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 아직 공격적인 연준 따라.. 한은 다시 한번 '빅스텝'?

김신영 기자 2022. 8.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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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연다. 시장 전문가 중엔 한은이 0.25%포인트 인상을 하리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많지만 여전히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금통위 회의 때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뉴스1

이번주 증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기대감과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접긴 이르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의 발언이 뒤섞이며 혼돈 속에 한주를 마무리했다. 인플레이션이 최악은 지났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2% 상승)보다는 훨씬 높은 8.5%에 달하기 때문에 연준이 거침 없는 금리 인상을 멈출 때는 아니라는 전망이 많다.

다음주는 연준의 초고속 기준금리 인상에 이미 기준금리를 역전당한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연다. 미국과 한국의 중요한 물가 지수와 유럽 최대국 독일의 산업 ‘체력’을 가늠할 지표도 예고돼 있다. 다음주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체크포인트를 정리했다.

◇체크포인트 1: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폭 얼마나 될까

다음주 한국 시장의 가장 큰 경제 이벤트는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인 금융통화위원회 정례 회의다. 25일 오전에 열린다. 결정 결과는 오전 9시30분~10시를 전후해 나온다.

한은은 연준에 앞서 지난해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연준이 올해 들어 워낙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바람에 지난달 이미 기준금리를 역전당한 상황이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보다 안전한 미국 시장으로 한국의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어 한은이 손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을 초강경 ‘매파’(긴축 선호)로 바꾼 원인인 인플레이션이 한국에서도 심각하다는 것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반면 세계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 있는 가계부채는 한은이 연준만큼 거침 없이 금리를 올리기 어렵게 만든다. 금리가 너무 올라가면,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가 줄며 경기가 침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명동의 식당가에 메뉴와 가격표가 안내되어 있는 모습. 인플레이션이 확산하며 가격을 올려 다시 표시한 메뉴가 많다. /뉴스1

‘셈법’이 복잡한 한은이 지난달에 이어 다시 한번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전문가 가운데에선 한은이 이번 회의에서 2연속 ‘빅스텝’을 하기보다는, 기준금리를 연 2.5%로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만약 한은이 예상을 깨고 빅스텝 인상을 단행할 경우 시장엔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한은 금통위 회의 후인 오전 11시~11시30분쯤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자 간담회가 시작된다. 한은 유튜브 채널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간담회에서 이 총재가 향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에 따라서도 시장은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만약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더 끌어올리겠다는 매파적 발언이 나온다면 시장엔 악재, 반대로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비둘기파적(완화 선호) 의견을 밝힐 경우엔 시장에 호재다.

◇체크포인트 2: 미 연준이 주목하는 PCE 물가 더 낮아질까

물가를 거론할 때 통상적으로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자주 쓰지만 미 연준이 보는 물가 지표는 따로 있다. 미 경제분석국이 발표하는 ‘개인소비자출(PCE) 물가지수’로, 26일 오후 9시30분(이하 한국시각)에 7월치가 발표된다.

PCE 물가는 CPI에 비해 더 광범위한 품목을 집계하고 경제 환경에 따라 각 항목의 가중치를 더욱 민감하게 조정하는 지표다. 연준은 이중에서도 계절마다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뺀 ‘근원 PCE 물가 지수’에 주목한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미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4.7%를 기록했으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전월(4.8%)보다는 약간 낮아진 수준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내려가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주유소 모습. 미국의 유가는 최근 갤런당 4달러 아래로 내려가며 가격이 진정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4월 이후 낮아져온 근원 PCE 물가지수는 6월 반등해 시장의 ‘인플레이션 걱정’에 기름을 부었는데, 7월 상승률이 다소 꺾인다면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증시 등엔 호재가 될 수 있다. 상승률이 반대로 올라가 지난달 이후 2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다면 “아직 인플레이션이 잡혔다고 보긴 이르다”는 연준의 매파적 태세가 강화될 요인이어서 시장엔 악재다.

한편 한국의 물가 지표 중엔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직전인 25일 오전 6시에 나올 한국의 생산자물가지수가 관심사다. 생산자물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 물가가 너무 높게 나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올리도록 부추길 ‘방아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생산자물가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9.9%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역대 최고치에 머무는 중이다. 만약 상승률이 더 높아져 10% 선을 넘어갈 경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며 한국 증시에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체크포인트 3: 유럽 최대국 독일 “괜찮으십니까?”

아직 한국 투자자의 관심사에선 다소 벗어나 있지만 글로벌 시장은 최근 독일의 경제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 경제의 ‘최강국’으로 위기에 강하다고 여겨져 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의존도가 드러나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에너지 수요가 커지는 겨울이 다가오는 가운데 러시아가 독일에 대한 에너지 수출을 급격히 줄일 경우 독일 가계와 기업이 타격을 입을지 모른다는 전망이 번지는 상황이다.

독일의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3일 오후 발표된다. 사진은 독일 북부 잘츠기터에 있는 한 배터리 공장 모습. /AFP 연합뉴스

독일 정부는 이미 다가오는 겨울 사무실 건물의 난방용 온도를 ‘최저 19도’로, 이전(20~22도)보다 낮추는 등 에너지 부문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에너지 수급이 차질을 빚어 독일 경제의 온기가 식을 경우 유로존(유로 사용 19국)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을 위험이 커진다.

이런 가운데 독일의 산업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다음주 예고돼 있어 주목된다. 독일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3일 오후 4시30분, Ifo 기업경기지수가 25일 오후 5시에 발표된다. 제조업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적이라고 보는 응답자가 많고, 50 아래면 반대란 뜻인데 전문가들은 독일의 8월 제조업 PMI가 48.3으로 전월(49.3)보다 낮아졌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Ifo 기업경기지수(높을 수록 긍정적) 전망치 또한 86.6으로 전월(88.6)보다 낮아졌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전망이 상당히 어두운데, 예상치보다 더 안좋은 결과가 나올 경우 안그래도 불안한 글로벌 증시엔 유럽발(發) 침체 우려가 더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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