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자살 유가족'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

조재영 2022. 8. 2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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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어두운 밤, 한강 마포대교.

길을 지나던 시민들이 필사적으로 난간 너머의 사람을 붙잡고 있습니다.

소방관이 구조 장비를 들고 달려오고 난간에 매달려 있던 20대 남성이 무사히 구조됩니다.

이런 절박한 위기의 순간들, 365일 24시간 누구나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게 이 '생명의 전화'입니니다.

50%대였던 자살 구조율은 '생명의 전화'가 생긴 뒤 97%까지 올라 갔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구조되지 못한 안타까운 죽음들이 많은데요.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을 '자살 유가족' 혹은 '자살 생존자'라고 부릅니다.

김세연 씨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20년 전, 학교에 다녀와 숨져있는 어머니를 발견했습니다.

가족들은 세연 씨의 충격을 생각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동네로 전학까지 보냈습니다.

그렇게 외면하고 억눌러야만 했던 슬픔은 결국 10년 뒤 심각한 우울증으로 터져나왔습니다.

[김세연/자살 유가족] "그냥 마비시키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냥 딱 그날 이후로, 사건 당일 이후로 딱 기억에서 지우려고…"

자살 유가족들은 장례도 치르지 않거나, 주변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적인 편견을 우려해 마땅히 보내야 할 애도의 시간조차 갖지 못하는 겁니다.

[하상훈/생명의전화 원장] "'오죽했으면 저 가족 내에서 자살이 일어났을까'라고 하는 편견적 시각으로 그 사람을 대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힘든데 그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더 어려움을 겪게 되는…"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 아픔을 온전히 감당해 내야 하는 유가족들은 끝내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조동연/자살 유가족 지원 활동가] "사람이 죄책감이 심하면 원망할 대상과 원인을 다른 사람이었다고 돌릴 대상을 찾기 마련인데, '네가 그때 (그런 행동을) 안 했으면'이라는 얘기를 (서로) 하게 되는 거죠."

어렵게 지원단체를 찾은 유가족은 전문가들의 도움 속에 아픔을 극복해가기도 합니다.

[박인순/자살 유가족] "매스컴에, 신문에 (유가족 회복 프로그램) 보도가 됐던 것을 제가 봤어요. 우연히. 정말 한 달 이상 망설이다가 연락을 해서 참석을 하게 됐죠."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유족은 극히 일부, 대부분 이조차 모르거나, 알아도 쉽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미국의 한 자살유가족 프로그램.

자살 유가족들이 시민들과 함께 거리를 걸으며 먼저 떠난 가족을 추억합니다.

"저희는 지난 1월 자살로 세상을 떠난 아들, 션을 위해 걸을 겁니다."

감추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함께 추모하고 위로를 받는 겁니다.

"우리는 잃어버린 사람들을 잊지 않을 겁니다."

국내에서 한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1만 3천여 명.

그 중 40%는 자살유가족입니다.

하지만 국내 자살예방 예산 가운데 유가족을 위한 예산은 6%에 불과합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 현기택 이종혁 허원철 강종수 /영상편집 : 양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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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현기택 이종혁 허원철 강종수 /영상편집 : 양홍석

조재영 기자 (joja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00032_35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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