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정권 초기마다 '보훈 수사'로 반짝..'정치 보훈' 하나
보훈처는 어제(19일)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추가 의혹을 밝힌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인쇄비 5억 원 과다 견적, 카페 공사비 9천800만 원 과다 계상, 대가성 기부금 1억 원 수수, 기부금 1억 3천만 원 목적 외 사용, 법인카드 2천200만 원 유용 등 김 전 회장의 비리를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원웅 전 광복회장은 정치 편향적 언행을 많이 함으로써 광복회장으로서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인물입니다. 그의 비리 의혹은 올 초 언론 보도로 익히 알려졌습니다. 보훈처가 두어 번 감사를 벌였고, 경찰 수사도 이뤄졌습니다. 범죄 혐의가 확정되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 보훈처의 발표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모시는 순수한 보훈이라기보다는, 5년마다 벌어지는 '정치 보훈'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박민식 보훈처장이 출입기자단 앞에 처음 등판한 자리였음에도 보훈의 청사진은 뒷전이었습니다. 대신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전 광복회장에 대한 정밀 감사 결과를 부각시키는 데 온갖 공을 들였습니다.
5년 전엔 박승춘, 지금은 김원웅
박승춘 처장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반대했고, 유신 반대 민주화운동을 종북으로 폄하하는 DVD 동영상을 제작·배포하는 등 여러 말썽을 일으킨 전력이 있습니다. 보훈처는 그의 행적을 적폐로 규정하고 몇 달간 감사를 벌여 결과를 냈던 것입니다.
낯 뜨거웠습니다. 박승춘의 적폐뿐 아니라 보훈처 조직원들의 양식이 참 볼썽사나웠습니다. 보훈처 직원들은 박승춘의 적폐적 아이디어를 탄탄한 정책으로 적극적으로 구현시킨 장본인입니다. 박승춘이 적폐를 했다면, 보훈처 직원들은 부역을 한 것입니다. 박승춘이 자기 신념에 따라 행동했다면, 보훈처 직원들은 영혼 없이 추종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보훈처 임직원들은 정권이 바뀌니 박승춘의 적폐를 처음 보는 남의 일인 양 규탄했습니다.
보훈처장들의 수사 의욕
박민식 현 처장은 검사 출신입니다. 어제 발표에서도 검찰 경험을 내세웠습니다. 그는 "제가 법률가 출신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김원웅 전 회장에 대한 조치를) 확실히 하겠다", "저도 과거에 검찰에 있을 때 이런 브리핑을 가끔씩 했었는데, (김원웅 전 회장 사건을) 전문적인 수사기관에 조사해달라고 요구하는 것"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박 처장은 피우진 전 처장과 달리 전 정부를 겨냥해 수사를 방불케 하는 감사를 벌인 이후에 제자리로 돌아가 보훈 본연의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보훈처는 다분히 정치적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보훈처는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멀리했고, 문재인 정부의 보훈처는 좌파 계열 독립운동가를 모시는 데 은근히 힘 썼습니다. 이른바 정치 보훈을 한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보훈처도 5년 전과 다름없이 전 정부 인사 솎아내기부터 시작하는 폼새를 보니 앞날이 대충 짐작됩니다. 나라 위해 희생한 분들을 봉양하는 보훈은 정치와 무관합니다. 비정치적 보훈을 해야 합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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