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만의 고민 아냐" 공무원의 원격근무 어떻게 생각하세요?[찐비트]

정현진 입력 2022. 8. 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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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공무원이 스터디카페에서 원격근무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7일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공직문화 혁신 기본계획'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내놓은 계획인데요. 기존에 자택이나 스마트워크센터에서만 가능하던 원격근무를 스터디카페, 정책현장 등으로 확대한다는 겁니다. 근무시간도 1일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쪼개서 원격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죠. 이러한 변화는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 등 젊은 공무원이 잇따라 조직을 속속 빠져나가는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경직된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바꿀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죠.

원격근무 확대 여부는 기업들이 안고 있는 고민 중 하나 인데요. 올해 글로벌 기업들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로 어려움을 겪는 소식은 찐비트에서 여러 차례 전해드렸죠. 애플이 대표적이었는데요. 최근 애플이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수차례 도입을 늦췄던 주 3일 사무실 출근 의무화를 다음 달 5일부터 다시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5월 머신러닝의 대가인 이안 굿펠로가 구글로의 이직이라는 결정을 할 정도로 반발이 거셌는데 이번에는 주 3일 출근 도입이 무사히 도입돼 자리를 잡을 지 시장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근무형태와 관련한 논의에서 고용주와 고용자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공직문화 혁신 기본계획' 내용 일부

이러한 배경에서 인사혁신처가 내놓은 원격근무 확대 방안을 보면 사무실 복귀나 근무 형태에 대한 고민이 기업 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일과 근무 형태를 둘러싼 인식이 변해가는 흐름 속에서 생산성은 높게 유지하면서 민간 기업과 인력 경쟁을 벌여야 하는 정부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죠.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 주요국에서도 공무원들의 원격근무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찐비트에서는 각 국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세금 낭비 막겠다" 英 정부-노조 '사무실 복귀' 놓고 치열

영국은 코로나19로 원격근무를 도입했던 공무원들의 사무실 복귀 논쟁이 가장 치열하게 터져 나오는 국가입니다. 공무원 개혁 강경파인 제이컵 리스 모그 정부 효율 담당 장관을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내내 정부가 공무원들을 사무실로 나오게 하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사무실을 비워두는 것이 세금 낭비라고 본 리스 모그 장관이 직접 중앙부처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빈 책상에 '찾아왔는데 자리에 없어 아쉽다. 사무실에서 곧 보자'는 쪽지를 남겨 그 일화가 보도되기도 했어요.

영국의 제이컵 리스 모그 정부 효율 담당 장관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영국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도 지난 4일(현지시간) "리스 모그 장관을 지지한다.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사무실에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나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의 공무원 사무실 출근율을 살펴보면요.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난달 25~29일 영국 행정부 관청인 화이트홀의 절반 정도만 자리가 찼다고 합니다. 가장 출석률이 낮은 곳은 스코틀랜드 사무실로 27%였고 외무부도 34%였다고 해요. 리스 모그 장관이 속해있는 내각부조차 사무실에 나오는 직원 비율은 55%라고 합니다. 조사 시기가 여름휴가를 주로 떠나는 때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난 2~6월 사무실 출근 비율이 평균 46%였던 점을 감안하면 영국 공무원의 재택근무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것이 영국 정부 고위급의 판단인 듯 합니다. 보리스 존슨 총리도 나서서 공무원들을 향해 여러 차례 사무실 출근을 요구했지만 크게 상황이 달라지진 않고 있는 것이죠.

영국 정부 뿐 아니라 영란은행(BOE)도 원격근무 논쟁에 휘말린 적 있는데요. 지난 5월 BOE가 직원들에게 일주일 중 하루 출근을 권고했다가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근무 태만하고 있다는 정치권의 비판에 직면했던 것이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중 하이브리드 근무제의 장점을 강조해왔던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거센 반발 앞에 지난 5월 한 방송에서 "더 많은 직원들이 돌아오길 바란다.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걸 통해 화면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 사이에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영국 정부의 이렇듯 사무실 출근과 관련한 강경한 메시지는 대대적인 공무원 개혁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인데요.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지난 5월 "가계생활비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 비용을 줄여야한다"면서 코로나19 기간 중 급격하게 늘어난 공무원 규모를 20% 가량, 즉 9만1000명을 감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정부는 이들에게 지급할 퇴직금까지 줄여 정부의 효율성을 더욱 높이겠다고 나선 상황이에요. 공무원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 공공·상업서비스(PCS) 노동조합은 파업 등 쟁의행위에 나서기 위한 절차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영국 공무원의 원격근무에 어떠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 "민간기업과 경쟁하려면…" 美 인재 확보 고민

이번엔 미국의 상황을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미국에서도 공무원의 원격근무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는데요. 블룸버그는 지난 5월 사설을 통해 "인플레이션 급등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210만명의 연방 공무원 인력 상당수가 사무실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면서 "민간 부문의 직원들은 하이브리드 근무를 유지해 혜택을 보더라도 공무원은 다르다. 공무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와야한다"라고 비판했어요.

지난달 21일에는 미 하원 정부 운영 소위원회에서 열린 연방 인력의 미래와 관련한 청문회에서 공화당 소속 조디 하이스 하원의원이 "바이든 행정부가 공무원들의 텔레워크와 원격근무를 확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 공무원에게 사무실 복귀를 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면서 원격근무, 임금 인상, 휴가 등을 공무원의 호화로운 혜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입장은 강하게 몰아붙이는 영국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미 하원 정부 운영 소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미 연방 인사관리처의 키란 아후자 국장의 발언에서 미 정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데요. 미 데이터마케팅서비스 업체 테크타깃이 전한 바에 따르면 아후자 국장은 이 자리에서 "민간기업들과 진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텔레워크와 원격근무는 채용에 있어 중요한 도구"라고 말했습니다. 제이슨 밀러 미 백악관 예산국 부국장도 원격근무와 관련해 현재의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근무 일정이나 지역, 이동과 관련해 기관이나 직원들에 더 많은 재량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결국 미 정부가 공무원의 사무실 복귀와 관련해 인력 부족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단 것이죠.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달 3.5%로 1969년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IT 기업을 중심으로 미 기업들의 정리해고 발표가 잇따르고 있지만 여전히 기술 등 특정 분야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인재를 놓고 민간기업과 경쟁해야 하는데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했을 때 현실적으로 이들을 영입하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또 민간기업이 정부에 비해 근무형태나 보상 등을 유연하고 빠르게 조정할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선 이 자체로도 경쟁력이 떨어져 난감한 상황입니다. 미국 취업사이트 운영기업 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미 매체 악시오스에 "사람들이 공공부문을 떠나 보너스를 더 주고 임금 인상도 빨리 결정하는 민간부문으로 이동했다"라고 했어요. 악시오스는 이 기사에서 미국 학교나 우체국 등에서 공무원들이 속속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채우지 못해 정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일본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일본 정부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유연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한국과 비슷하게 젊은 공무원들이 속속 빠져나가면서 한국의 인사혁신처와 같은 일본 인사원에서 텔레워크의 확대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인사원은 지난 7월 유연근무제를 한층 더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한차례 냈고요. 텔레워크 확대 등을 추가 논의해 내년 6월 공무원 업무 환경 개선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정리할 계획입니다. 니혼게이자이는 "코로나19 확대 등을 바탕으로 민간 기업에서 유연근무와 텔레워크가 급속도로 확산했다"면서 "국가공무원도 유연한 노동환경을 갖춰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라고 전했어요.

이렇듯 공무원의 원격근무를 대하는 각 국의 인식과 대응에는 차이가 있는데요. 개별 국가의 노동시장 상황이나 정부의 생산성과 효율성, 인력 확보 방안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이겠죠. 코로나19가 만든 일의 미래 변화가 기업 뿐 아니라 각 국 정부 조직을 어떻게 바꿔나갈 지 주목됩니다.

편집자주 - [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조직문화, 인사제도와 같은 기업 경영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외신과 해외 주요 기관들의 분석 등을 토대로 신선하고 차별화된 정보와 시각을 전달드리겠습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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