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매일 만지는 항균 필름, 코로나 억제 효과 있을까

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입력 2022. 8. 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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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균 필름 30종 가운데 22종은 효과 없어..8종만 99.99% 항균 효과
항바이러스 성적서를 제시한 제품,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제품 14종 중 4종만 항바이러스 효과
기업에서 개별적으로 공개하는 성적서 신뢰하기 어려워..;공인시험법 마련' 필요
변수 통제된 실험실과 현실 차이 커..결국은 '손 씻기, 방역 철저' 중요
CBS 주말 뉴스쇼 <모아모아 팩트체크>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 조태임 >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팩트체크 할 주제는 '항균필름 효과있나' 인데요. 제가 진짜 궁금했던 부분이에요.

코로나 이후 여기저기 항균 필름이 굉장히 많이 붙어있단 말이죠. 볼 때마다 '저게 효과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효과가 있나요?

◆ 선정수 > 그럼 좋겠는데 그게 아닌 게 분명합니다. 왜냐면 현재까지 우리나라엔 항균 필름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한 공인 시험 방법도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항균 필름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지에 대한 검증이 없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 조태임 > 그럼 저희가 지금까지 검증도 안됐던 건데, 열심히 항균 필름을 붙였던 건가요?

그런데 공인시험 방법이 없다고 하셨는데, 이걸 어떻게 '효과가 없다'  얘기할 수 있는 거에요?

◆ 선정수 >  질병관리청 소속 국립보건연구원이 <항균필름 소재의 코로나19 감염력 억제 효능분석>이라는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 연구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고 있었는데요. 국회 보건복지위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을 통해 최초로 입수해서 분석해봤습니다.

◇ 조태임 >  따끈따끈한 보도네요. 연구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 선정수 > 국립보건연구원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 발주해 수행한 이 연구는 '시판 중인 항균 필름 30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30종 가운데 8종 만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조태임 > 30종 가운데 8종만 효과가 있다고요? 그럼 나머지 22종은 효과가 없다는 거에요?

◆ 선정수>  연구진은 항균 필름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묻히고 24시간까지 시간별로 반응 시킨 후 표면의 바이러스를 회수해 얼마나 증식하는지를 측정해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5종은 2시간 접촉 후 바이러스 감염력을 99.99% 억제했고, 2종은 6시간 접촉 후, 1종은 24시간 접촉 후에 같은 효과를 거뒀습니다. 나머지 22종은 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만명 감소해 13만명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사망자는 83명으로 급증하면서 112일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9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3만 8812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 모습. 황진환 기자


◇ 조태임 > 그런데 요즘 웬만한 건물 엘리베이터에 타면 항균 필름이 거의 붙어있잖아요. 항균 필름 대부분 코로나 바이러스를 억제한다고 하면서 팔고 있지 않나요?

◆ 선정수 > 이번 분석 대상 30종은 항바이러스 성적서를 제시한 제품,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제품, 아무런 언급이 없는 제품들로 분류할 수 있는데, 우선 '항바이러스 성적서를 제시'한 항균필름 제품 10종이 검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이 중 3종만 99.99% 항바이러스 효능을 나타냈습니다.: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제품 4종이 포함됐는데, 실제로는 이 중 한 종류만 항바이러스 효능 99.99%를 나타냈습니다.

전체 30종 가운데 광고를 통해 시험기관의 항바이러스 성적서를 첨부하거나,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제품 14종 중에서 4종만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겁니다.

항균필름 업체들이 제시하고 있는 시험성적으로 실제 항바이러스력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질병청은 "항균필름의 항바이러스 효능 평가를 위한 공인시험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 조태임 > 실험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도 궁금해요.

◆ 선정수> 항균 필름 시료 위에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인공 타액을 바릅니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거둬들인 다음에 배양접시에 넣어 바이러스가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대조군과 비교합니다.

보고서는 "대조군 대비 바이러스의 감염력 억제율이 99.99% 이상이 돼야 억제효능이 있다고 판정한다"고 밝혔습니다.

◇ 조태임 > 그런 방법으로 실험을 해봤더니 30종 가운데 8종만 바이러스를 99.99% 억제하는 효과가 있더라 이런 말이군요. 나머지 22종은 효과가 미미했다면 그 제품을 사서 쓰신 분들은 헛돈 썼다는 이야기네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이 항균필름이 일반 개별 소비자들보다는 관공서, 다중이용시설, 대중교통 등에 많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예산으로 구입해 설치한 곳이 많았는데요. 그만큼 우리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됐다. 이렇게 볼 여지가 많은 거죠.

◇ 조태임 > 항균필름  요즘 대부분의 관공서나 일반 기업, 뭐 아파트..가릴 곳 없이 다 붙어 있는데,효과가 없다고 하면 헛수고를 한 건가요?

◆ 선정수 > 코로나19 이후,  업체들은 발빠르게 항균 필름 판매에 열을 올렸습니다. 저마다 시험성적서를 첨부하고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면서 물건을 팔았고요.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은 업체의 광고만 믿고 제품을 구매해 다중의 손이 닿는 곳을 항균필름으로 도배를 했습니다.

2021년 9월 국토교통부는 <추석 연휴 정부합동 특별교통대책 시행> 보도자료를 통해 교통수단 방역 관리 방안으로 철도 부문에 '열차 출입구 손소독제 비치'와 함께 '차내 손잡이 항균 필름 설치'를 제시했습니다. 코레일은 전국 열차와 수도권 전철 등 열차내 손잡이봉과 역 구내 주요 시설에 항균필름을 부착했습니다.

앞선 2020년 3월에는 서울 강남구청이 관내 모든 아파트에 항균 필름을 배부해 엘리베이터 버튼에 부착하도록 했습니다. 각급 지자체의 청사와 소속 기관 등의 출입문 등 손 닿는 곳마다 항균필름을 붙인 곳이 많습니다.

◇ 조태임 > 좀 이해가 안 가는데, 제대로 효과를 확인하지도 않고 이렇게 전국적으로 필름을 부착했다는 게…

◆ 선정수 > 어느 기관이 실험 결과로 나타난 효과가 없는 항균필름을 구매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질병청이 업체명을 가리고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항균필름을 구매한 소비자와 내가 낸 세금이 항균필름을 구매하는데 쓰여진 납세자들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추후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어떤 항균필름을 구매하는 데 혈세를 얼마나 들였는지 파악해 공개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 조태임 >이 부분은 당연히 공개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사실 저도 매번 궁금했었거든요. 엘리베이터 버튼 누른 뒤에 바로 손을 씻기도 어렵고 항균이라고 하니 믿어 보자 했던 마음도 있었는데….사실 항균 필름의 효과를 두고 코로나 발병 초기부터 논란이 있어왔는데요.

항균필름 업체들은 금속 구리 표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4시간 만에 사멸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면서 항균필름의 효과를 광고하기도 했고,  전문가들은 기대만큼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낸 분들도 있었잖아요.

◆ 선정수 > 네 서강대 이덕환 명예교수 등은 구리 이온이 필름 바깥으로 노출될 수가 없기 때문에 미생물과 접촉을 할 수 없고, 살균력을 발휘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혼선이 계속되자 정부 부처들이 항균 필름 검증에 나선 겁니다. 환경부는 2020년 5월 시중 유통되는 38종의 항균 필름 제품을 수거해 효과를 검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결과도 발표되지 않고 있었는데요. 제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 조태임 > 2020년에 환경부가 수집한 건데 왜 아직 발표가 안 된 거에요? 환경부는 뭐라고 했나요?

◆ 선정수 > 환경부 관계자는 "항균 필름의 인체 위해성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시험을 진행했는데 위해성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닌 3종의 미생물에 대해서 효과성 실험도 진행했지만 제품마다 성능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질병청에서 항균필름의 효과성에 대해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환경부는 추가적인 검증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 조태임 > 아…우리는 '향균 효과'가 궁금한 건데, 환경부는 인체에 위해한 지, 유해한 지를 중심으로 실험을 한 거군요. 그 마저도 질병청에서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환경부는 연구 부분에서는 손을 뗐군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그 뒤에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이번 공개된 연구에 착수한 거죠. 이 연구는 "코로나19 감염력 억제 효과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항균필름이 보다 적절하게 전파 차단에 활용될 수 있도록 표준화·전문화된 기술로 코로나19 감염력 억제 효능을 정확히 판단하고 분석하여 관련 정보를 제시하겠다"는 게 목표였습니다.

◇ 조태임 > 정부가 항균필름에 관한 표준 시험법을 제정하고 이에 따른 항균 능력 검증 기준을 만들면 소비자들의 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뭘까요?

◆ 선정수 >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항균필름이 코로나19 감염 전파 억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상태라는 겁니다.

이 연구 결과대로 2시간, 6시간, 24시간 접촉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99.99% 억제됐다고 하더라도, 지하철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등 실생활 사용 조건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 조태임 > 어떤 부분이 실생활과는 맞지 않는다는 거에요?

◆ 선정수 > 가령 아파트 엘리베이터 버튼 위에 2시간 접촉 후 99.99% 바이러스 억제 항균필름을 붙였다고 해볼까요?

감염자 A가 아파트 현관 밖에서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다가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재채기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면서 마스크를 썼어요. 1층 현관에서 항균 필름이 붙은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누릅니다. A가 집으로 들어가고 3분 뒤 비감염자인 B가 1층 현관에서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다시 누릅니다. B의 감염 위험은 얼마나 될까요?

3분 동안 항균 필름 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얼마나 감염력을 상실하느냐가 관건인데요. 그런데 우리는 아직 이런 부분을 모릅니다.

◇ 조태임 >그렇네요. 항균필름 위에서 2시간이 지나야 바이러스가 99.99% 억제된다고 하면 2시간이 지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같은 버튼에 손을 댔을 때 감염이 억제된다고 장담하기 어렵겠네요.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6시간, 24시간 이후 99.99% 항바이러스 능력을 보였다고 하면 감염 억제 능력은 더 떨어지겠죠. 혹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나서 손소독제로 소독을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할 분도 계실지 모르겠는데요. 물론 맞는 말이죠. 그렇다면 항균 필름은 존재 의미가 없게 되는 거죠. 모두가 무언가를 만지고 나서 손소독을 철저히 이행한다면 항균필름을 붙일 이유가 전혀 없는 겁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항균필름이 실생활에서 감염 전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합니다.

◇ 조태임 > 이런 게 자칫하면 방심을 부를 수도 있겠어요.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항균필름 붙여 놨으니까 이 엘리베이터 버튼은 누가 와서 눌러도 감염 위험이 없겠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요. 이번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업체들이 아무리 항균을 강조하면서 제품을 팔아도 효과 자체가 없는 제품도 있고요.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해도 훨씬 변수가 많은 실생활 조건에서 감염을 100% 억제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건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결국 각자도생으로 개인 방역 철저히 하면서 감염 위험을 줄여나가야 하는 시기인데요. 항균 필름 믿고 손씻기를 소홀히 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조태임  > 그렇네요. '결국 기본에 충실해라' 이 말이 생각나요. 각자 외출한 뒤에는 손 잘 닦고, 마스크 잘 쓰고,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해야 겠어요.  건강과 관련된 건,  꼼수가 통하지 않는구나 다시 한번 되새기며, 모아모아 팩트체크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스톱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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