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올 뻔한 전업주부 이 남자..30만 유튜버 된 비결은? [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황순민 2022. 8. 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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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구독자 30만명, '감성대디'
성현규씨 인터뷰
전업주부로 살다,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상담을 해주는 유튜브를 시작해 구독자 30만명을 모은 `감성대디` 성현규 씨. [사진 제공 = 감성대디]
[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다. 결혼 후 그는 평범한 맞벌이 부부로 살았다. 그러다 첫아기가 태어났고, 둘째가 태어났다. 둘 중 한 명은 육아와 가사를 맡아야 했다. 치열한 논의 끝에 부인이 밖에 나가 일하기로 했다. 남편은 그렇게 주부가 됐다. 두 아이를 기르는 일은 매일 매시간이 전쟁의 연속이었다. 밤낮 구분이 사라졌고,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물론 행복감과 아빠로서 느끼는 기쁨은 엄청났다. 매일 매시간 놀라움과 신기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피곤함은 어쩔 수 없었다. 세상에서 잊힌, 나아가 세상을 잊어버리고 사는 남자가 된 느낌이었다. 기쁨 못지않게 퇴보돼가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인터넷으로 5000원짜리 스마트폰 삼각대와 1만5000원짜리 핀 마이크를 샀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도 5000원에 샀다. 거창한 목표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뭐든 해보고 싶었다. 아내가 퇴근하고 아이들과 놀다가 잠들었을 때, 1층 주차장에 있는 차 안으로 갔다. 실내 조명을 켜고, 스마트폰을 켜고 녹화를 시작했다. 세상을 향해 입을 열었다.

평범한 전업주부로 살다가 유튜브 구독자 30만명에 달하는 유력 인플루언서가 된 남자가 있다. '감성대디'로 잘 알려진 성현규 씨 얘기다. 그는 유튜브에서 잔잔한 육아 일상을 공유하면서 구독자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채널을 운영해 인기를 끌고 있다. 결혼 후 인테리어 목수 일을 배워서 목수 일을 시작했다. 둘째 딸이 태어난 직후에는 전업주부가 됐다. 그러다 무작정 유튜브를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피자집 배달, 카페, 호프집, 여행사 가이드, 스시 헬퍼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곳에서 일한 경험들을 자신의 채널에 풀어놨다. 미국에서 생활한 것, 한국에서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노하우와 구독자들의 고민 상담 그리고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던 인생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감성대디 Dennis'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그의 채널은 2년 반 만에 구독자가 30만명에 달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성씨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지나친 생각도, 깊이 있는 고민도 아니다고 말한다. 이번주 '더 인플루언서'와 만난 그는 자신만의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그냥 한번 해보세요.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항상 낫습니다.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릅니다. '그냥 하기'가 생각보다 꽤 좋은 곳으로 당신을 데려다줄 수도 있어요."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현재 하고 계신 일이 궁금합니다.

▷저의 본업은 두 아이를 케어하고 있는 전업주부입니다. 부업으로 '감성대디 Dennis'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죠. 최근에는 작가로서 데뷔했고 각종 강연도 나가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제 원래 직업은 인테리어 목수였습니다. 그런데 둘째 딸이 태어나면서 아내와 저 둘 중에 한 명은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됐고 계속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싶어 했던 아내 뜻을 존중해 제가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됐습니다. 하지만 평생 일만 하다가 갑자기 집에 있으면서 아이 둘을 키우고 집안일만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우울증이 오면서 삶이 무기력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빠로서 아이들을 키우는 재미와 보람과 행복은 충만했지만 외적인 나를 잃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외롭고 쓸쓸하다고 할까요.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시작한 게 바로 유튜브였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싶거나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저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조금이나마 있다면 거기에 따른 소소한 재미를 얻고 싶었죠. 그리고 한 달에 20만~30만원이라도 벌 수 있어서 기저귀, 분유 값으로 하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한 게 유튜브였습니다. 사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3년이 조금 안 됐는데 구독자가 30만명이 가까워질 정도로 커질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유튜브엔 주로 어떤 콘텐츠를 올리나요.

▷모든 콘텐츠는 바로 구독자분들의 고민 상담 요청 댓글입니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방대한 양의 댓글은 무궁무진한 보물창고죠. 고민 댓글 중에서 '이건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 봐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드릴 수 있겠다' 싶은 댓글을 골라서 이야기를 합니다. '나의 이야기가 정답이니 나의 말을 들으시오' 이런 식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는 정답은 아니지만 그저 참고 정도만 해달라'는 느낌으로요. 최대한 구독자분들 입장에 서서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인생을 더 산 사람 혹은 많은 경험을 한 사람에게 들을 수 있는 인생의 간접 경험을 들려드리고 거기에 재미와 유익한 정보까지 있다면 대중은 틀림없이 반응하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던가요.

▷크게 인간관계와 미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100세 시대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20·30대뿐만이 아니라 40·50대분들 역시 마찬가지인거 같아요. 그리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혼자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 어느 집단에 가든 인간과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죠. 인간관계에 서툰 사람들은 그만큼 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요즘엔 어떤 생활 팁을 전달하고 있나요.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하나라도 더 공부하고 경험해서 아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휴대폰을 사러 갔는데 잘 몰라서 비싸게 사는 경우가 있죠. 그럴 때는 화를 내거나 분해하는 것보다 '아, 내가 잘 몰라서 당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다시는 당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공부하는 게 중요하죠. 휴대폰을 비싸게 산 경험을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죠.

-감성대디 채널 구독자는 어떤 분들인가요.

▷일단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성별분들이 계십니다. 제 콘텐츠 자체가 어디 가서 당당하게 할 말을 하고 나를 드러내자는 주제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내성적이거나 소심한 성격의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가끔 가다 악플이 달리기는 하지만 저는 그런 것 신경 쓸 시간에 저를 좋아해주고 인격이 훌륭하신 분들의 댓글에 답글을 달고 에너지를 쏟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직장 시리즈가 아닐까 싶어요. 중학교 때부터 사회생활을 해왔고 다양한 알바, 다양한 직업,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나름대로 깨닫고 느끼고 터득한 사실을 제 경험으로 구체적인 예시를 들면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합니다. 실제로 많은 분께서 공감해주셨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가장 도움을 드린 콘텐츠가 아닐까 싶네요. 최근엔 교통사고가 났을 때 '호구 당하지 않는 법'을 올렸는데요. 제가 오랫동안 운전하면서 당했던 억울하고 황당한 경험과 그것을 해결했던 경험들을 이야기했더니 아주 많은 분께서 도움이 됐다고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위로'를 주제로 에세이집도 내셨습니다.

▷20대 시절 나에게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해줬더라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됐을까 싶은 이야기들로 구성해봤습니다. 많은 분의 고민의 본질은 바로 나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고민을 하고 상담 요청을 해옵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할 때 심장이 뛰는지, 누구를 만날 때 행복한지, 어떤 사람과 함께할 때 가장 나다워지는지 등 세상을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이 누군지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 자신이 누군지 알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다양한 경험이고요. 직접 부딪혀서 체득하는 경험만이 내가 누군지 알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가장 좋은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외에 이용하는 SNS가 있을지요.

▷아무래도 유튜브만큼 파급력이 있는 플랫폼이 있을까 싶어요. 유튜브는 한마디로 1인 방송국입니다. 구글에서 공짜로 1인 방송국을 대여해주고 나는 거기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많이 모아서 많이 머물게 할까, 그것만 고민하면 광고도 붙여주고 매달 돈도 줍니다. 유튜브는 잘되든 안되든 무조건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인스타그램도 하고 있는데 이건 지금은 그저 제 개인적 사진을 올리는 용도로만 쓰고 있습니다. 이 또한 조금씩 키워 나가볼 생각입니다

-유튜브 구독자 30만명. 생활에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사실 저는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아이들과 보내기 때문에 제가 유명해졌다든가, 인플루언서가 됐다는 느낌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책을 내면서 도서 출판 기념 팬 사인회를 했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오셨고 서울뿐 아니라 부산, 안동, 포항, 춘천 등 전국 각지에서 저를 보겠다고 올라오신 분들을 보면서 알 수 없는 전율과 감동을 느꼈습니다. '아, 나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됐고 기쁨이 됐구나' 싶어서요. 정말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낍니다. 물론 안 좋은 점도 있긴 합니다. 아무래도 불특정 다수에게 얼굴이 알려지다 보니 별별 공격이 들어올 때도 있죠. 있지도 않은 사실을 교묘하게 조작해 퍼트리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걸 보면서 정말 유명한 연예인들은 오죽할까 싶었습니다.

-전업주부이자 유튜버, 바쁠 것 같습니다. 하루 루틴이 궁금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이들 아침을 차리고 먹이고 씻기고 옷 입히고 학교와 어린이집을 보내고 나서 바로 헬스클럽에 가서 1시간은 무조건 땀을 흘립니다. 아침 루틴만큼은 꼭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아침을 어영부영 보내게 되면 그것이 오후까지 이어지며 결국에는 하루를 어영부영 보내게 돼 인생의 엄청난 낭비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의 목표는 언제나 변함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씩씩하게 하루하루 행복하게 잘 커서 좋은 사회구성원이 되도록 만들어주는 것. 우리 가족이 항상 별 탈 없이 소소하게 일상을 보내고 추억을 만들면서 사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많이 벌어야겠죠. 아이들을 보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돈이 들어오는 파이프라인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도 달성해보고 싶은 목표입니다.

[황순민 기자]

<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구축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 생태계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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