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민영화 20년②] 탈통신 속도..'디지코' 새옷 갈아입다

심지혜 2022. 8.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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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민영화 초 자산 22조→37조…매출 11조→25조로 성장
유무선 통신 이어 위성·해저케이블 인프라 확충 역할
AI·빅데이터·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전환 사업에 주력
지주형 회사 전환 추진…자회사 미디어·금융·IT 중심 재편
탈통신 따른 부작용 우려…본연 역할 소홀해질 수 있어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KT가 오늘로 민영화 20주년을 맞는다. KT는 정부의 통신 사업을 분리한 공기업으로 시작해 민영화를 거치면서 초고속 인터넷, 무선통신, 위성, 해저케이블 육해공을 망라한 종합 기간통신회사로, 대한민국 통신 산업의 중심에 있었다.

민영화 초기 22조8511억원이던 자산(연결기준)은 지난해 37조1593억원으로 늘었다. 매출 역시 11조원에서 25조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특히 현 구현모 사장 취임 이후 KT는 통신 기업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ICT 인프라를 통해 성공 방식을 달리한다는 계획이다.

유무선·해저·케이블에서 위성까지 韓 통신史 쓰다…2008년 도입으로 '모바일 혁명' 촉발

더 이상 통신회사 아니다…내수 '통신'→글로벌 '플랫폼' 도약 노리는 KT

[서울=뉴시스] '디지코 선언' 3년차를 맞은 KT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1000억 이상 웃도는 6266억원을 기록했다. KT는 올해에도 디지코 중심으로 실적 성장을 이끌어 간다는 계획이다. (사진=KT 제공) 2022.5.12 *재판매 및 DB 금지
KT는 2002년 8월 20일 정부 지분을 모두 털고 완전한 민간 기업이 됐다. KT는 민영화 첫해부터 성과를 냈다. 13Mbps급의 초고속디지털가입자망(VDSL)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1000만 시대를 열었다. 이를 통해 당시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률은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아시아태평양 8개국 해저 광케이블을 개통함으로써 데이터와·인터넷 통신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국제 인터넷 품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

2006년에는 무궁화위성 1, 2, 3호에 이어 네 번째 위성인 무궁화위성 5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군 공용 위성으로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러시아 등 인접국가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T는 2007년 초고속 인터넷을 광케이블(FTTH) 기반으로 진화시키면서 대용량 미디어 콘텐츠 시대를 앞당겼다. 고화질 영상의 실시간 전송이 가능하게 됐고 KT는 업계 최초로 IPTV를 상용화했다. IPTV의 등장은 영상 콘텐츠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촉발했다.

2009년 6월에는 자회사였던 KTF와 합병하면서 유무선 통신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통합 KT'가 됐다. 그리고 같은 해 국내 최초로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스마트폰 혁명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 등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경쟁사들이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당시, KT 아이폰 도입정책은 우리나라 모바일 혁신에 불을 당긴 기폭제로 작용했다.

아이폰과 IPTV 등 KT의 앞선 전략으로 KT는 이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했다. 2014년에는 국내 최초로 기가 인터넷 전국망을 상용화했고, IPTV 가입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KT는 대한민국의 5세대이동통신(5G) 리더십 확보에도 기여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MWC2015에서 5G 비전을 선포하고 세계 최초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다. 또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미국과의 간발의 차로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얻었다.

비통신 영역 확대를 위한 사업 다각화에도 힘썼다. 2010년에는 금호렌터카, 2011년에는 BC카드를 인수하면서 비통신 사업의 매출 비중을 늘려나갔다. 2017년에는 국내 첫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를 출범시켰고, 지난해에는 글로벌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과 구독형 전자책 기업 밀리의서재를 인수했다.


유무선 통신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ICT 산업 성장에 기여한 KT는 이제 통신을 넘어 '디지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무선 통신 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KT는 이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 관련 사업을 성장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미디어 콘텐츠, 금융, 커머스, 헬스케어, 부동산, 로봇, 클라우드를 핵심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는 2020년 구 사장 취임 이후 본격화했다. 구 사장은 올 초 열린 세계최대 이동통신박람회 MWC2022에서 "KT는 이제 통신회사가 아니다"며 "코리아 텔레콤이 아닌 코리아 테크놀로지, 코리아 트랜스포메이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KT가 전통적인 통신사업 영역 중 기업소비자간거래(B2C)에 집중한 것이 성장 발목을 잡았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매출 성장이 더뎠고 KT가 '성장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AI에서는 인공지능콘택센터(AICC)와 AI통화비서를 주력 사업으로 밀고 있다. AICC 수주 매출은 지난해 830억원에서 올해 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AI통화비서의 경우 2025년까지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로봇사업에도 적극적이다. KT는 최근 LG전자와 손잡고 국내 서비스 로봇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구 사장 취임 첫해에는 HCN과 미디어지니를 인수, 미디어 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콘텐츠 사업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1월 콘텐츠 전문 계열사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CJ ENM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KT스튜디오지니는 CJ ENM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특히 KT스튜디오지니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흥행 성과를 내면서 향후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는 KT의 다중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인 스카이TV가 개편한 채널 ENA를 통해 방영했다. 이로 인해 ENA 채널 인지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CJ ENM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자체 OTT 시즌의 통합도 추진한다.

올 초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부문을 KT클라우드로 분사했다.

KT의 이같은 탈(脫)통신 행보는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이미 민영화 초기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전개했다. KT가 발간한 30년사에는 '2001년 KT가 사명 변경 이후 '탈 전화'와 '탈 유선'을 추구, 세계적인 IT기업으로 부상하기 위한 토대를 닦아 나갔다'고 했다.

그러다 약 10년 뒤인 2011년 이석채 회장은 "통신전문 그룹에서 IT컨버전스 그룹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금융 융합과 클라우드, 미디어 등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KT의 비통신 매출 비중은 27% 수준이었다.

그간의 노력이 구 사장 체제에서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비통신 매출 비중은 지난해 40%에 이르렀고 2025년까지 50%로 끌어 올리는 게 목표다. 이 뿐 아니라 8월 1일에는 9년여 만에 시가총액 10조원을 회복했다. 디지코 중심 신사업이 본격적인 성과를 나타내면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KT는 이제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까지 추진한다. 디지코를 위해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구 사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수 차례 지주형 회사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구체적인 방안은 연내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KT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와 BC카드, 케이뱅크를 중심으로 한 '금융', KT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IT' 영역 중심으로 나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오전 11시 20분쯤부터 전국 곳곳에서 KT의 유·무선 통신 장애를 겪고 있는 가운데 25일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 식당에 KT 접속장애로 인한 현금결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1.10.25. jhope@newsis.com

통신 경쟁력 훼손 우려 시각도

일각에서 KT의 과도한 탈통신 행보를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본업인 통신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실제 KT는 민영화 이후 크고 작은 통신망 장애를 겪었다.

2005년 2월28일, 수도권 일부와 대구, 부산 등지에서 최대 8시간가량의 전화먹통 사고가 발생했다. 이유는 갑작스러운 통화량 증가로 교환기의 과부하 자동제어 기능 문제였다. 하지만 실질적인 원인으로는 설비 투자 감축이 지목됐다. 특히 지적됐던 사고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대규모 통신망 장애다. 약 85분간 유무선 통신망이 먹통이 됐다. 문제는 요인이 내부에서 있었다는 데 있다. 물리적 사고가 아닌 관리 소홀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크게 비판을 받았다. 그만큼 통신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8년 11월 24일에도 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통신 장애가 있었다. 이로 인해 서울 마포구 일대와 서대문구, 용산구, 중구 등의 지역의 유무선 통신이 모두 두절됐다. 무선통신 복구는 하루 정도가 걸렸지만 전반적으로는 일주일 이상이 걸렸다.

5G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품질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5G 상용화 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품질 불만이 잇따르면서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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