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서면, 지리산의 멋진 가을바람 만난다
[프레시안 알림]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하지요. 올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그러나 날씨는 절기를 거스를 수 없지요. 이제 하늘이 점점 넓게 열리면서 가을이 찾아올 텐데요. 9월 두발로학교(교장 진우석. 여행작가)는 지리산 노고단으로 가을맞이 갑니다. 최근에 구례에서 성삼재 가는 버스가 운행을 종료해 노고단 가는 길이 많이 어려워졌는데요. 우리가 노고단에 오르면, 첩첩 지리산 줄기가 펼쳐지고, 섬진강이 유장하게 흐르며 구례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그 옛날 신라의 화랑이 그랬던 것처럼 노고단에서 호연지기를 느껴보기 좋습니다. 산행 후에는 지리산 산채정식을 맛보는데요. 남도의 한정식과 비슷하면서도 산채요리가 많아 담백한 맛이 일품입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두발로학교 제76강으로, 2022년 9월 17일(토) 찾아가는 <지리산 노고단으로 가을맞이>에 대해 들어봅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머무르는 산
“백두산은 우리 산악의 조종(祖宗)이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이 강조했듯 우리나라 모든 산줄기는 백두산에서 시작한다. 백두산의 기운이 반도 등허리를 힘차게 타고 내려오면서 금강산, 태백산, 속리산, 덕유산 등 수많은 명산을 빚어내고, 바다가 가까워지자 마지막 힘을 다해 솟구친 것이 지리산이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는 지리산을 ‘어머니의 산’으로 숭배하면서 백두산 다음 자리로 생각했다.
지리산은 1967년 12월 우리나라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백두대간의 가장 마지막에 중심축처럼 솟은 웅장한 경관과 맞물려 우리나라 산악의 대표성과 상징성, 그리고 역사성을 고루 갖춰 흔히 민족 영산으로 불린다.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삼신산(三神山) 중 하나로 알려졌으며, 중국 전설 속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산(方丈山)이라고도 부른다.
백두산이 흘러, 두류산
지리산이란 지명에 대해 현재 남아 있는 역사물로 가장 오래된 것은 통일신라시대(1887년) 최치원이 비문을 짓고 쓴 쌍계사 진감선사대공탑비에 등장하는 지리산(智異山)이다. 신라 5악(岳) 중 남악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智者)으로 달라진다’고 해 지리산이라 불렀다. 조선시대에는 백두산 맥이 뻗어 내렸다는 의미에서 두류산(頭流山)이라 했다.
지리산의 품은 넓다. 영호남 800여 리, 경남 함양·하동·산청, 전남 구례, 전북 남원 등 3도 5개 시군에 걸쳐 있어 동서를 호남과 영남문화권으로 나눴다. 그 너른 품 안에서 천연기념물 반달곰, 사향노루, 수달 등 동물 2718종과 식물 1372종이 산다. 대략 471㎢ 반경에 걸친 지리산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 등 대표 봉우리를 비롯해 25.5㎞의 주 능선에 토끼봉, 명선봉, 영신봉, 촛대봉 같은 1000m가 넘는 준봉을 거느린다.
지리산의 역사와 문학
지리산 역사는 기원전 89년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난을 피해 달궁으로 쫓겨 오면서 시작된다. 까마득한 마한왕조 때부터 불과 60여 년 전인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지리산의 장구한 역사는 도피와 피난으로 점철됐다. 항일의병, 동학혁명군, 신분을 숨긴 자, 도망친 양반과 노비, 출가한 승려 등 세상을 등진 사람이 찾아왔고 지리산은 그들을 품었다.
작가들은 이렇듯 쫓겨온 자의 슬픈 이야기와 좌절된 꿈을 상상력으로 복원해 <태백산맥>(조정래), <토지>(박경리), <역마>(김동리), <지리산>(이병주) 같은 걸출한 작품을 탈고해 우리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지리산이 없었더라면 이러한 걸작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리산의 등산로
‘거대한 산국(山國)’ 지리산의 등산로는 거미줄처럼 많다. 지리산 대표 코스는 산행의 꽃으로 꼽는 주 능선 종주다. 노고단~천왕봉까지 25.5㎞에 펼쳐진 지리산 주 능선은 단일 산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높은 등산로다. 오르내리는 것까지 계산하면 총 거리는 40㎞가 넘으며 2박 3일 걸리는 대장정이다.
주 능선의 장쾌함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고루 갖춘 길이 성삼재~노고단~뱀사골 코스다. 당일 산행으로 지리산 서부의 절경인 노고단, 반야봉, 뱀사골 등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거리는 20.2㎞, 9시간쯤 걸린다. 성삼재를 들머리로 노고단을 오르는 길은 지리산 등산 코스 가운데 가장 쉽다. 성삼재 해발고도가 1102m이기 때문에 절반 이상을 거저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성삼재~노고단 코스
지금은 없어져 추억담이지만, 구례 공용버스터미널에서 성삼재로 가는 첫차는 대개 오전 3시 50분쯤이다. 이렇게 빠른 첫차는 지리산이니까 가능하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악 도로를 따르다 성삼재에 내린다. 새벽 성삼재에 서면 뼈를 에는 추위가 덮친다. 헤드랜턴을 켜고 산행을 시작하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다.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자 산꾼 한 무리가 지나간다. 그들이 켠 랜턴이 도깨비불처럼 움직이면서 빛의 터널이 만들어진다. 어둠을 뚫고 전진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1시간쯤 걸으면 노고단대피소에 닿는다. 허겁지겁 라면을 끓여 배를 채우고, 노고단에 오른다.
시나브로 견고한 어둠의 장벽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고, 노고단고개에 오르자 탄성이 터져 나온다. 운해다. 구름바다를 뚫고 ‘지리산 엉덩이’로 부르는 반야봉이 우뚝하다. 구름이 자꾸 반야봉을 타고 넘는다. 구름이 참 자유로워 보인다. 반야봉 오른쪽으로 천왕봉 머리가 살짝 보이고, 그 옆으로 붉은빛이 쏟아져 나온다. 천천히 어둠을 집어삼키며 말간 해가 뜬다. 지리산 일출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최고로 치지만, 운해 속에 펼쳐지는 노고단 일출도 뒤지지 않는다.
노고단에서 장쾌한 능선을 밟아 걸어가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돼지령을 거쳐 반야봉, 그리고 뱀사골로 내려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는 시간이 없다. 다시 왔던 길로 되짚어 성삼재로 내려온다. 그저 지리산의 맛만 보는 셈이다. 기회 되면 지인들과 지리산 능선을 밟아보길 권한다.
지리산 산채정식
구례는 들판이 넓은 데다 섬진강을 끼고 있어 예부터 먹거리가 풍부했다. 지리산에서 나오는 나물을 중심으로 산채정식을 내오는 집이 많다. 이를 지리산 산채정식이라 부른다. 남도의 한정식과 비슷하면서도 산채 중심의 음식이란 점이 다르다.
두발로학교 제76강 <지리산 노고단으로 가을맞이>는 2022년 9월 17일(토요일), 오전 6시 50분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6번출구의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서울을 출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 카페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하여 두발로학교 기사(9월)를 확인 바랍니다.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라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 중입니다. 참가자는 자신과 동행자의 건강을 위해 최종 백신접종을 완료해주시기 바라며,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프레시안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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