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풀뱅 앞머리' 등장..女心은 무죄?

KBS 2022. 8. 20. 08: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이 화면은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북한에선 전승절이라고 하는 그 기념 공연 아닙니까?

맞습니다. 바로 지난달 영상인데요.

이때 기념 무대에 올랐던 한 가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잠깐 보시죠.

바로 이 가수의 헤어스타일, 머리모양이 큰 화제를 불렀습니다.

이런 머리모양은 우리 가수들에게서도 봤었던 것 같은데요, 북한에 이제 유행합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풀뱅’ 앞머리라고 이마를 가득 채운 모양인데요,

우리에게선 한 때 유행했었는데, 북한에 이제 등장했습니다.

북한에선 우리 드라마만 몰래 봐도 처벌 받고 하는데 이렇게 대놓고 ‘한국 문화’ 따라하기가 괜찮을까요?

네, 이른바 ‘반동’ 낙인이 찍힐 법한데 북한의 국가 공식 기념행사에 어떻게 이런 머리모양을 한 신인 가수가 등장할 수 있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27일 열린 북한의 정전협정체결일 기념 공연.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 삼지연관현악단 등 내로라하는 예술단이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신인가수들의 데뷔 무대도 진행돼 더욱 눈길을 끌었다.

[문서향/北 신인가수 : "조선을 빛내신 아버지 장군님."]

신예 문서향이 당찬 목소리로 시작을 알렸고, 또 다른 새 얼굴, 김류경도 독무대로 관객을 찾았다.

[김류경/北 신인가수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조국의 운명 지켜 장군님 따라 함께 온길 기쁨도 영광."]

가장 눈길을 끈 건 꽉 찬 ‘풀뱅' 앞머리로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 정홍란이다.

[정홍란/北 신인가수 : "그 이름 예쁜이, 간호원 예쁜이. 처녀는 병사들 처녀는 병사들 누이 되었네."]

정홍란의 머리모양은 2000년대 초 한국 아이돌이 유행시킨 헤어스타일로, 최근 한국에서도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 신인가수가 대담하게도 한국의 스타일을 참고한 걸까?

북한에서도 한류를 많이 접했다는 탈북민은 예술인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 상당수가 한국 스타일을 선망하고 있다고 전한다.

[류희진/2016년 탈북 : "한국드라마를 뭘 봤는가에 따라서 헤어스타일이나 패션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데요. 그 여주인공의 헤어스타일이나 패션을 따라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들을 하고 있어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제한적이긴 했지만 남한과의 문화 교류에 나섰던 북한.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외부 문화 유입이 보다 손쉽게 이뤄졌고, 마당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북한 젊은 세대들에게 한류와 같은 외부 문화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평가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이미 그들은 출생에서부터 장마당과 함께 했고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문화라든가 물품들과 함께 한 세대인거죠. 그래서 과거에는 외부 문화를 접하는 것에 두렵고 통제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면 지금 청년세대들은 그런 거부감 두려움 이런 것이 일단 적을거 같고 훨씬 더 자신들의 것이라고 인식하면서 그런 문화들을 향유해 나가는거 같아요."]

그렇다면 한류와 같은 유행은 젊은 층에서도 누가 주도할까?

무엇보다 수도 평양에 거주하는 여대생들을 주목하라는 분석이다.

[류희진/2016년 탈북 : "대학 중에서도 어떤 대학인가에 따라서 많이 달랐던 거 같아요. 제일 빨랐던 게 외국어 대학교. 왜냐면 외국어 공부 하면서 해외 문화를 접한 친구들도 많고, 음대 같은 경우는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한국 드라마를 한국 노래를 많이 좋아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외국어대학이나 음악대학에서부터 젤 먼저 시작이 되고요."]

지난해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평양 김원균 음악대학이 소개됐는데, 신인가수 김류경도 학생신분으로 등장했다.

김류경 역시 가수로 데뷔하기 전, 이미 남한 스타일을 접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또 상류층 자녀들이도 눈여겨봐야한다.

북한 당국이 외부 문화를 철저하게 단속하는 만큼 한류 영상 구입은 물론 이를 따라하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드는데, 이들은 거침없이 지불한다는 것이다.

[류희진/2016년 탈북 : "상류층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한국 드라마를 제일 많이 보고 젤 많이 따라하는 거에요. 아무리 내가 따라하고 싶다고 해도 경제력이 안되면 따라 할 수 없거든요. 워낙 헤어스타일 한번 따라하는데 10불 이상 30불 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우리는 한국드라마 보고 사는 집 자식들 이런 거 과시 하려고 그렇게 하고 다니거든요."]

최근 미국 CIA는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자 비중이 전체 인구의 19% 정도로, 주로 고위 간부와 외교관들이 독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는데, 그런 점에 비추어 보아도 상류층 자녀들의 외부 문화 접근은 더 쉬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이 젊은 세대, 그 가운데도 여성들의 욕구를 북한 당국이 점진적으로라도 수용하는 듯 보이는 점은 흥미롭다.

2006년 발표된 북한 드라마 ‘수업은 계속된다’.

["(야, 너 화장 하는구나?) 내가 화장하긴 뭐가... 입술 트니까 좀 발라보는 건데."]

졸업을 앞둔 여고생들이 단장을 하는 모습을 본 교사가 적극적으로 화장을 권한다.

["여자가 밖에 나갈 때 화장을 하고 옷차림을 잘하는 건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꼭 지켜야 할 예절이고 도덕이야. "]

스스로를 꾸미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전달한 것인데,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상품 개발과 선전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장품이다.

[박사랑/평양화장품공장 연구사 : "피부 노화는 일반적으로 스물다섯 살 이후부터 진행됩니다. 피부의 노화가 시작되는 초 시기부터 노화 방지 화장품을 이용하여야 피부의 노화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노화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장품과 비교 실험도 했다면서 자국 화장품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여기에 미용이나 피부 관리 등 여성 서비스 분야도 젊은 세대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이다.

하지만 당국이 추천하는 스타일은 소위 ‘남한 스타일’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미용술보급소 봉사원 : "단발머리는 스무 살 아래의 처녀들 속에서 즐겨 하고 있는 머리 형태입니다. 젊음이 넘치는 처녀시절의 생기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므로 파마를 하여 세련미나 화려함을 의도적으로 줄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간편하면서도 단순한 머리형태가 처녀시절의 아름다움을 더 돋우어 주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국가에서 운영하는 미용실이나 의상실 보다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젊은 여성들 사이에 더 인기가 있다고 한다.

[류희진/2016년 탈북 : "개인집에서 달러를 주고 한국드라마에서 나오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캡쳐해서 가져가서 똑같이 해주세요 하고 주문을 하고 관리를 하는 시스템이에요. 옷도 아까 헤어디자이너들 찾아서 가는것처럼 똑같이 남조선 옷 북한에선 남아이돌 옷이라고 하거든요. 그런 걸 파는 집들을 입소문 통해서 찾아가요."]

북한 당국이 여성 신인가수의 파격적인 스타일을 허용한 이유 역시 젊은 여성들의 이 같이 달라진 눈높이를 무시하지 못 한 것이란 분석이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북한의 청년이라든가 주민들은 외부 문화에 익숙한데 전통적인 방식의 문화적 접근을 한다면 별로 메시지 전달 자체가 효과가 없을 수 있는거죠. 또 한편은론 통제의 한계라고 하는 측면에서 봤을때 어느 정도 북한에서 그런 문화를 직접 당국 차원에서 그런 걸 공식적인 자리에서 보여줬을 때 이건 외부문화가 더 이상 아닌거라고 보여지는거잖아요. 다시 말해 북한 당국이 직접 스타일을 보여줬을 땐 약간은 허용의 대상이 되는거죠."]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까지 채택해 외부 문화 유포자를 최대 사형까지 처벌하겠다는 북한.

이런 가운데도 사회 경제의 변화와 그에 따른 젊은 여성들의 욕구를 완전히 외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제한된 가운데도 변화에 민감하고, 그 변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는 북한의 젊은 여성들이 현 체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KBS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