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쓸통]가계소득 역대 최대, 지갑 사정 좋아졌지만..씀씀이는 '뚝'

옥성구 입력 2022. 8. 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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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통계청 '2분기 가계동향조사' 살펴보니
월평균 소득 483만원…전년比 12.7%↑
물가 상승분 제외 실질 소비지출 0.4%
5분위 고소득층에서 남는 돈 394만원
1분위 저소득층 -28만원, 오히려 적자


[세종=뉴시스]옥성구 기자 =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과 거리두기 해제 등 영향으로 올해 2분기 가계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하며 저소득층부터 고소득층까지 지갑 사정이 전보다 나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갑은 오히려 '꾹' 닫힌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최근 고물가 상황에서 상품·서비스 가격 인상에 따라 소비 지출이 일부 늘긴 했지만, 벌어들이는 액수가 커진 것에 비해 씀씀이는 오히려 늘지 않은 것입니다.

20일 통계청의 '2022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483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12.7% 늘었습니다. 1인 가구 이상을 포함해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래 최대 증가 폭입니다.

소득 유형별로 보면 올해 2분기 취업자 수 증가로 고용 상황이 개선되며 근로소득이 288만7000원으로 5.3% 늘었습니다. 이는 2분기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중심으로 서비스업 업황이 개선되며 사업소득은 14.9% 증가한 92만7000원입니다. 2010년 1분기(13.1%) 이후 역대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정부 등이 무상으로 지급하는 이전소득은 89만3000원으로 44.9% 늘었습니다. 특히 2차 추가경정예산에 편성된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에 따라 공적 이전소득이 67만9000원으로 61.5% 대폭 증가했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지갑 사정이 예전보다 나아졌음에도 비교적 씀씀이는 커지지 않았습니다.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61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5.8% 늘었지만, 소득 증가율(12.7%)에 비해서는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물가 상승분 효과를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0.4%에 그쳤습니다. 물가 상승으로 상품·서비스 가격이 인상되며 소비지출이 늘어난 것일 뿐, 씀씀이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지난해 2분기(1.3%) 이후 같은 분기 기준으로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 실제 소비지출과 실질소비지출 간의 격차가 이렇게 벌어지는 것도 2008년 3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이번에 일시적으로 손실보전금이 21조원가량 지급되면서 소득이 소비지출 증가율보다 높았고, 그러다 보니 소득과 소비 간 격차가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지난 6월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06.09. scchoo@newsis.com


한 가구에서 소비와 저축 등에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은 394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14.2% 증가했습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 지출을 제외한 흑자액은 132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35.2% 많아졌습니다.

가구를 소득별로 5개 구간으로 나눴을 때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32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11.7%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처분가능소득은 833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15.3% 늘었으나,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 438만9000원을 제외한 흑자액은 394만1000원으로 41.4% 더 크게 증가했습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2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늘었습니다. 처분가능소득은 94만원으로 15.7%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이 122만2000원으로 더 많아 흑자액이 -28만2000원입니다.

바꿔 말하면 5분위 가구는 소비와 관계없이 빠져나간 200만원을 제외하고, 소비 지출로 438만여원을 쓰고도 통장에 쟁여둘 수 있는 돈만 394만원인 셈입니다. 이를 수치로 표현한 흑자율은 48.6%로 모든 분위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반대로 1분위 가구는 비소비 지출 20만원을 빼고 소비 지출로 122만여원을 쓰다보니 오히려 28만여원이 적자로 남은 것입니다. 흑자율은 -30.0%로 모든 분위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흑자율을 모든 분위로 나열해 볼 때 5분위(47.3%), 4분위(32.2%), 3분위(27.3%), 2분위(21.6%), 1분위(-30.0%) 순으로 고소득층일수록 통장에 쟁여둘 돈도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지난해 3분기부터 개선 흐름을 이어오던 소득 격차 개선세가 4개 분기 만에 멈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 가구로 나눈 배율은 지난해 2분기(5.59배)보다 0.01배 포인트(p) 높아졌습니다.

정부가 손실보전금을 지급하며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5분위 가구의 공적 이전소득이 크게 증가한 영향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오히려 고소득층에게 돈을 뿌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기획재정부는 "정부는 소득·분배 상황을 비롯한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민생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둬 소득·분배 여건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6월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직장인 김모 씨가 장을 보고 있다. 2022.06.29. livertrent@newsis.com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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