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대가 없이 주고받는 일은 왜 중요한가

이용성 기자 2022. 8. 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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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원제인 영어단어 'Gift'에는 '선물'과 '재능'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재능을 나눠야 할 '선물'로 보는 시각이 녹아든 것으로 볼 수 있겠다.

타고난 재능을 값없이 부여받은 선물로 보고, 재능의 발휘를 자신이 받은 선물에 대한 답례이자 감사의 표시로 여기는 것이다.

재능을 선물이자 축복으로 보기 보다 자신이자 경쟁력으로 여기는 시대, 예술과 문화의 영역마저 자본의 논리가 장악해 가는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두고두고 꺼내 볼만한 '책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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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루이스 하이드Ι 전병근 옮김Ι 유유Ι 3만원Ι 671쪽
루이스 하이드著 '선물'. /유유 출판사

책의 원제인 영어단어 ‘Gift’에는 ‘선물’과 ‘재능’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재능을 나눠야 할 ‘선물’로 보는 시각이 녹아든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면 그건 선물이 아니다. 재능도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타고난 재능을 값없이 부여받은 선물로 보고, 재능의 발휘를 자신이 받은 선물에 대한 답례이자 감사의 표시로 여기는 것이다.

미국 시인이자 수필가로 하버드대 문예창작 과정의 디렉터를 역임한 저자는 다양한 인류학 기록을 토대로 선물 순환의 역사를 훑는다. 뉴기니 동쪽 끝에 사는 마심족의 선물 교환 순환 ‘쿨라’와 마오리족이 중시하는 선물 순환의 정신 ‘하우’ 등을 소개한다. 또 영미 현대문학의 두 거장인 월트 휘트먼과 에즈라 파운드의 작품 세계를 살피며 선물 순환을 탐구한다.

하지만 선물에 대한 저자의 사유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창작자의 예술작품이 대중에게 유통되는 과정에 대한 성찰로 나아간다. 문학·음악·그림 등 다양한 형태의 예술도 단순히 창작자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선물’이기에 대가 없이 사회에 환원하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책은 예술적 재능과 그 결실(작품 등)은 이윤이 지배하는 상품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누리는 선물로 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여러 갈래로 보여준다. 예술작품을 상품으로만 대한다면 ‘선물’의 본질은 희석되고, 세상은 더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결론에 이르러 예술가들이 예술적 체험으로 세계를 향해 봉사하는 노동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한다.

‘눈먼 암살자(The Blind Assassin)’ ‘증언들(The Testaments)’로 영어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 상을 2회 수상한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는 ‘선물’에 대해 “재능있는 무명의 창작자들을 위한 최고의 책이며 걸작”이라고 극찬했다.

두께감이 제법 있지만 술술 읽힌다. 유발 하리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과 알랭 드 보통,말콤 글래드웰 등의 공저인 ‘사피엔스의 미래’ 등의 역자이자 ‘북클럽 오리진’을 운영하는 지식 큐레이터 전병근 대표가 책을 번역했다. 독특하고 정감있는 글씨체도 가독성을 더한다.

재능을 선물이자 축복으로 보기 보다 자신이자 경쟁력으로 여기는 시대, 예술과 문화의 영역마저 자본의 논리가 장악해 가는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두고두고 꺼내 볼만한 ‘책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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