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대체할 수 없는 이유 [박영순의 커피언어]

2022. 8. 20. 19: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커피를 넣지 않고 커피의 맛을 낼 수 있을까? 흔한 커피를 두고 굳이 그렇게 해야 하나 싶지만, 18세기 이미 커피 맛을 들인 유럽에선 부족한 커피를 대체할 것을 찾느라 아우성이었다.

이런 강력한 효능을 내면서도 재스민이나 장미를 떠올리게 하는 꽃향과 패션프루츠의 상큼함, 딸기잼이나 익힌 파인애플 같은 농밀한 과일 맛을 선사하는 음료는 커피밖에 없는 것이다.

치커리 뿌리를 볶은 뒤 달인 물이 구수하면서도 적절하게 쓴맛이 감도는 게 커피가 없는 허전함을 달래 주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커피를 넣지 않고 커피의 맛을 낼 수 있을까? 흔한 커피를 두고 굳이 그렇게 해야 하나 싶지만, 18세기 이미 커피 맛을 들인 유럽에선 부족한 커피를 대체할 것을 찾느라 아우성이었다. 커피를 갈구하는 현상은 과거의 일만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재배면적이 급감하는 반면 중국, 인도까지 가세해 커피를 대량 흡입하면서 안정적 물량 확보는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로 부상했다.

1763년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오스트리아와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런 마당에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커피는 당연히 눈엣가시였다. 커피로 인해 무역적자가 심화하자, 프리드리히는 국가만이 커피를 수입하고 왕이 지정한 곳에서만 커피를 볶게 했다. ‘냄새로 커피를 찾아내는 사람’이라는 뜻의 ‘카피리처’라는 단속반까지 만들어 허가 없이 볶는 것을 코의 감각으로 찾게 했다.
커피와 가장 가까운 느낌을 주는 것으로 치커리가 꼽힌다. 하지만 커피 본연의 효능 및 향미물질이 없다.
갈수록 가격이 치솟자, 프로이센 사람들은 커피를 대신할 수 있는 재료를 찾느라 혈안이 됐다. ‘커피 대체물’ 또는 ‘대용 커피’는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는데, 커피를 대신하려면 맛과 효능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했다. 신맛, 단맛, 쓴맛이 균형을 이뤄 어느 하나가 다른 맛을 압도해 불쾌함을 주지 않아야 한다. 입안의 점막에 닿을 땐 묽은 시럽이나 우유처럼 매끄럽게 부드러움을 주고, 목 뒤로 넘긴 뒤에는 점막을 마르게 해서 물을 찾게 할 정도로 건조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 알칼로이드 계열과 클로로젠산과 같은 폴리페놀 물질이 정신을 또렷하게 하고 혈류를 왕성하게 하면서 에너지를 솟구치게 해준다. 이런 강력한 효능을 내면서도 재스민이나 장미를 떠올리게 하는 꽃향과 패션프루츠의 상큼함, 딸기잼이나 익힌 파인애플 같은 농밀한 과일 맛을 선사하는 음료는 커피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용커피는 일단 맛을 따라 하는 데 집중됐다. 실마리는 커피와는 정반대로 심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프로이센 사람들이 민간요법으로 사용하던 치커리에서 풀렸다. 치커리 뿌리를 볶은 뒤 달인 물이 구수하면서도 적절하게 쓴맛이 감도는 게 커피가 없는 허전함을 달래 주었다. 점차 치커리를 달여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크리스티안 폰 하이네가 치커리 대용커피를 브라운슈바이크 당국에 특허신청을 했고 그 기록이 남아있다. 이때가 1769년으로 나폴레옹 1세가 태어난 해이니, 치커리 커피를 1806년 대륙봉쇄령 이후 등장한 것으로 보는 견해는 바로잡을 일이다.

당시 프로이센 사람들이 커피를 얼마나 아끼며 마셨는지는 ‘물 탄 커피’라거나 ‘작은 꽃 커피’라는용어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커피가루를 아끼기 위해 물을 많이 붓는 바람에 잔 바닥의 꽃모양이 보일 정도였다는 의미이다. 1860년대 미국남북전쟁 때 링컨이 이끄는 북군이 항구를 봉쇄하자, 커피를 마실 수 없었던 남군이 치커리를 캐서 마셨다.국내에서도 1970년대 커피가 사치품으로 묶여 가격이 오르자, 쓴맛을 높이기 위해 담배꽁초를 넣은 ‘꽁피’와 검은콩을 볶아 갈아 넣은 ‘콩피’가 시중에 나돈 적이 있다.

커피를 마시는 나라마다 보리, 호밀, 사탕수수, 무화과, 땅콩, 도토리 등을 이용해 커피를 대신하고자 했던 사건을 치렀다. 하지만 커피애호가들은 커피를 대신할 것은 없다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커피는 존재할 때부터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