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 우영우는 이런 패션 필요해..'봄날의 햇살' 지속되길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2022. 8. 2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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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넷플릭스]
[방영덕의 디테일] "우 투더 영 투더 우"

괜히 어깨가 들썩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신나고 입꼬리가 올라갔죠. 드라마 '우영우' 인기는 가히 신드롬급이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여성 변호사 활약에 열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우영우는 참 예뻤습니다. 단정한 정장 차림에 편안한 로퍼, 귀여운 데이트룩 등 패션 측면에서도 나무랄 게 없었죠.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만으로 왠지 더 자신감 넘쳐 보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좀 다르다는 것이 저를 드라마 속 환상으로부터 빠져나오게 합니다. 스스로 옷을 입고 벗기가 어려운 지체 장애인이나 휠체어 사용자들에게 꼭 맞는 옷 한 벌을 찾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니까요.

한국장애인개발원에 따르면 2020년 15세 이상 장애인구 256만2873명 중 경제활동인구는 94만9047명입니다. 이 가운데 취업자는 89만3392명이고요. 이들에게 입고 벗기 편안한 기능성을 갖춘 장애인 전문 패션 브랜드는 없는 것일까요.

[사진 출처 = 타미힐피거]
아예 전무한 것은 아닙니다. '어댑티브(Adaptive·적응형) 패션'이라고 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패션 분야가 있습니다. 신체 및 발달 장애인들의 이동성을 돕고 생활 속 필요를 적극 반영했고요. 그래서 불편함 없이 쉽게 옷과 신발을 입거나 신고 벗을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입니다.

어댑티브 패션의 대표적인 선두주자로는 미국의 패션 브랜드 타미힐피거(Tommy Hilfiger)를 꼽을 수 있습니다. 타미힐피거는 2017년부터 어댑티브 라인을 따로 선보이고 있는데요.

타깃층이 굉장히 구체적입니다. 가령 손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옷이라거나 의족 등 보철기기를 착용한 이들을 위한 옷,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의 옷 등입니다. 셔츠의 작은 단추를 채우기 힘든 이들을 위해 자석으로 된 단추를 달거나 벨크로(찍찍이)를 부착하는 것이죠.

그런데 해당 옷들을 직접 보면 어댑티브 라인이라고 해서 디자인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타미힐피거의 대표 디자인은 유지한 채 기능적 요소만 더했을 뿐입니다. '자유, 스타일 그리고 재미(Freedom, Fashion & Fun)'가 타미힐피거 어댑티브 라인의 콘셉트입니다.

[사진 출처 = 나이키]
나이키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뇌성마비가 있는 소년 Mattew Walzer는 혼자 신고 벗을 수 있는 운동화를 나이키 측에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고 플라이이즈(Go flyease)가 대표적인 어댑티브 라인입니다. 끈 대신 랩 어라운드 지퍼를 사용하고 신발 입구를 크게 만들어 쉽게 신고 벗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고 플라이이즈 모델은 아예 스트랩과 지퍼를 없앴습니다. 뒤꿈치만 밟으면 신발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열리게 한 것인데 그야말로 핸즈프리(Hands free) 신발입니다.

미국 소매 유통업체 타깃(Target)은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위한 자체 브랜드 캣&잭(cat& jack)을 출시했습니다. 자폐 아동의 예민한 촉감을 고려해 울퉁불퉁한 솔기는 물론, 상표 등을 기본적으로 없애 피부에 닿는 불편함을 최소화 한 것이죠.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인 콜스(Kohl's) 역시 어댑티브 라인이 있는데, 위장에 튜브를 꽂고 생활하는 어린이를 위한 티셔츠가 대표적입니다.

[사진 출처 = 삼성물산 패션부문]
또 다른 패션 소매업체 아소스(ASOS)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방수 점프 수트를 내놓았는데요. 완전히 방수 처리될 뿐 아니라 점프 수트에는 소매길이와 허리둘레의 지퍼를 조절할 수 있는 커프스가 달려 있습니다. 쉽게 조작이 가능합니다.

기억하시죠? 드라마 속 우영우는 제안을 받습니다. 자폐성 스펙트럼 지역 커뮤니티가 활발하고, 전문 상담사가 있으며 무엇보다 편견과 차별이 심하지 않은 해외에 가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말입니다. 척박한 국내 환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국내에서 어댑티브 패션을 추구하는 곳으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있습니다. 대기업 중에선 최초이자 유일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 중인 하티스트란 브랜드는 유니버설(Universial)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즉 연령, 성별,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 유무 등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한 사용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진 출처 = 유니클로]
하티스트에서 나온 하의에는 앉아서 생활하는 휠체어 장애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핏을 적용했습니다. 또 소매 뒤쪽의 신축성 있는 액션밴드,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도록 하는 지퍼 고리와 벨크로 여밈, 사이즈 여유분을 확보해주는 허리 이밴드(E-Band) 등 숨은 기능성 디테일을 통해 활동성과 착용감을 높였습니다.

국내 기업은 아닙니다만 유니클로는 서울시, 한국뇌성마비복지회와 손잡고 장애인 의류리폼 지원 사업을 진행했습니다.장애인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의류를 리폼해 제공하는 것입니다.

유니클로는 2019년부터 장애인의류리폼지원 캠페인에 참여해 지난 3년간 약 2000명의 장애인에게 리폼 의류 1만300여 벌을 지원했습니다. 유니클로는 패션 지원에 이어 한국뇌성마비복지회와 장애아동 보조기기 지원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우영우는 장애를 가진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큰 희생이 아니라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줬습니다.

우영우는 드라마 속에서 자신의 별명을 묻는 최수연에게 "너는 봄날의 햇살"이라고 말해줬는데요. 최수연이 그에게 해 준 일은 강의실 위치나 바뀐 시험 범위 알려주기, 물병 열어주기 등 일상 속 사소한 불편을 해소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패션기업들이 알게 모르게 이 같은 불편 해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부디 한 줌의 빛이 아니라 봄날의 햇살처럼 계속되면 좋겠습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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