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원전, 체르노빌급 재앙은 없겠지만 방사선 노출 위험"

최근 잇단 포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자포리자 원전에서 대재앙은 일어날 개연성이 크지 않지만, 방사선 누출 위험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단,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대규모 핵재앙이 자포리자 원전에 벌어질 개연성은 작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자포리자 원전에는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이른바 ‘멜트 다운’과 같은 사고 예방을 위해 돔 형태의 차폐벽 구조물과 수냉각 시스템이 설치돼 있기 때문입니다.

또 지진이나 항공기 충돌 등 사고 대비 훈련을 받은 약 1만 명의 직원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자포리자 원전 안전 관리 매뉴얼에 이곳이 군사기지로 쓰이거나 전투 지역에 놓이는 것과 같은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점, 원전 설계에도 이와 같은 상황은 상정되지 않은 점이 문제로 꼽힙니다.

이와 함께 자포리자 원전을 우크라이나의 포격을 피할 군사기지로 활용해온 러시아군이 최근 포격을 이유로 원자로를 폐쇄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 경우 핵연료 냉각을 예비 전력에 의존하게 되면서 상황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자포리자 원전을 관리하는 에네르고아톰의 페트로 코틴 대표는 이미 4개 중 2개밖에 남지 않은 전력선이나 이를 보완할 디젤 발전기 등이 포격으로 파괴돼 핵연료 냉각에 문제가 생기면 90분 만에 방사선 누출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코틴 대표는 “러시아 장성들은 원자력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앞선 방송 인터뷰 등에서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우크라이나가 아닌 자국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는 원전에 대해 19일 공격이 벌어질 것이라는 첩보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날 이를 이유로 핵심 인력 외에는 원전 내부 출입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뭔가가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19일 원전 공격설을 퍼트린 것은 그날 원전 내부에서 관리 인력을 나가게 하고 무엇인가를 할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인 지난 3월 점령한 자포리자 원전에는 이달 5∼6일에 이어 지난 11일 포격이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임종빈 기자 (chef@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