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용인하는 '킹달러', 또 시장 태풍의 눈으로(종합)

김정남 2022. 8. 2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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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 인사' 바킨의 강경 매파 발언
비둘기 카시카리, 강력한 매로 변신
"연준이 달러 초강세 용인하고 있다"
미국 물가 잡기 포석..시장은 '움찔'
8월 잭슨홀 미팅서 파월 발언 주목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고위인사들이 부쩍 긴축 언급 수위를 높이면서 달러화 가치가 다시 폭등하고 있다. 연준이 사실상 ‘킹달러’를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달러화 초강세를 통해 미국 물가를 잡으려는 의도다. 다만 미국 밖으로 눈을 돌리면 강달러 장기화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많다.

(출처=인터치 캐피털 마켓츠)

‘중립 인사’ 바킨의 강경 매파 발언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토머스 바킨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매릴랜드주 오션시티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경기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며 “물가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킨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메리디스 블랙 댈러스 연은 총재 등과 함께 중립 쪽에 기운 매파로 평가 받는다. 그런 그가 ‘침체를 각오한 긴축’을 언급한 것은 예상보다 강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킨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우선하는 것은) 경제 활동의 큰 감소 없이 달성할 수 있다”면서도 “그럴(경기가 하강할) 위험은 있다”고 인정했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는 경로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 중 가장 완화적인 비둘기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의 변신이다. 그는 최근 “침체를 초래하지 않고 물가를 낮출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올해 말 3.9% △내년 말 4.4%의 최종 금리 수준을 거론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이 가장 높은 확률로 보는 연준의 최종 금리는 3.50~3.75%다. 카시카리의 기조가 FOMC 내의 그 누구보다 매파적으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와 함께 비둘기의 대명사로 불렸던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내년 말 4%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슈퍼 매파’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만나 “9월 FOMC에서 75bp(1bp=0.01%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며 “아직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다다랐다고 말할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올해 말까지 금리를 4%까지 높여야 한다고 했다. FOMC 인사들 중 가장 높은 금리 수준이다.

근래 들어 “필요 이상의 긴축을 원하지 않는다”(매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속도조절론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연준은 아직 강경 긴축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어떻게든 초기에 물가를 잡아야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장기 성장세를 담보할 수 있다는 기류가 연준 내에서 대세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오른쪽). (사진=AFP 제공)

달러인덱스 폭등에 금융시장 출렁

통화정책은 △금리 경로 △자산가격 경로 △환율 경로 △기대 경로 등을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긴축의 경우 실질금리(명목금리-인플레이션)가 뛰면서 자산가격과 환율 등에 움직이는 게 대표적이다.

연준에 따르면 실질금리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지난 17일 기준 0.43%다. TIPS 금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2020년 3월 이후 2년 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올해 3월 연준의 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5월 들어서는 플러스(+)로 전환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있는 것도 이와 직결돼 있다.

특히 실질금리가 급등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띠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대형 보험사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자회사인 PGIM의 데이비드 디치아치오 운용역은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 실질금리 상승 국면에서 달러화는 항상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8.22까지 치솟았다. 달러화 가치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달 중순 레벨에 근접했다.

연준이 강달러 환경을 조성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달러화 강세는 수입물가를 내려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의 해외 실적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높다. 월가 한 고위인사는 “연준이 달러화 초강세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며 “8%가 넘는 인플레이션 하에서 이를 되돌린다는 것은 쉽게 생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이날 뉴욕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 전반은 돌연 출렁였다.

게다가 지금은 물가, 소비, 생산 등 주요 지표들이 이미 시장에 공개된 ‘재료 공백기’다. 잇단 매파 발언들의 시장 영향력이 클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웨이 리 수석투자전략가는 WSJ에 “(최근 두 달 이상 랠리를 펴고 있는 증시 등) 시장이 너무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며 “연준이 정책 전환에 나서겠지만 시장 예상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미국 외에 세계 각국에 있어 갑작스러운 킹달러는 악재에 가깝다는 점 역시 관심사다. 당장 자본 유출 우려부터 나올 수 있는 탓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중반대에 접근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또 킹달러가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시장은 코 앞으로 다가온 제롬 파월 의장의 잭슨홀 미팅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 캔자스시티 연은 주최로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심포지움이다. 파월 의장의 연설은 일주일 후인 오는 26일 예정돼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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