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스팸문자 유통, SKT는 왜 언급하지 않았을까

조기호 기자 2022. 8. 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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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댓글에 답하다


<불법 스팸 막기는커녕, 대형 통신사가 유포 '앞장' (SBS 8뉴스 2022.8.15 기사)> 보도 내용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습니다. 그만큼 스팸문자가 우리 일상 속에 범람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저도 가끔씩 스팸문자 받는데 속으로 욕하고 삭제, 차단하는 걸로 끝냅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러더군요. "우리 국민들은 너무 착해요. 스팸 받아도 제대로 항의를 안 합니다. 스팸 받지 않을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않고 있어요." 취재해야겠다고 생각한 '고래카'의 순간이었습니다.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860719&plink=THUMB&cooper=SBSNEWSPROGRAM ]

보도 이후 달린 댓글을 보다가 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가 SKT는 돈 받고 빼줬나? 왜 SKT는 얘기 안 해?' → 안 받았어요!
'어쩐지 SKT로 옮기고 나니 스팸이 줄더라' → 글쎄요….

<불법 스팸 막기는커녕, 대형 통신사가 유포 '앞장'> 기사를 좀 더 잘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그림을 만들었습니다. SKT, KT, LG U+ 3대 이동통신사는 국가기간통신망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중간사업자·재판매사업자들(대행사)에 통신망을 임대합니다. 이 대행사들이 대량 문자를 보내려는 업체들과 계약을 맺습니다. 용량에 따라 건당 7원대 초반에서 50원대 초반까지 시장 가격이 형성돼 있고요. 계약이 성사되면 대행사들은 의뢰받은 문자를 고객에게 대량 발송하게 됩니다.

업체들 중엔 은행이나 유통사처럼 고객에게 필요한 입출금 내역, 할인 정보 등의 문자를 의뢰하는 건전한 곳도 많습니다. 문제는 불법 도박, 성인물, 불법 금융 등 스팸문자를 의뢰하는 악성 업체들입니다. 대행사들은 악성 업체들의 문자 내용을 살펴볼 수 없습니다. 개인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특정 단어와 번호를 필터링하는 수준으로 스팸문자를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현재 스팸문자가 유통되고 있는 과정입니다.
 

KT · LG U+는 넣고 SKT는 뺀 이유


대행사들은 많은 업체들과 계약해야 돈을 법니다. 악성 업체인 걸 알아도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최대한 필터링을 하고 있다', '필터링이 너무 강하면 정상적인 메시지도 도달하지 못한다' 등의 이유를 댑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마실 수밖에 없는 자동차 매연 같은 게 스팸문자라는 겁니다.

그러는 사이 대량 문자 서비스 시장은 1조 원대를 넘어섰습니다. 대행사를 차리면 돈이 되는 사업입니다. 여기에 KT와 LG U+가 뛰어든 겁니다. 즉, 통신망을 단순 임대하는 도매 수준을 넘어 직접 소매까지 영역을 넓힌 겁니다. 반면에 SKT는 직접 대행사를 차리지 않았습니다. 이게 나머지 두 통신사와 다른 점입니다.

물론 SKT의 경우 자회사(SKB, SKB)가 대행사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스팸 지옥' 상황에서 SKT 역시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통신망을 갖고 대행사도 직접 운영하는 KT, LG U+와 한데 묶을 수는 없었습니다. 두 통신사의 스팸률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참고했습니다.
 

직접 영업 안 하는 SKT로 갈아타면 스팸 줄어들까?


'어쩐지 SKT로 옮기고 나니 스팸이 줄더라' 댓글 다신 분, 그건 느낌일 겁니다. 현재 이동통신 3사는 같은 수준의 스팸 필터링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행사들이 3사 통신망에 대량 문자를 태워 보낼 때, 특정 통신사만 더 강화된 필터링을 쓰고 있지는 않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대행사들이 스팸을 걸러내는 최선두에 있는 셈입니다. 대행사 단계에서 스팸을 최대한 걸러내야 소비자들이 '스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행사들은 업체와 계약 과정에서 그 업체가 스팸을 전문적으로 발송하는 업체인지 다각도로 심사하고, 그들이 스팸을 보내는 업체란 걸 확인하면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는 방법으로 자정 노력을 해야 합니다.

보도에서 언급했듯이 스팸률 0%대 대행사, 분명히 있습니다. 대행사들이 자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우리는 스팸문자에서 해방될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CG : 장지혜)

조기호 기자cjk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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