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윤대통령 "담대한 구상"..김여정 "어리석음의 극치"

보도국 2022. 8. 2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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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지성림 연합뉴스TV 북한전문기자>

[앵커]

지난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다시 정리해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외교·안보 부처와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지성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지난주 대담 말미에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무력 도발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할까요.

북한은 지난 수요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물론, 북한은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에 대해 침묵하고 있고요.

거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막말 담화까지, 이번 주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오늘 전해주실 내용, 핵심 주제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월요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대규모 경제 지원과 정치·군사적 상응 조치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대북 구상을 천명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담대한 구상'이라고 명명했는데, 먼저 담대한 구상의 구체적인 내용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은 나흘 만인 어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여정 담화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인식이 어떠한지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네, 우선 '담대한 구상'부터 살펴볼 건데요.

담대한 구상의 목표는 결국 북한의 비핵화 아닙니까.

'예측 가능한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이기도 했죠.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에 제시한 것은 바로 그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거죠?

[기자]

네, 넓은 의미에서는 윤 대통령이 제시한 '담대한 구상'을 북한 비핵화 로드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규정한다면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면, 즉 핵을 포기할 경우 얻게 될 보상 리스트입니다.

한마디로 '북한 비핵화 보상 방안'인 거죠.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당국자들의 생각은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바로 '우리'가, 한국 정부 주도로 미국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환경이라는 건 사실상 인센티브를 말합니다.

현 정부 대북정책 결정권자들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시의적절하게 잘 활용하면 북한을 단계별로 비핵화로 유도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대북 전략이 과연 현실적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비핵화 선택의 주체인 북한 당국, 김정은 정권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전략에 대해 어떻게 인식할지 유추해보는 것은 필요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철저히 북한 당국 입장에서만 생각해보면 윤석열 정부의 '단계별 비핵화 유도' 전략은 당나귀에게 당근을 하나씩 하나씩 주면서 물가로 인도하는 방식처럼 느껴질 겁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아마 시작부터 자존심이 상했을 겁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윤 대통령이 제시한 '담대한 구상'을 들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럼 담대한 구상의 내용은 직접 들어보시죠.

<윤석열 / 대통령> "저는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합니다.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북한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겠습니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담대한 구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비핵화 추진 과정에 국제사회와 협의해 단계적으로 대북제재 면제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해 왔던 윤석열 정부의 그동안 기조와는 달라진 것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실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가장 현실적이고 유연한 제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까 북한 당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먼저 생각해보자는 지 기자 얘기를 듣고 나서 그런지, 우리 정부만 의미를 부여해서는 이 구상이 현실적이라고 마냥 인정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 북한의 핵 개발 명분은 체제 안전 때문인데, 아무리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한다고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까요?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 구상인 '비핵·개방 3000'도 결국 빛을 보지 못했잖아요.

[기자]

네, 많은 전문가는 '담대한 구상'에 대해 '비핵·개방 3000'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평가합니다.

기본적인 틀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깁니다.

특히 '담대한 구상' 세부안 마련을 주도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비핵·개방 3000' 작성을 주도했던 동일 인물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담대한 구상'은 '비핵·개방 3000'과 차별화되는 제안이라고 주장합니다.

대통령실에서 강조하는 그 차별성은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과 연관이 있는 정치·군사적 상응 조치까지도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됐다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에 담대한 구상을 제시할 때는 정치·군사적 상응 조치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틀 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그 실체를 공개했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재래식 무기체계의 군축 논의, 식량·농업기술·의료·인프라 지원과 금융 및 국제투자 지원을 포함한…"

방금 들으신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지원', '재래식 무기 군축 논의' 등이 '비핵·개방·3000'과의 차별점이라는 겁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체제 안전을 대한민국 정부가 보장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본인과 현 정부는 무리한, 힘에 의한 북한의 현상 변경은 전혀 원치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즉 북한 정권과 체제를 흔들기 위해 물리력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북한을 안심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결국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에 나서면 우리 정부가 나서서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겠다는 제안이네요.

그런데 북한은 이런 '좋은 제안'을 왜 그토록 강하게 거부하는 거죠?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직접 나서서 담대한 구상을 비난하고 심지어 윤 대통령까지 조롱했는데, 김여정 담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기자]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와 결혼해주면 아파트도 사주고, 외제차도 사줄게"라고 제안을 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상대방은 이 사람을 신뢰도 하지 않을뿐더러 그동안의 안 좋았던 감정들과 트라우마도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이 사람과는 결혼할 마음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파트니 외제차니 하는 숱한 화려한 제안과 선물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북한은 경제적 지원은 물론이고, 체제 안전 보장도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부터 직접 받아내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계속 원했던 것이 북미 수교입니다.

미국이 김정은 정권을 합법적이고 정당한 정권으로 인정하고,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여기고, 수교를 맺어야 자신들의 안전이 보장된다고 믿는 겁니다.

결혼에 비유한다면 북한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과 결혼하고 싶은 겁니다.

그러니 한국 정부가 하늘의 별도 따다 준다고 한들 북한이 관심을 가질까요?

북한의 반응은 애초부터 예상됐던 것이지만, 김여정은 이번에 좀 심하게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조롱도 도를 넘었고요.

그럼 북한이 담대한 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들어보시죠.

<김여정 담화 / 조선중앙TV>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이다. '담대한 구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비핵·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 역사의 오물통에 처박힌 대북정책을 옮겨 베껴놓은 것도 가관이지만 거기에 제식대로 '담대하다'는 표현까지 붙여놓은 것을 보면 진짜 바보스럽기 짝이 없다."

김여정의 거친 막말은 처음도 아니고 예전부터 계속 들어왔지만, 이번에는 특히 듣기 거북했습니다.

[앵커]

윤석열 정부가 획기적인 제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해도 북한이 저렇게 '비핵·개방 3000' 복사판이라고 인식하면 거부할 만하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런데 취임 100일밖에 안 된 윤 대통령은 왜 그렇게 심하게 비난하는 건지. 이번 담화에서는 우리 국내 문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죠?

[기자]

일단 북한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보수 정부는 '대북 적대시 정책'을 편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그동안 윤 대통령이 해왔던 '선제타격' 등의 대북 발언들을 보면서 더 싫어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여정은 이번 담화에서 윤석열 정부와 아예 상대하지 않을 거라고 강조했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김여정 담화 / 조선중앙TV>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다.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담대한 구상'으로도 안 된다고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김여정은 "개는 엄지든 새끼는 짖어대기가 일쑤라더니 대통령이란 것도 다를 바 없다", "무식하고 용감하다", "천진하고 아직 어리긴 어리구나" 이런 막말을 쏟아내며 윤 대통령을 조롱했습니다.

심지어 "경제와 민생이 엉망이어서 언제 쫓겨날지도 모를 불안 속에 살 텐데 그 누구의 경제와 민생 개선을 운운할 겨를이 있겠는가"고 비아냥댔습니다.

이건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비꼬는 표현입니다.

김여정의 담화는 조소와 경멸, 비아냥으로 가득 찬 그야말로 '말 폭탄'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윤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다 있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국가원수를 이렇게 조롱하는 건 정말 수준 낮은 태도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정상 국가로 인정받길 원한다면 이런 외교의 기본자세도 안 된 행태부터 버려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보통 심술부리는 어린아이는 이것도 주고, 저것도 주겠다고 하면서 달래면 안 된다고 합니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스스로 화가 풀리고, 그리고 돌아앉아서는 자기가 필요한 것을 먼저 말합니다. "나 배고파. 밥 줘" 이렇게.

북한 비핵화를 자꾸 얘기하고, 엄청난 지원을 해준다고 온갖 제안을 해도 북한은 당장 생각을 바꾸지 않습니다.

김여정 담화를 보듯이 북한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 그냥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악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럴 땐 가만히 놔두는 게 상책일 수 있습니다.

북한이 먼저 자신들이 필요한 게 뭔지 말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다른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들에 집중하면 될 거라고 봅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아무리 남북관계가 최악이었다가도, 다시 대화가 성사되고, 교류가 재개될 때는 대체로 북한이 먼저 손을 내밀 때였습니다.

가만히 놔둬도 북한은 자신들이 필요한 게 있으면 먼저 남쪽에 유화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러니 기다리면 됩니다.

북핵 문제, 북한 문제 해결에는 의욕보다는 인내심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낼모레, 22일부터 한미연합연습 '을지프리덤실드'(UFS)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김여정 담화에 보면 윤 대통령이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 전쟁 연습을 강행한다"고 비난하는 내용이 있던데, 그만큼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미연합연습에 반발하는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데, 다음 주에 북한의 행보를 잘 주시해봐야겠습니다.

지 기자,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기자]

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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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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