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숨은 비경 즐기는 형제섬 호핑투어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최현태 입력 2022. 8. 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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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 앞바다 다정하게 마주 보는 신비의 형제섬/맑고 투명한 바다에 ‘풍덩’...스노클링·해수욕 즐기는 파라다이스/문주란 군락·30m 주상절리 절벽 옷섬 절경에 “와∼”
형제섬 스노클링
선명하고 진한 울트라 마린색으로 칠한 클랭블루빛 바다. 10여명을 태운 배는 사파이어 보석을 쏟아 부은 듯한 푸른 바다를 갈라 하얀 물보라를 만들며 빠르게 먼 바다로 나아간다. 점점 다가오는 미지의 세상. 8월의 뜨거운 태양을 정면으로 받아 대리석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섬의 수직절벽은 거대하고 아찔하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며 태고의 신비 가득한 섬속의 섬, 제주 형제섬에 발을 내딛는다.
사계해변에서 본 형제섬
드론촬영 형제섬 전경 디스커버 제주 제공
#제주 숨은 비경 즐기는 형제섬 호핑 투어
호핑 투어(Hopping Tour). 호핑은 껑충껑충 뛰며 돌아다닌다는 뜻. 여기에 투어가 붙으면 배를 타고 이 섬 저 섬 옮겨 다니며 스노클링과 수영 등을 즐기는 바다 레저를 의미한다. 제주 올레길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10코스의 사계해안과 송악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독특한 화산체 산방산이 늘 등장한다. 또 하나가 산방산 앞바다 1.5㎞ 거리에 다정하게 서로 바라보며 신비하게 떠있는 형제섬.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계속 바뀌는 섬은 보통 2∼3개이고 많을때는 8개로 늘어난다. 날씨에 따라 요술을 부리는 형제섬이지만 아주 작은 무인도이고 섬에 들어가는 배편이 따로 없었기에 여행자들은 섬에 들어가 볼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형제섬
임회선 셰프 부부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섬에 들어갈 수 있고 스노클링 등 신나는 물놀이까지 즐길 수 있단다. 서귀포시 대정읍 사계해안의 지중해 요리 전문 레스토랑 바다마르마레에서 점심을 먹다 우연히 알게 됐다. 제주에서 키운 시금치와 말린 버섯으로 자작하게 국물을 낸 ‘안초비 마늘소스 파스타’와 신선한 바질·방울토마토를 곁들인 ‘썸머 파스타’를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는데 임회선 셰프가 “형제섬에 꼭 한번 들어가 보세요. 경치가 끝내줘요”라며 귀띔한다. 얼마전에 다녀왔다는데 제주 사람도 잘 모르는 숨은 비경이라고 극찬을 늘어놓는다. 임 셰프는 서울 신촌에서 ‘숲으로 간 물고기’를 운영하며 지중해 요리로 이름을 날리다 몇해전 제주에 정착했고 형제섬 풍경에 홀딱 반해 이곳에 보금자리를 꾸몄단다. 맛있는 요리도 즐기고 새로운 여행 정보도 얻었으니 오늘은 아주 운이 좋은 날이다.
안초비 마늘소스 파스타
썸머파스타
안초비 마늘소스 파스타는 제주도 마늘과 유럽의 안초비를 넣었는데 비리거나 짜지 않고, 시금치와 말린 버섯을 넣어 국물 맛이 시원해 해장용으로 딱이다. 썸머 파스타는 대추방울토마토가 신맛이 적어 제일 맛있는 때인 7∼8월에만 선보인다. 제주도의 깨끗한 바닷물에 무항생제로 키운 흰다리새우와 식당 앞에서 바닷물 맞으며 자란 민트맛에 가까운 바질을 넣어 입맛 없는 한여름에 식욕을 북돋우는 건강식이다.
드론촬영 형제섬 앞바다 디스커버 제주 제공
형제섬 가는 길
형제섬 호핑투어는 포털사이트에서 ‘디스커버 제주’를 검색해서 예약하면 된다. 오전 10시∼오후 3시 하루 6차례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며 1∼3시간짜리 프로그램 성인 1인 가격이 3만8000∼5만8000원이다. 섬에서 2시간 스노클링을 즐기는 4만8000원 상품이 가장 적당하다. 구명조끼와 수경 등 스노클링 장비는 모두 빌려주기에 특별한 준비는 필요 없다. 사계포구 주차장의 ‘I♡SAGYE’로 적힌 곳으로 찾아가니 어떻게 알고 왔는지 여행자들 10여명 몰려 형제섬 투어를 준비중이다. 알음알음 입소문이 났나보다. 아쿠아 슈즈와 수트까지 개인 장비를 챙겨온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1만원을 추가해 수트를 빌린다. 그냥 수영복으로도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지만 여름철 수온이 상승할때는 해파리나 물벼룩에 물릴 수 있고 암석에 다칠 수 있어 두툼한 수트나 긴 바지, 긴팔을 반드시 입는 것이 좋다.
형제섬 스노클링
형제섬 스노클링
10여명을 태운 작은 어선은 물살을 빠르게 가르며 5분여만에 형제섬에 닿는다. 해안에는 접안 시설이 없어서 도착할때쯤 고무보트로 갈아 타야한다. 작은 해안에는 이미 30여명이 머리를 물에 담그고 스노클링 삼매경에 빠졌다. 섬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물갈퀴를 폼 나게 신고 맑은 바다로 풍덩 뛰어든다. 그런데 처음 도전하는 스노클링이라 제대로 호흡 할 수 있을지 덜컥 겁이 난다. 다리가 닿는 얕은 바다에 머리를 살짝 담그고 조심스레 입으로만 호흡을 해 본다. 에이, 별것 아니다.
생각보다 아주 쉬우니 왕초보도 걱정할 필요 전혀 없다. 용기를 내 좀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니 ‘물 반 고기 반’. 해외 유명 호핑투어 여행지 영상에 보던 그런 바다속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다니. 놀래미, 쥐치, 복어, 자리돔, 돌돔, 줄도화돔에서 알록달록 줄무늬가 예쁜 열대어까지 떼를 지어 헤엄치는 풍경은 환상적이다. 아쿠아리움 대형 수족관에 들어간 듯 좀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물고기와 노닥거리다 보니 두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간다.
형제섬 스노클링
형제섬 스노클링
형제섬 해변 언덕에는 특별한 선물이 하나 기다린다. 주로 제주 우도 서쪽의 토끼섬에서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제19호 문주란 군락지다. 초록 줄기 위에 가늘고 기다란 하얀 꽃들이 우산처럼 아래로 처진 문주란이 언덕을 덮은 풍경은 아름다운 수채화. 8월에 하얀색 꽃이 만발해 섬 전체를 덮으면 토끼처럼 보이기에 토끼섬이란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무분별한 채취로 토끼섬에는 이제 문주란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단다. 그런 문주란을 형제섬에서 만났으니 로또나 다름없다.
문주란 군락
문주란 군락
가까이서 보는 형제섬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높이 30m 가량의 거대한 주상절리 수직절벽이 압권인데 섬에 들어오지 않으면 절대 볼 수 없는 풍경. 형제섬은 사계해안에 사는 해녀들이 뿔소라, 전복, 해삼 등을 캐는 삶의 터전이다.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덕분에 오랫동안 숨은 비경을 간직했다. 그러다 2년전쯤부터 제주 디스커버, 어촌계, 해녀들이 손잡고 호핑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어렵게 일반인들의 발길이 5∼10월에 허용되고 있다.
형제섬
형제섬 일출 디스커버 제주 제공
형제섬의 서쪽 높은 주상절리 절벽을 옷섬, 동쪽 길쭉한 섬을 본섬으로 부른다. 마치 형제가 마주보고 있다는 것처럼 보여서 형제섬이라 불리는데 슬픈 얘기가 전해진다. 의좋은 형제가 고기를 잡으로 바다에 나섰다가 풍랑을 만나 그만 바다에 빠졌다. 형제는 서로를 구하기 위해 끝까지 손을 놓지 않다가 숨을 거뒀는데 하늘이 형제애에 감동해 이들을 서로 마주보는 형제섬으로 환생시켰단다. 제주 사람들은 옷섬은 배의 돛대, 본섬은 배를 닮았고 그 중간의 섬들이 지금도 형제가 서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단다. 정동 방향이라 두 섬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이다.
화순금모래해수욕장
사계해안
사계해안
#자연이 빚은 절경 사계해안과 화순 금모래해변
피서철 제주에서 가장 인파가 몰리는 해수욕장은 제주시 조천읍 함덕이다. 반면 가장 한산한 곳은 산방산 동쪽의 화순 금모래해수욕장. 검은 모래에 반짝반짝 빛나는 금같은 모래가 섞인 아담하고 예쁜 해변에는 드문드문 파라솔이 펼쳐질 정도로 한산하다. 마침 날이 좋아 푸른 하늘과 어우러지는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하니 참지 못하고 달려가 바다에 풍덩 몸을 던진다. 남서쪽 바다에 아련하게 떠있는 형제섬과 마라도, 가파도까지 어우러지는 풍경은 덤. 해변 한쪽에는 용천수가 풍부하게 솟아나 담수욕도 즐길 수 있다.
사계해안
사계해안과 형제섬
사계해변과 산방산
금모래해변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형제도로를 달리다 보면 산방산, 용머리해안 등 차를 세울 수밖에 없는 절경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중 사계해안이 압권이다. 입구로 들어서자 양쪽으로 갈라진 너른 바위에 사람이 들어갈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여러개 뚫려 마치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듯하다. 제주 사람들은 해안에 길게 누운 누런 암석 덩어리가 누룩을 닮아 누룩돌, 누룩빌레로 부른다. 인근 송악산 화산 폭발때 만들어진 ‘하모리층’ 지형으로 수만년동안 파도와 바람이 암석을 깎아 신비로운 지형을 만들었다. 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사계해변에도 하모리층과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 있는데 기암괴석들이 물을 가둬 물놀이를 즐기기 좋다.
법화사 구품연지와 배롱나무
법화사 구품연지와 배롱나무
법화사 구품연지와 배롱나무
사계해변에서 차로 30분 거리의 거리의 법화사는 제주 여행자들이 거의 모르는 곳이지만 요즘이 가장 예쁠때니 놓치지 말기를. 찾는 이가 없어 고즈넉한 법화사는 중창연대가 1269년(고려 원종 10년)∼1279년(고려 충렬왕 5년)이며 최초 건립시기는 통일신라시대로 추정되는 천년고찰. 하지만 제주 4·3 사건때 토벌대에 의해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다행히 1980년대 후반 복원돼 이맘때면 배롱나무 꽃과 연꽃이 어우러지는 예쁜 풍경을 선사한다. 푸른 잔디가 넓게 깔린 대웅전 마당을 지나 필로티 구조의 누각 구화루에 올랐다. 구품연지에 초록 연잎과 수줍게 핀 하얀 연꽃이 가득하고 연못 둘레에 늘어선 배롱나무 꽃은 파란 하늘때문에 자홍색이 더욱 선명해 가슴도 붉게 물든다. 

서귀포=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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