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뒤늦은 한수원 사장 선임..'원전 세일즈'에 힘 실릴까

세종=우영탁 기자 입력 2022. 8. 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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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호 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한수원 신임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조규모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 수주 계약
올 하반기 폴란드·체코·사우디 신규원전 사업자도 윤곽 날듯
한전은 사우디 원전 수주 총력전..정부도 원전수출위 출범
[서울경제]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장으로 황주호 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선임됐습니다. 지난 6월 공모 마감 이후 두 달여 만입니다. 한수원 사장으로 비(非) 관료 출신이 선임된 것은 약 10년 만입니다. 한수원은 2001년 출범 후 줄곧 내부 출신 사장을 배출하다가 2012년부터 산업부 출신을 사장으로 선임해왔습니다. 황 신임 사장은 ‘원전 세일즈’에 힘을 보탤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분위기는 좋습니다. 일단 황 신임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대형 원전 수출 계약이라는 성과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한수원은 지난 1월 이집트 엘다바 원전의 터빈 건물 등 2차 건설사업의 단독 협상 대상자로 선임됐는데 조만간 수주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황주호 신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서울경제DB

이집트 엘다바원전은 1200MW급 러시아 노형인 VVER-1200 4기가 구축되는 사업으로, 총 300억달러(약 36조원)가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 사업은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의 자회사인 ‘JSC ASE’가 지난 2017년 이집트 원자력청으로부터 수주했습니다. 한수원은 이 중 원전 4개 호기의 부속건물 건설사업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비록 노형 자체를 수주한 것은 아니지만 한수원 몫이 최소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재훈 현 한수원 사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3년여의 노력이 이제 마지막 단계에 와있다”며 계약 체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오전(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뿐 만이 아닙니다. 원전 업계에 따르면 이집트 엘다바원전을 비롯해 체코 두코바니원전, 폴란드와 사우디아라비아 신규원전의 사업자가 모두 올해 하반기에는 윤곽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소위 ‘큰 장’이 열리는 셈입니다.

정부도 발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원전 수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민관 합동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원전수출위)’를 정식 출범시키고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체코·폴란드·네덜란드·필리핀·영국·카자흐스탄 등의 재외공관 8곳을 원전 수출 지원 공관으로 지정해 현지 소통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원전수출위는 우리나라 원전 수출 생태계 복원과 해외 원전 수주 지원을 주도할 예정입니다. 이 장관은 “체코·폴란드·영국·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 많은 나라가 한국과 원전 협력을 타진하고 있는 만큼 13년 전 UAE 바라카 원전 수주에 이어 올해를 원전 수출의 새로운 원년으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EPA 연합뉴스

사우디 원전 수출을 타진 중인 한전은 최근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서 발주한 자푸라 천연가스전 열병합발전소 개발 사업을 따냈습니다. 수주 규모는 최대 6억 달러(약 8000억 원)로 한전의 해외 열병합발전소 수주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전이 사우디가 추진 중인 12조 원 규모의 원자력발전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사우디는 5월 우리나라를 비롯해 프랑스·중국·러시아 등 4개국에 12조 원 규모의 원전 건설 의사를 타진하는 입찰참여요청서를 보냈습니다. 우리로서는 자푸라 가스전 수주를 계기로 사우디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어 원전 수주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10월 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이 예정된 만큼 원전 건설 프로젝트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전은 앞서 기후가 비슷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하며 기술력을 검증받았습니다.

사우디 원전 건설 사업은 사실상 한국과 러시아의 2파전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사우디 정부가 앞서 올 5월 한국·중국·프랑스·러시아에 입찰 참여 요청서를 보냈는데 프랑스는 원전 공급 단가가 상당히 높고 중국은 사막에서 원전을 건설해 본 경험이 없는 탓입니다.

한수원은 지난 4월에는 폴란드 신규 원전 건설사업 주무 부처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고 수주 활동을 시작했으며, 체코 두코바니 지역의 1000MW 규모 신규 원전 사업 수주 경쟁에도 뛰어들 예정입니다. 황 신임 사장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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