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대체할 수 없는 이유 [박영순의 커피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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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넣지 않고 커피의 맛을 낼 수 있을까? 흔한 커피를 두고 굳이 그렇게 해야 하나 싶지만, 18세기 이미 커피 맛을 들인 유럽에선 부족한 커피를 대체할 것을 찾느라 아우성이었다.
이런 강력한 효능을 내면서도 재스민이나 장미를 떠올리게 하는 꽃향과 패션프루츠의 상큼함, 딸기잼이나 익힌 파인애플 같은 농밀한 과일 맛을 선사하는 음료는 커피밖에 없는 것이다.
치커리 뿌리를 볶은 뒤 달인 물이 구수하면서도 적절하게 쓴맛이 감도는 게 커피가 없는 허전함을 달래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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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넣지 않고 커피의 맛을 낼 수 있을까? 흔한 커피를 두고 굳이 그렇게 해야 하나 싶지만, 18세기 이미 커피 맛을 들인 유럽에선 부족한 커피를 대체할 것을 찾느라 아우성이었다. 커피를 갈구하는 현상은 과거의 일만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재배면적이 급감하는 반면 중국, 인도까지 가세해 커피를 대량 흡입하면서 안정적 물량 확보는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로 부상했다.
그러므로, 대용커피는 일단 맛을 따라 하는 데 집중됐다. 실마리는 커피와는 정반대로 심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프로이센 사람들이 민간요법으로 사용하던 치커리에서 풀렸다. 치커리 뿌리를 볶은 뒤 달인 물이 구수하면서도 적절하게 쓴맛이 감도는 게 커피가 없는 허전함을 달래 주었다. 점차 치커리를 달여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크리스티안 폰 하이네가 치커리 대용커피를 브라운슈바이크 당국에 특허신청을 했고 그 기록이 남아있다. 이때가 1769년으로 나폴레옹 1세가 태어난 해이니, 치커리 커피를 1806년 대륙봉쇄령 이후 등장한 것으로 보는 견해는 바로잡을 일이다.
당시 프로이센 사람들이 커피를 얼마나 아끼며 마셨는지는 ‘물 탄 커피’라거나 ‘작은 꽃 커피’라는용어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커피가루를 아끼기 위해 물을 많이 붓는 바람에 잔 바닥의 꽃모양이 보일 정도였다는 의미이다. 1860년대 미국남북전쟁 때 링컨이 이끄는 북군이 항구를 봉쇄하자, 커피를 마실 수 없었던 남군이 치커리를 캐서 마셨다.국내에서도 1970년대 커피가 사치품으로 묶여 가격이 오르자, 쓴맛을 높이기 위해 담배꽁초를 넣은 ‘꽁피’와 검은콩을 볶아 갈아 넣은 ‘콩피’가 시중에 나돈 적이 있다.
커피를 마시는 나라마다 보리, 호밀, 사탕수수, 무화과, 땅콩, 도토리 등을 이용해 커피를 대신하고자 했던 사건을 치렀다. 하지만 커피애호가들은 커피를 대신할 것은 없다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커피는 존재할 때부터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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