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서머 캐리백' 속 발암물질, 정말 위험한 게 맞나요? [생생유통]

송경은 2022. 8. 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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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올 여름 고객 사은행사를 통해 증정한 `서머 캐리백`. 지난 5월 악취 논란에 이어 최근 인체 유해 물질인 폼알데하이드 검출 논란에 휩싸이면서 스타벅스가 자발적 리콜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스타벅스]
[생생유통] 최근 스타벅스의 고객 사은 증정품 중 하나인 '서머 캐리백'에서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다량 검출돼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스타벅스가 자발적 리콜을 진행하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스타벅스가 내놓은 다른 MD 상품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논란이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운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폼알데하이드에 대해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스타벅스의 서머 캐리백 폼알데하이드 검출 논란은 지난 6월 말 한 소비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제보로 불거졌다. 간이측정기를 서머 캐리백에 가까이 대보니 폼알데하이드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는 주장이었다. 지난달 21일에는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FITI시험연구원(섬유, 산업 자재 등을 대상으로 품질검사 등을 수행하는 민간 연구기관) 직원이라고 밝힌 이용자가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에 대한 시험을 진행한 결과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이런 가운데 스타벅스가 사전에 이미 폼알데하이드 검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고객들에게 서머 캐리백을 증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서머 캐리백에서 악취가 난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지난 5월 서머 캐리백 제조사가 국가공인 시험기관에 의뢰한 품질검사 결과서에 이미 폼알데하이드 검출 사실이 기재돼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악취의 원인에 집중하느라 당시에는 폼알데하이드 검출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당시 제조사와 스타벅스가 받은 시험 결과서의 결론은 제품의 품질에는 이상이 없고 제품의 악취는 염료에서 나는 냄새가 충분히 날아가지 않아서라는 것이었다. 통기만 충분히 해주면 된다는 설명이다.

서머 캐리백에서 검출된 폼알데하이드 역시 염료에서 비롯된 것이다. 폼알데하이드는 자극적인 냄새와 독성을 가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일종으로 탄소나 목재, 설탕 같은 유기물질의 불완전연소에 의해 발생하고 대기에도 미량 존재한다.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기 쉽고 건설자재에 잔류해 새집증후군을 일으키기도 한다. 티셔츠나 가방에 문양을 새길 때 쓰는 염료의 유기용매에도 포함돼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염료의 유기용매에는 폼알데하이드 외에도 아세톤, 벤젠 같은 다양한 VOCs가 포함돼 있는데 이들 물질은 휘발성이기 때문에 햇빛이 잘 드는 베란다에 가방을 두고 문을 열어 환기해주기만 하면 쉽게 사라진다"며 "막 생산한 티셔츠를 받았을 때 나는 냄새를 일으키는 것도 폼알데하이드를 포함한 유기용매의 VOCs 때문이다. 환기를 통해 유기용매가 휘발되고 나면 더 이상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머 캐리백에서 검출된 폼알데하이드의 양은 외피에서 1㎏당 20.0~681.0㎎, 내피에서 1㎏당 26.0~212.8㎎, 종이 보강재에서 1㎏당 71.6~641.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의 제품 샘플로 이뤄졌는데 염료의 냄새가 남아 있을 정도로 제조사가 유기용매를 충분히 날리지 않고 제품을 포장했다면 이 정도의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서머 캐리백 같은 가방은 쿠션, 방석, 커튼 등과 함께 '기타 제품류'로 분류돼 가정용 섬유 제품에 대한 폼알데하이드 안전기준 준수 대상이 아니다. 가정용 섬유 제품에 대한 폼알데하이드 안전기준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관리법'에 의해 인체에 직간접적 접촉 여부 또는 지속적 접촉 정도에 따라 정해진다. 내의류와 중의류는 1㎏당 75㎎ 이하, 외의류와 침구류의 경우 1㎏당 300㎎ 이하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일각에서는 폼알데하이드가 세계보건기구(WHO)가 분류하는 '1군 발암물질'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새로운 안전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과도한 대응이자 막대한 사회적 비용 낭비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폼알데하이드는 환기만 해주면 충분히 사라지는 휘발성 물질인 데다 심지어 고농도라고 하더라도 단기간 노출로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1군 발암물질에는 술, 담배도 포함돼 있다.

이 교수는 "1군 발암물질은 장기간 고농도로 노출됐을 경우 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만성 유해물질로, 뱀의 독이나 복어 독처럼 한 번의 노출로 치명상을 입히는 물질이 아니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제품의 안전관리가 아니라 고객 서비스 품질관리가 미흡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제조사의 미흡한 제조 품질관리와 이를 충분히 검수하지 않고 고객에게 증정한 스타벅스의 전문성 부족, 불필요한 리콜 사태까지 이르도록 방관한 정부의 무지함이 과도하게 소비자들의 공포심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11일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 자발적 리콜 안내'를 통해 "7월 23일부터 진행하고 있었던 서머 캐리백 회수 조치를 고객님들의 불안감 해소와 신속한 추가 조치 진행을 위해 공식화하기로 했다"며 "국가기술표준원, 한국소비자원과 협의해 8월 11일부터 10월 11일까지 서머 캐리백 총 107만9110개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19일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서머 캐리백은 현재 전체의 51%(약 54만개)가 회수된 상태다. 스타벅스는 회수 제품 1개당 무료 음료 쿠폰 3개를 지급하고, ‘e프리퀀시’ 스탬프 적립으로 서머 캐리백을 수령한 고객에게는 무료 음료 쿠폰 3개에 더해 스타벅스 상품권(3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이번 자발적 리콜과 별도로 전사적 차원에서 품질 검증 프로세스를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품질관리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해 체계적인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스타벅스는 다른 고객 증정품이나 현재 판매 중인 모든 MD 제품에 대해 국가공인 시험기관을 통해 폼알데하이드 검사를 진행해 '불검출' 사실을 확인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이대 1호점 개점 당시 초심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지난 23년 동안 성장이라는 화려함 속에서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은 없었는지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뒤돌아보고자 한다"며 "'한 분의 고객, 한 잔의 음료, 하나의 이웃에 정성을 다한다'는 스타벅스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실현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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