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플레이어 경험에 집중한 컴투스 '서머너즈워: 크로니클'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자동전투는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있어 계륵 같은 요소다.
PC·콘솔보다 섬세한 컨트롤이 어려운 스마트폰 특성상 게임 제작자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인 경우가 많지만, 플레이어의 개입 여지를 차단하는 만큼 게임플레이 경험을 떨어뜨릴 소지도 크다. 자동전투를 잘못 구현하면 게임 플레이의 수준이 '화려한 다마고치'(애완동물을 기르는 전자 게임)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간 이런 종류의 게임에 섬세한 레벨 디자인이 들어갈 공간은 없었다.
플레이 시간의 9할 이상을 차지하는 전투와 이동은 AI가 알아서 하고, 플레이어는 가끔 관리만 해 주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컴투스가 이달 16일 내놓은 수집형 MMORPG '서머너즈워: 크로니클'(이하 크로니클)은 조금 달랐다.
자동 전투, 확률형 아이템 등 기존 한국형 대작 MMORPG의 특징을 채용하면서도 플레이어의 다채로운 '경험'에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소환사·소환수 동시 전투 호평…레벨 디자인 강조된 던전들
크로니클에서 플레이어는 주인공인 '소환사'와 소환사가 부리는 3마리의 소환수와 팀을 이뤄 세계 곳곳을 탐험하게 된다.
앞서 나온 비슷한 장르의 게임 '원신'이나 '세븐나이츠 레볼루션'과 달리, 크로니클은 소환사와 소환수 3마리가 상시 함께 다니며 실시간으로 전투에 참여한다.
최적화에 신경 써야 하는 MMORPG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여러 캐릭터를 활용한 동시 전투를 자연스럽게 묘사한 개발진의 노력이 엿보인다.
크로니클의 핵심 콘텐츠는 결국 좋은 소환수 육성으로 귀결되지만, 스펙만으로 적을 찍어누르는 게임은 아니다.
소환수 고유의 스킬을 사용하려면 '소울링크'로 지정을 해 주어야 하는데, 소울링크 간에는 10초 이상의 쿨타임이 있다.
또 소환수 스킬은 소환수의 MP가 아니라 한정된 소환사의 MP를 소모하기에, 소환수를 마구 바꿔가며 스킬을 '난사'하는 플레이는 불가능하다.
이 같은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전략적 판단을 하게끔 유도한다.
크로니클의 레벨 디자인은 스토리 도중 필수로 방문하게 되는 다양한 던전에서 돋보인다.
각각의 던전에는 퍼즐을 풀어 함정을 해제하거나, 특정 오브젝트를 먼저 부숴야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등 고유의 메커니즘이 있다.
이런 요소가 지나치면 게임의 흐름을 끊고 플레이어에게 피로감을 주지만, 크로니클의 던전은 조금만 신경을 쓰면 파훼법을 찾아 쉽게 돌파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또 던전 보스는 회피가 필수인 각종 패턴이나 버프, 디버프 기술을 구사하기 때문에, 캐릭터 스펙이 보스를 훨씬 웃돌지 않는 이상 자동 전투만으로 잡는 데 한계가 있다. '시험의 탑' 같은 도전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퀘스트를 하며 배우게 되는 각종 소환수 강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캐릭터를 적절히 컨트롤해 준다면 굳이 현금 결제를 하지 않아도 공략이 가능하게끔 설계돼 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플레이어가 직접 성장 방법을 고민하고 결과에 따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끔 디자인된 셈이다.
화려한 동화풍 그래픽과 개성 있는 등장인물 간 스토리,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애니메이션도 감상 포인트다.
좋은 소환수 얻기는 쉽지만 제대로 쓰기는 어려워
크로니클의 BM(수익모델)은 여타 수집형 RPG처럼 소환(뽑기)에 크게 의존한다.
소환수의 등급은 1성∼5성으로 나뉘는데 최소한 기본 등급이 3성 이상은 되는 소환수여야 1인분을 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게임을 하는 이용자들은 게임 초반에 주는 공짜 뽑기 티켓을 돌려 안 좋은 결과물이 나오면 곧바로 새 계정을 만들어 최고 등급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뽑기를 반복하는, 이른바 '리셋 마라톤'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게임은 리셋 마라톤을 막고자 고의로 게임 시작 후 공짜 티켓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길게 설계하기도 한다.
크로니클은 시작부터 뒤처지기 싫은 게이머들의 욕구를 정확히 캐치하고 이를 배려해 '선별 소환'을 도입했다.
최초 1회에 한해 소환수 뽑기 결과를 미리 보고, 이를 수령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만약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뽑기를 계속 돌릴 수 있다.
덕분에 누구나 어렵지 않게 최고 등급 소환수 하나 정도는 확보하고 시작할 수 있다.
유료 뽑기 확률도 '전설 소환'의 경우 5성 10%, 4성 90%고 '신비의 소환'은 5성 1%, 4성 9%, 3성 90%로 구성돼 있다.
최고 등급 결과물이 나올 확률이 1%에도 못 미치는 타 MMORPG에 비해서는 훨씬 너그러운 설계다.
물론 좋은 소환수를 얻기는 쉽지만 제 성능을 내려면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소환수의 성능을 높일 방법은 강화, 스킬 강화, 진화, 각성이 있는데, 이 중 가장 핵심인 스킬 강화와 진화에는 동종 소환수의 '소환수 조각'이 필요하다.
소환수 조각은 이미 보유한 소환수가 뽑기에서 나오면 자동으로 20개를 획득하고, 이밖에 게임플레이 도중 얻는 상자를 열어 1개씩 무작위로 얻을 수 있다.
5성 소환수를 6∼7성으로 진화시키거나 스킬 레벨을 올리려면 낮은 확률을 뚫고 동종 소환수를 여러 번 뽑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수 확보가 쉬운 3∼4성 소환수를 집중 육성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디테일은 아쉬워…350종 소환수? 사실상 70종
크로니클은 공개 초기부터 "출시 기준 350종의 소환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약속은 정확히 지켜졌다. 하지만 '포켓몬스터'처럼 완전히 다른 외형과 이름의 소환수 350종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크로니클의 소환수는 가위바위보 상성의 불-물-바람 속성과 서로 상극인 빛과 어둠 총 5개 속성으로 나뉘고, 같은 이름의 소환수라도 각각의 속성 버전이 따로 존재한다. 스킬은 조금씩 다르지만, 외형이나 설정은 색깔을 제외하고 동일하다.
즉 70종의 소환수가 각각 5개 유형이 있어 350종이 된 것이다.
'서머너즈워' 시리즈 전작도 이런 요소가 있었다. 하지만 크로니클로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이용자라면 소환수 볼륨을 '색칠놀이'로 늘려 놓았다는 느낌을 받을 공산이 크다.
설정은 얼음 마법을 쓰는 '극지 여왕'인데 속성은 불 속성이고, 기술을 쓰면 빨간 얼음이 땅에서 솟아 나오는 장면은 어색하게까지 느껴졌다.
비슷한 모델링을 재활용하더라도 최소한 장신구나 스킬 이펙트, 설정 정도는 확연히 다르게 구성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또 분명히 점프 기능을 구현해 놓았지만, 캐릭터를 레벨 40까지 키우는 내내 이를 활용할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 3D 오픈월드지만 X축과 Y축만 있고 Z축은 사실상 없는, 평면적인 디자인을 보여준다.
물론 이런 단점은 추후 콘텐츠 패치를 통해 속성마다 고유 디자인을 가진 소환수를 추가하거나, 점프가 필요한 지형을 넣는 식으로 보완 가능한 부분이다.
크로니클을 내놓은 컴투스 앞에 놓인 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지난달 출시된 비슷한 장르 경쟁작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 이미 앱마켓에서 순항하고 있고, 이달 말에는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넥슨의 '히트2' 출시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게임 자체의 기본기가 탄탄한 만큼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뒤따른다면 치열한 MMORPG 경쟁 속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연말로 예정된 글로벌판 출시, 글로벌판의 블록체인 모델 탑재 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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