억유로(약 67조원)를 지원하는 '유럽 반도체법'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EU의 반도체 점유율을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4월 일본 정부도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기반 강화에 총 6170억엔(약 6조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지난 6월에는 외국 기업인 TSMC의 일본 내 생산기지 건설에 4760억엔(약 4조6000억원)의 자금을 대기로 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업계는 '반도체 지역주의' 강화 여파로 현재 한국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책임지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영향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한국 반도체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반도체 자급자족'에 중장기적으로 성공한다면 무역수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 반도체를 지정학적 전략 자산으로 여기는 미국 정부의 요구로 삼성전자가 첨단기술의 핵심인 파운드리의 미국 내 투자를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내 투자가 부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가 기술 패권 경쟁을 넘어 신(新)냉전의 대표 산업이 된 상황에서 한국도 국가적 차원의 종합 과학기술 및 첨단산업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번 미국 반도체법 발효로 그동안의 글로벌 반도체 산업 분업체계가 구조적인 전환기를 맞으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고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부연구위원은 "미·중 신냉전으로 본격화한 글로벌 산업지형의 격변을 기회요인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외산업기술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며 "서방의 전략적인 탈(脫)대만 수요를 포착하고 미래 신규 수요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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